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3만대 목표 ‘빨간불’ 800만대도 어려워

▲ 정몽구(사진,좌) 현대차그룹 회장은 해외 현장경영을 통해 현지법인과 현지 임직원을 격려하고 생산 독려에 나서는 한편, 각종 회의를 주재하며 품질 경영 강화를 주문하고 있어 내년에 현대기아차가 반등에 성공할지도 관심이다. 사진/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김용철 기자] 올해 유독 현대·기아차는 힘을 쓰지 못했다. 글로벌 경제 침체는 지속되고 브렉시트 영향과 해외 경쟁업체들의 약진과 노조의 장기간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 등 내우외환에 올해 목표인 813만대 달성에 빨간불이 켜진지 오래다.

더군다나 상반기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하반기 사라진 상황에서 태풍으로 인한 침수피해, 품질논란 등 내수 판매 부진으로 이어져 어디하나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판매량이 상승하면서 현대기아차와 상반된 행보를 보였고, 글로벌 업체들은 인수합병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판매량을 늘리는 등 세계 자동차 시장 판도가 변화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801만대를 판매해 글로벌 판매 4위 업체인 르노닛산을 맹추격해 격차를 줄여 올해 ‘빅4’ 진입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내우외환으로 판매량이 감소 5위를 유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현대기아차의 올해는 같은 세계경제 침체 속에서 국내에서 발생한 악재로 빅4 진입을 놓치면서 내년 심기일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악재에도 불구하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해외 현장경영을 통해 현지법인과 현지 임직원을 격려하고 생산 독려에 나서는 한편, 각종 회의를 주재하며 품질 경영 강화를 주문하고 있어 내년에 현대기아차가 반등에 성공할지도 관심이다.

◆파업·품질논란만 없었어도…
올해 현대기아차의 우울한 시기를 보낸 것엔 ▲파업 ▲품질논란 악재가 관통하고 있다. 특히 장기간 파업은 생산차질을 빚으면서 판매량 달성에 발목을 잡은 뼈아픈 대목이다.

세계경기 침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노조의 장기간 파업은 현대기아차의 목표 달성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상반기 개별소비세 인하로 내수 판매량 증가 효과를 봤지만 하반기 들어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사라지고 나서 노조 파업이 잇따르자 생산에 경고등이 켜졌다. 7월 13일 현대차노조는 전체 조합원 4만8,806명을 상대로 진행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3만7,358명이 찬성해 파업을 가결하고 19일부터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5년 연속 파업을 이어갔다. 
▲ 노조의 장기간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 등 내우외환에 올해 목표인 813만대 달성에 빨간불이 켜진지 오래다. ⓒ현대차그룹

당시 파업이 장기화되고 태풍 피해까지 겹치면서 지역경제가 악화되자 노조파업을 바라보는 여론이 싸늘해지면서 시민단체까지 나서면서 파업중단을 촉구했다. 더 이상 명분 없는 파업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한 노사는 진통 끝에 2차 잠정합의안을 도출 조합원 투표에서 가결돼 지난 17일 임금협상 조인식을 끝으로 파업 3개월 만에 올해 임금 협상을 마무리했다. 다만 임금피크제 확대시행 건은 봉합되지 않은 상태라 언제든지 파업으로 갈 뇌관으로 남아있다.

3개월간 이어진 파업에서 12차례 파업과 12차례 특근 거부로 인한 생산차질 규모만 14만 2천여대, 피해손실 추산은 3조1천억원 가량이다. 파업여파로 하청업체 피해까지 추산하면 5조원에 육박하는 큰 손실을 입었다. 기아차 역시 노조 파업으로 올해 생산차질 규모만 9만여대, 1조9000억원에 달하는 피해손실을 입었다.

파업기간 동안 내수시장 점유율도 하락하면서 현대기아차 10월 내수시장 점유율은 58.9%로 현대차그룹 출범 이후 처음으로 양사 점유율이 60%이하로 떨어졌다. 11월 60%대 점유율을 회복했지만 파업 후유증은 국내 완성업체들의 내수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빌미를 제공했다. 

파업 이외에도 간판급 모델들의 엔진결함과 싼타페 에어백결함 은폐 의혹 등 품질 논란에 휩싸이며 소비자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졌다. 세타2엔진 결함 논란 당시 미국 소비를 대상으로 리콜을 진행했지만 국내 소비자 대상으로는 리콜을 진행하지 않아 역차별 논란이 불거져 곤혹을 치렀다.

◆해외시장-中 ‘주춤’, 美 ‘선방’, 브림스 ‘울상’
11월까지 현대기아차의 누적 판매량은 706만여대에 머물렀다. 12월 한 달간 100만대 이상을 판매해야 올 목표인 813만대를 달성할 수 있다.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800만대 달성도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그랜저 신차 효과로 12월 판매량이 증가하겠지만 3분기의 판매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았던 탓에 813만대 판매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시장은 현대기아차 해외 판매 비중의 20%를 차지하는 주요시장이다. 11월까지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량은 156만여대로 2014년 같은 기간 누적 176만여대를 달성한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중국 현지 자동차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판매량을 늘리고 있어 현대기아차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두 번째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는 선방하고 있다. 1월부터 11월까지 미국 시장 누적 판매량은 130만5945대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현대차가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난 71만2700대를 판매했고, 기아차도 3.8% 증가한 59만3245대를 판매했다. 현대기아차의 전략적 요충지인 ‘브림스’로 불리는  멕시코와 인도 시장에서 실적 선방에 나서고 있지만 러시아와 브라질에선 좀처럼 판매량에 힘을 못 쓰면서 실적이 주춤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해외법인장 전략회의를 열고 중국시장에 전략 차종인 위에나와 함께 중국형 쏘렌토와 가격 경쟁력 높인 준중형 SUV를 출시하는 등 SUV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체코공장은 i30 생산이 본격화되고 멕시코공장은 신형 프라이드, 앨라배마공장은 쏘나타 상품성 개선 모델, 브라질공장은 크레타를 투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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