‘깜짝증인’ 노승일 “우병우가 차은택에게 법조인 소개, 최순실 모를 수 없다”

▲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간호장교 조여옥 대위가 출석한 ‘최순실 국조특위’ 5차 청문회에서 우 수석은 모르쇠로 조 대위는 말 바꾸기로 일관했으나,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만은 증언에 거침이 없었다. 사진 / 고경수 기자
 
‘최순실 국조특위’ 5차 청문회가 22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청와대에 근무한 간호장교 조여옥 대위가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개최됐으나, 최순실에 대해서 끝까지 모른다는 우 수석과 자신의 근무지 조차 오락가락하며 말을 바꾸는 조 대위로부터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우병우 청문회’라고도 불린 5차 청문회에서 주인공 우병우는 자신의 ‘무능’과 ‘직무유기’를 감수하고라도, 최순실부터 모든 사살에 대해 모른다고 부인으로 일관하면서 국조특위 위원들의 질문을 원천봉쇄했다.
 
◆‘직무유기’ ‘무능’ 감수하고 최순실은 현재도 모른다며 불성실한 태도로 버틴 우병우
그는 2014년 11월 ‘정문회 문건’사건이 있었는데도 최순실을 몰랐느냐는 질문에 “정윤회 문건 사건 때 정윤회 씨 부인이라는 정도만 알았다. 개인적으로 알거나 만나지 않았다”고 부인으로 일관했다. 이에 최순실을 몰랐다면 민정수석으로서의 직무유기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몰랐다는 점에 대해서 업무가 미흡했다고 생각한다”며 거듭 몰랐음을 강조했다.
최순실 씨가 '보안 손님'으로 관저를 드나들었다는 의혹에도 "몰랐다. 민정수석실의 감찰권이 거기까지 미치지는 않는다"며 자신의 직무와 무관함을 강변하기도 했다.
단지 이들 ‘비선 실세’들의 국정농단에 대해 “미리 알고 예방하고 조치를 취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국민들에게 송구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지만 마치 ‘몰랐다는데, 어쩌라고...’라는 항변으로 보이기도 했다.
 
▲ '최순실 국조특위' 5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 / 고경수 기자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임명된 것에 대해서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제안했다”고 말했지만, 그의 장모 김장자 씨가 최순실에게 인사청탁 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알지 못하는 사실”이라며 부인했다. 이에 덧붙여 “대통령과 인연은 전혀 없다. 꼭 인연이 아니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추천을 받아 하는 것”이라며 자신은 인사청탁이 아닌 객관적 검증을 통해 추천받았다는 식으로 해명을 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검찰에게 해경의 압수수색을 방해했다는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는 “압수수색 하지 말라고 전화한 적은 없다. 압력을 넣은 적이 없다. 당시 세월호 사건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수사기 때문에 법과 원칙에 따르라고 했다. 신중하고 철저하고 엄정하게 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다. 그뿐이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박영수 특검에서 수사한다면 "수사 받겠다. 수사를 하면 명확히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되받아쳤다.
 
롯데그룹의 압수수색 정보 누설에 대해서는 “K스포츠재단이 롯데그룹에서 70억원인지를 받았는지도 모른다”고했고,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과 최순실, 차은택이 골프를 함께 쳤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장모도 최순실을 모른다고 했다. 골프도 안 쳤다고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 내에 '우병우팀'의 존재,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당시 ‘노무현 씨’로 칭하면서 했다고 알려진 발언 등도 다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부인했다.
 
하지만 그가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변호사 수임료 누락의혹에 대한 질의 과정에서 관련자료 제출을 동행한 지인에게 요청하라는 권유에 지인이 핸드폰을 꺼 놓아 연락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보받은 해당지인의 사진을 공개하며 청문회 방청석에 있음을 지적했다. 결국 이정국 정강(우 수석의 가족회사) 전무로 밝혀진 이 지인은 ‘깜짝손님’으로 발언대에 나와 “행정적 조치를 할 줄 모르고 오늘 그냥 도시락하고 물을 가져왔다”고 해명했지만, 이 과정에서 드러난 우 전 수석의 당황한 모습은 그의 증언이 신빙성이 없다는 의심을 살 수 밖에 없었다.
 
한편 이 전무는 자신이 고령향우회 부회장이며, 최순실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정재 변호사도 같은 향우회원이라고 밝혀 최순실-김장자-우병우-이경재로 이어지는 커넥션을 의심케 했다.
 
이뿐만 아니라 우 수석은 고개를 꼬고, 한숨을 쉬면서, 딴청을 부리는 듯이 메모를 하고, 답답하다는 듯한 자세로 일관했다. 이런 모습은 위원들로부터 계속된 지적을 받았으나, 결국 김성태 위원장이 “우병우 증인, 자세 바르게 하라”면서 "여기가 지금 부하직원과 회의하는 민정수석실이냐. 메모는 짧은 시간에 위원들의 많은 심문 내용이 담겨 있을 때 잠깐 메모하라고 허용한 것이지, 본인의 답변 내용을 그렇게 기록하라고 허용한 게 아니다"라고 강하게 지적을 받자 고쳐앉기도 했다.
 
의무동과 의무실, 가족과 친구 등도 헷갈리는 말바꾸기 간호장교 조여옥 대위
청와대에 간호장교로 근무해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에 대한 핵심증인으로 출석한 조여옥 대위는 모른다는 발언도 많았지만, 자신의 발언을 번복하면서 청문위원들의 지적과 질타를 받아, 증언에 대한 의구심만 증폭시켰다.
 
▲ '최순실 국조특위' 5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간호장교 조여옥 대위. 사진 / 고경수 기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 당시 청와대 의무동에 근무했다고 지난 1일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던 그는 청문회에서는 근무지가 ‘의무동’이 아닌 ‘의무실’이라고 말을 바꿨다.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의무동에서 의무실로 근무를 교대하기 전 업무 인수인계 기간이 2014년 4월22일부터 5월 2일까지라는 것을 기억하게 됐고, 그 전에는 의무실에 근무했다”며 "기억을 되짚어보니 4월16일은 의무실 근무가 맞다. 직원들을 진료하는 의무실에 있었다. 이번에 말하는 것이 진실"이라고 해명했다.
‘의무동’은 청와대 관저 내에 있는 시설로 대통령을 위한 의료행위를 하는 곳이며, ‘의무실’은 관저와는 수백m 떨어진 곳으로 청와대 직원들을 위한 의료시설이다. 이런 중요한 차이를 구분 못했다는 것에 대해 김성태 위원장이 "(말을 바꾼 데 대해)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것 같다"며 "다시 한 번 답하라. 세월호 당일 어느 곳에서 근무했나"라고 따졌으나, 조 대위는 "정확하게 의무실에서 근무했다"고 강조했다.
 
외부기관으로부터 약이나 주사제를 가져온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머뭇거리던 그는 질문이 거듭되자 "한 번 정도 있었던 것 같다"고 했고 이후 질의과정에서는 "보통 서울대병원이나 김상만 자문의 측(에서 가져왔다)"고 자신의 앞선 진술을 뒤엎는 증언을 했다.
이에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이 "아까는 '한 번'이라더니, 이번에는 '보통' 이라고 했다는 것은 여러 번 갔다는 것이다. 벌써 위증을 한 것"이라고 추궁하자 "제가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약이나 물품 등을 말씀하는 줄 알았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둘러댔다.
이에 이 의원은 이 의원은 "조 대위는 거짓증언을 해놓고 둘러대기 어려우면 기억이 잘못됐다고 이야기 한다"며 "그 정도의 말도 못알아 들으면 어떻게 대통령의 건강을 관리하느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미국에서 귀국 후 청문회 준비를 위해 군 또는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 사전 조율했을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가족과만 만났다던 그의 진술은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시간대별 행적을 기록하게하자 친구 세명과 만나 식사를 한 적이 있다는 것으로 번복됐다.
 
증인과 동행해 청문회에 출연한 ‘깜짝손님’은 우 수석에 이어 조 대위에게도 있었다. 청문회 출석부터 조 대위와 동행해 청문회장에 있던 이슬비 대위의 존재가 밝혀진 것이다. 이 대위는 식사를 함께했다고 말을 바꾼 그 친구 3명 중의 한명이었고, 같은 간호장교로 청문회 동행사실을 군 상부에 알리고 사전에 제출한 휴가가 공가로 처리 받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서도 청문위원들은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고, 보고한 상부에 대해서, ‘공가처리’의 부당성에 대해 추궁해 들어가기도 했다.
 
조 대위는 청문위원의 질의에 대부분 자신이 관여하지 않았으며, 기억이 나지않는다고 부인으로 일관했지만, 진술자체에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그는 박 대통령에게 태반, 백옥, 감초주사 등을 놨다고 시인했지만, “제 기억으로는 대통령 뿐 아니라 직원 10명가량에게도 미용주사를 처치했다”며 “때에 따라 이동하다 파손되는 경우도 있었고, 많은 양은 아니다”고 모호하게 진술했다.
 
또 대통령에게 본인이 직접 주사를 놓았느냐는 질문에는 "처방이 있는 한 제가 처치했다"고 말했으나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 입가의 '피멍' 자국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참고인’에서 ‘깜짝증인’으로 변신 ‘깜짝스타’된 노승일의 시원한 증언
우병우·조여옥 증인이 모르다와 말바꾸기를 계속한데 비해 이날 청문회의 ‘깜짝스타’는 ‘깜짝증인’으로 등장한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었다.
 
▲ '최순실 국조특위' 5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 사진 / 고경수 기자
참고인으로 출석한 그는 우 전수석이 최순실을 몰랐다는 진술을 반복하자 손혜원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파문이 커질 것 같아서”라며 대답을 망설이던 그는 이내 "차은택 법조 조력자가 김기동인데 우병우가 김기동을 소개시켜 줬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고영태도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그렇게 들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장재원 새누리당 의원의 권유에따라 ‘참고인’에서 ‘증인’으로 전환한 노 부장은 “청와대나 문화체육관광부서 받은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에 들어간 제 자료 보면 대통령 연설문도 있고, 청와대 문건이 파일로 한 건 한 건 들어와 있다. 청와대 연설문은 제가 독일 있을 때, 최순실씨가 쓰던 노트북에서 카피해서 가지고 왔다. 제가 쓰던 컴퓨터를 최순실이 잠깐 사용하면서 복사해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최순실 씨가 청와대 문건을 태블릿PC 외의 노트북이나 컴퓨터를 통해서도 받아봤다는 것이다.
 
그는 또 "정동춘 이사장이 이완영 의원에게서 전화가 왔다며, '태블릿 PC는 절도로 하고, 고 전 이사가 태블릿PC를 가지고 다녔다고 인터뷰 해달라'는 말을 박 과장이 들었다고 말했다"고 말해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에 의한 ‘위증교사’ 의혹을 뒷받침했다.
 
태블릿PC가 누구것인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태블릿PC 안엔 유실되면 안 되는 기밀이 있다. 증거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흔드는 분위기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5차 청문회는 2명의 증인과 3명의 참고인이 출석했고, 많은 질문이 우병우 전 수석에게 집중됐으나 본인의 입을 통해서는 아무 것도 밝힐 수 없었다. 그것은 조여옥 대위 역시 마찬가지였고, 이로 인해 생방송을 보며 분통을 삭이지 못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당연히 청문위원의 무능과 청문회 무용론 등이 나올법한 것이 5차까지 진행된 청문회의 결과이다. 하지만 취조실의 심문과정에서도 본인의 진술을 얻기는 쉽지 않고, 7분간의 질문시간이라는 한계로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다만 청문위원들의 질문을 통해 제기된 수많은 의혹들은 최순실 특검에서 재수사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고, 청문위원들도 이점을 염두에두고 청문회를 십분활용하는 듯하다. ‘최순실 없는 청문회’ ‘최순실 모르는 증인’으로 답답한 청문회였지만, 수사의 단서가 될만한 의혹제기와 SNS를 활용한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등은 긍정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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