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의 외출 현장경영 이어갈지는 지켜봐야

▲ 신세계와 현대百의 패션사업 경쟁이 불붙고 있다. 정유경(사진,좌)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과 정지선(사진,우)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신세계,현대百
[시사포커스/김용철 기자] ‘은둔경영’으로 좀처럼 외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20년만의 외출’로 모습을 드러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패션부문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지난 12일 SK네트웍스 패션사업 부문을 인수한지 3일만에 정유경 총괄사장이 대구 신세계 그랜드 오픈식 현장에 나타나면서 본격적으로 패션 경쟁이 불붙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유경 총괄사장은 그동안 공식 개점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 현대백화점그룹이 SK네트웍스 패션사업 부문을 인수한 뒤 며칠도 되지 않아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을 두고 패션사업 시장을 놓고 격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밀리지 않겠다는 것을 외부에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유경 vs 정지선, 패션 자존심 싸움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을 중심으로 800여개 유통망을 운영 중인 SK네트웍스의 6개 라이선스 브랜드(타미힐피거, DKNY, 클럽모나코, CK, 아메리칸이글, 까날리)와 6개의 자체 브랜드(오브제, 오즈세컨, 루즈앤라운지, 세컨플로어, SJYP, 스티브J&요니P) 전체를 인수했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패션업계 순위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5위고,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한섬이 14위다.
▲ 정유경 총괄사장이 ▲2월 강남점 증축 ▲3월 센텀시티몰 ▲5월 면세점 명동점 ▲6월 김해점 ▲9월 스타필드 하남점 오픈 공식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마지막 공식 행사인 대구 신세계 그랜드 오픈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세계

패션업계가 수년간 성장 침체기로 고심을 겪고 있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의 공격적인 M&A로 패션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SK네트웍스 패션부문 매출은 5657억원으로, 한섬 매출 6158억원 합치면 패션업계 단숨에 4위로 오르면서 정유경의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앞지른다.

정지선 부회장의 공격적인 행보에 정유경 총괄사장이 직접 현장경경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2월 강남점 증축 ▲3월 센텀시티몰 ▲5월 면세점 명동점 ▲6월 김해점 ▲9월 스타필드 하남점 오픈 공식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마지막 공식 행사인 대구 신세계 그랜드 오픈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세계 관계자는 “정 총괄사장의 행보를 두고 순수하게 축하하는 자리다”며 이를 계기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선 “앞으로 외부 공식 석상에 계속 모습을 드러낼지는 앞으로 행사에 따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정유경 총괄사장이 대구 신세계 그랜드 오픈식에 참석한 것은 신세계 백화점의 6대 프로젝트 마침표를 축하하기 위해서 모습을 드러냈다”며 “경쟁사의 행보와는 무관하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브랜드 입점 신경전 본격화
▲ 양사가 운영하는 백화점에 각사의 브랜드를 먼저 입점 시키고 이후 타사 브랜드 입점을 결정하지만 최근 들어 이마저도 줄이면서 입점 자체가 되지 않는 상황이 벌이지고 있다. 사진/시사포커스DB

신세계의 이 같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정지선 부회장의 공격적인 M&A에 신경은 쓰이는 모양이다. 정유경 사장은 재계 3세로서 정지선 부회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과 패션사업에서 라이벌 관계다. 그래서인지 유독 패션사업에서 각사의 브랜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양사가 운영하는 백화점에 각사의 브랜드를 먼저 입점 시키고 이후 타사 브랜드 입점을 결정하지만 최근 들어 이마저도 줄이면서 입점 자체가 되지 않는 상황이 벌이지고 있다. 대구신세계점은 차별화한 브랜드 700여 개가 입점한다. 30~40대 인기가 높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한섬의 브랜드는 대구신세계 매장에 일체 입점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패션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공격적인 M&A를 선언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최근 공을 들여 인수한 SK네트웍스의 패션사업부 브랜드 역시 일부 잡화 분야를 제외하고는 대구신세계에 입점하지 않았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한섬 브랜드의 경우 대구신세계 백화점 오픈 당시 전에 회사 브랜드 전략상 입점하지 않은 것으로 결정했다”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 제기된 신세계와의 불편한 관계라는 지적에 대해선 “전혀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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