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안도 속 비박 이탈 가능성 대비…친박 입지 강화될 듯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새누리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려 새 원내대표에 정우택 의원이 정책위의장에는 김현재 의원이 당선됐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탄핵 가결 이후 당내 권력이동 여부를 판별할 바로미터로 그간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왔던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이 16일 정우택 의원의 당선으로 매듭지어지면서 여전히 친박계가 건재하다는 것을 재확인시켜줬다.
 
물론 비박계를 대표해 나온 나경원 의원이 정 의원에 겨우 7표 차로 낙선하게 됐다는 점에서 친박계도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분위기지만 일단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도 당권 수호에 성공했다는 데 의의를 두는 모양새다.
 
이에 반해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탈당 여부를 고려해 볼 첫 시험대로 삼고 있던 비박계는 또 다시 친박계가 승리한 데 대해 허탈감을 넘어 망연자실해 하고 있는 상황인데, 당내에서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하게 될 경우 이들이 신당 창당을 추진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는 만큼 친박계로서도 이들을 진정시킬 타협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분당을 각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 朴 대통령 탄핵 국면에도 비박 ‘패배’, 탈당 가시화?
 
16일 오전 있었던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은 그간 계속되어온 당 내홍의 상흔을 보여주듯 투표 직전 열린 합동토론회 때부터 각기 친박과 비박을 대표한 두 후보 간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친박계 후보인 정 의원은 비박계 나 의원을 겨냥 “친박 후보가 되면 탈당하겠다고 언급했는데 이건 당의 분열을 야기하는 발언”이라며 “선거에서 패배하면 승복할 것이냐. 또 정말 탈당할 건지 아니면 선거를 위한 겁박용 전략을 쓴 것인지 밝혀 달라”고 몰아붙였다.
 
그러자 나 의원도 “정 후보는 지난 11일에도 박사모 주최 행사에 가서 연설할 만큼 적극적 친박”이라며 “야당이 (친박은)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을 텐데 어떻게 대화를 할 것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렇듯 한껏 설전을 벌이던 양 후보는 표결 결과 62표 대 55표로 결국 정 의원이 당선되면서 희비가 교차됐다.
 
선거를 앞두고 줄곧 자신이 친박보다 중도 성향임을 강조해온 정 의원은 당선 소감에선 눈물까지 보이면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비박계를 향해 탈당하지 말 것을 호소했지만 선거 결과에 충격을 받은 비박계는 심지어 탈당까지도 고민하고 있는 표정이다.
 
특히 경선 하루 전 “내일의 선택이 대한민국의 보수를 살리는 첫 걸음”이라며 보도자료까지 내고 나 의원 지지를 적극 호소해왔던 비박 핵심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크게 낙심한 듯 원내대표 경선 직후 당선인 소감이 나오기도 전에 의총장을 뜨면서 기자들의 질문에도 “저로서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결과”라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해보겠다”고 맥이 풀린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이번 경선은 비박계가 향후 탈당과 당내 개혁 중 어느 쪽으로 나아갈 것인지 가늠할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만큼 친박계 후보의 당선은 탈당을 주장해온 김무성 전 대표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는 반면 당 잔류를 외쳤던 유 의원의 입지는 더욱 축소된다는 걸 의미하기도 해 이렇게 망연자실해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선지 이번 선거 결과로 비박계 내 주도권을 보다 확실히 쥐게 된 김무성 전 대표는 “나는 나경원 찍었다”며 일단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이미 탈당은 시간문제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이 16일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거에서 패배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경선 결과 발표 직후 나 의원도 “당내에 분명히 변화 세력이 커졌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면서도 탈당에 대해 “논의해보겠다”고 답변한 바 있어 앞으로 당내 개혁 움직임은 접고 탈당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경선이 당내 힘의 구도를 확인시킬 수 있는 첫 장이 된다는 점에서 새누리당 소속인 128명의 의원들 중 이날 투표에 참석한 119명에는 특정 계파를 분명하게 지지하는 ‘적극 투표층’이 빠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럼에도 당내 다수파인 친박계를 대표한 정 의원이 62표를 얻은 데 반해 비박계인 나 의원은 당내 비박계 의원 수를 뛰어넘는 55표를 얻었다는 점에서 향후 탈당 국면에 접어들 경우 중도파 의원들까지 끌어들인 대규모 탈당도 충분히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아직 비대위라는 2라운드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이번 원내대표 경선 결과만으로 즉각 대규모 탈당이 결행될 것이라 장담하기는 어려운데, 비박계 중 당내 개혁을 주장하는 유 의원의 경우 다음 기회인 비대위에 전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입증하듯 유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로 찾아와 탈당을 만류하는 사무처 당직자들에게 “저는 당에 남아 마지막까지 노력과 투쟁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의원들이 탈당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또 같은 비박계인 김영우 의원도 패배라는 결과 자체에만 흔들려 탈당을 언급하기보다 “탄핵 국면에서 나를 포함한 비주류가 친박을 공격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대국민 메시지와 비전제시가 부실했던 탓”이라며 “새누리당 비주류가 이름은 비상시국회의라 해놓고 친박5적이니 8적이니 했으니 이것도 구태가 아닌지 자문해본다”고 비교적 냉정히 상황을 분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당권 수성’ 성공한 친박, ‘당 장악력’ 높여나갈까
 
이런 가운데 친박계는 일단 어떻게든 위기 속에서도 당권을 수성해 낸 데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장차 비박계의 탈당을 어떤 식으로 저지 혹은 파장을 완화시키고 당을 안정화시킬 것인지 대책을 세우는 데에 고심하고 있다.
 
극한 분열로 치닫고 있는 당 상황을 감안했는지 정 의원은 당선 이전이든 이후든 이날 일관되게 화합을 강조했는데, 투표 전 정견 발표에서 “오늘로써 대결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 저는 싸우러 온 게 아니라 이 당을 구해 원내대표로서 중도와 화합의 역할을 하고자 나왔다”던 정 의원은 당선 뒤 인사말에서도 “우리 당이 분열하지 않고 혁신한다면 보수정권의 재창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흩어지지 말고 함께 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지 말로 회유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정 의원은 투표 전부터 이미 “비상대책위원장 선출은 중도그룹과 비주류에서 추천하는 인물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런 정 의원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지 이정현 대표를 위시한 친박 지도부 역시 그간 온갖 압박에도 나가지 않다가 이날 친박계인 정 원내대표의 당선이 확실해지자 즉각 일괄사퇴를 선언하고 당권을 넘겼다.
 
이는 친박계 원내지도부에 당권을 이양해 친박 위주인 현 상황 그대로 당을 안정화시키는 것은 물론 명목상 그간 비박계에서 요구해온 현 지도부 퇴진 주장을 수용하는 형태를 띠어 비박계에 탈당 명분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까지 담긴 결정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같은 해석은 이 대표가 이날 일괄사퇴를 천명하면서 기자들과 나눈 질의를 통해 드러났는데, “새 원내지도부가 구성되면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겸하게 된다”며 자신이 오는 21일을 사퇴 시점으로 삼게 된 근거인 1월 조기 전대 개최에 대해선 “일단 전부 원점으로 전대나 비대위 구성 등에 대한 논의는 백지”라고 입장을 번복했다.
 
즉, 혹 전당대회를 열었다가 비박계가 당 대표로 당선될 수도 있는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고 이번에 당선된 친박계 원내대표가 사실상 당을 이끄는 체제를 갖추겠다는 뜻으로, 만의 하나 당헌당규상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도 겸할 수 있다는 점까지 감안해 이날 안심하고 지도부 퇴진을 전격 선언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당도 박지원 원내대표가 장기간 비대위원장을 겸하며 당의 목소리를 내는 창구를 일원화시킨 바 있는데 비록 정 원내대표가 스스로 비박계와 중도그룹의 추천 받은 인사를 적극 고려하겠다고 밝힌 만큼 비대위원장까지 겸직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강성 친박들이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정 원내대표 겸직 체제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 대표가 비박계에서 지목한 이른바 ‘친박 8적’의 2선 후퇴에 대해서도 이날 “처음 듣는 얘기”라며 즉답을 피한 바 있어 향후 어떤 식으로든 ‘당내외 의견 수렴’을 명목삼아 소위 친박 핵심 인사들이 계속 당을 좌우하려 할 공산이 큰데, 원내대표의 비대위 겸직에 대한 반발이 클 경우 선출이 아닌 추대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어 어느 쪽을 택하든 앞으로도 친박계의 입김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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