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언급한 김무성…與 원내대표 경선 결과 분수령 될 듯

▲ 비박계 수장 격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는 길을 모색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친박계와 수위 높은 설전을 벌이며 격렬한 당권 투쟁을 벌여온 새누리당 비박계의 동향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박계 수장격인 김무성 전 대표가 새누리당을 탈당해 신당을 창당할 지 고민하고 있다는 의중을 13일 열린 마지막 비상시국회의 자리에서 내비치면서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갖춘 4번째 정당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보수 정통성을 놓고 새누리당 내에서 친박계와 당권 투쟁을 장기화할 경우 이전투구식 내분으로만 비쳐져 자칫 비박계마저 친박계와 싸잡혀 비난받을 여지도 없지 않은데다 적어도 박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여전히 상당한 규모인 친박계가 어떻게든 당권을 놓지 않으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는 만큼 차라리 신당 창당하는 방향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차원에서 그간 당내 비박 지도부 역할을 해온 비상시국회의를 이날 해체하겠다고 선언한 것 또한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그 해석을 놓고 벌써부터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김무성 ‘신당 창당’ 카드, 활로인가 외통수인가
 
탄핵 정국 동안 비박계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비상시국회의가 13일 회의를 끝으로 전격 해체됐다.
 
동시에 김 전 대표는 이날 마지막 회의를 매듭지으며 가진 브리핑에서 “이 나라 경제와 안보 위기를 걱정하는 대다수 국민이 믿고 의지할 새로운 보수정당의 탄생이 지금 절실한 시점”이라며 새누리당을 탈당해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바로 하루 전만 해도 이른바 ‘친박 8적’이란 명단까지 꼽으며 친박계에 당을 나가라고 요구했던 비박계가 돌연 자신들이 탈당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은 예상외로 친박계의 당 장악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게 아니냐면서 사실상 이런 저런 방도도 없다보니 부득이 탈당을 고려하게 된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견해는 탄핵 가결로 궁지에 몰린 친박계가 어차피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보니 사실상 ‘폐족’화되는 것이나 다름없는 분열보다는 한층 강하게 결속하는 길을 택한 데다 당 지도부 외에도 당협위원장 등 지역당 조직까지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상대적으로 비주류에 속하는 비박계가 당장 판을 뒤집을 방법이 없다는 현실적 측면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비박계가 직접 지목한 ‘친박 8적’을 비롯한 강성 친박들만 몰아내고 친박계 중 중도세력을 선별해 흡수하려고 해도 기본적으로 강제 출당 조치조차 의원총회에서 3분의 2가 요구해야 가능한 만큼 현재 128명의 새누리당 의원 중 절반 가까이 친박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선 이마저 어렵다는 것 역시 신당 창당으로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무엇보다 친박계가 궁지에 몰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비박계에 맞서 당 쇄신 조직으로 내세운 ‘혁신과 통합 보수 연합’에 참여한 의원들이 무려 50여명에 이르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최대 40여명에 그치는 비상시국회의가 아무리 탄핵 정국을 통해 명분이 생기고 야권과의 협상에 있어서도 대표성을 인정받았다 한들 당 장악은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 판 뒤집기를 시도하기보다 탈당을 통해 새 활로를 모색하는 편이 나을 것이란 판단을 하게 된 것으로 풀이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날 비박계 대변인인 황영철 의원이 비상시국회의를 해체하고 새로운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은 이제 당권 장악에 미련을 버리고 신당 창당을 준비하기 위한 과도기적 조직을 구성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향후 구성될 새 조직은 현재 비박계의 약점으로 꼽히는 외연을 확장하는 데에 일단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이고, 탄핵 가결 당시 일부 친박계 의원들이 참여했다는 점에 기인해 최대한 중도 성향의 친박의원들을 포섭한 뒤 탈당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이 탈당해 신당을 창당할 경우 여론의 기대치도 최소한 현재 친박 지도부가 이끌고 있는 새누리당보다는 높을 것으로 관측되는데, 지난 9~10일 이틀간 한국리서치와 조사해 13일 발표한 한국일보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설문대상 1000명 중 13.5%가 비박 신당을 지지하겠다고 답한 반면 친박당을 지지하겠다고 응답한 건 4.9%에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비박 신당의 등장으로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가진 4개 정당 구도가 형성된다고 해도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27.9%)에 이은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국민의당(7.1%)에도 밀리게 될 친박당과 달리 보수정당을 대표할 대안정당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유승민 등 일부 비박, 탈당 대열 동참할까
 
▲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김 전 대표와 달리 당장 탈당 쪽에 무게를 두기보다 당을 개혁하는 쪽에 방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물론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강력한 결집력을 자랑하는 친박계와 달리 여러 정치적 이해관계 등에 따라 모인 비박계는 상대적으로 결속이 떨어지는 데다 비박계 내에서조차 사안마다 의견이 갈리고 있어 온전한 형태로 현재의 규모를 유지한 채 신당을 창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실제로 탈당 문제만 놓고도 비박계의 주요 인사인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이에 견해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김 전 대표는 이르면 이번 주말 탈당할 수도 있다는 고민까지 하고 있는 데 반해 유 전 원내대표는 같은 날 “지금은 탈당할 생각이 없다”며 여전히 당내 투쟁을 고수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다.
 
이 뿐 아니라 유승민계로 꼽히는 비박계 이혜훈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을 개혁하는 작업에 우선 나서 (친박) 그분들을 설득하고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는 작업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적어도 유승민계에선 김 전 대표가 구상하는 탈당에 대해선 일관되게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어 비박 신당 창당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혹여 김 전 대표가 유 전 원내대표의 의사와 관계없이 탈당에 긍정적인 인사들과 새누리당을 나가 신당을 창당할 수도 있겠지만 자칫 김 전 대표 본인의 야심을 위해 만들어진 사당으로 친박계에 매도될 여지를 주지 않으려면 가급적 다양한 비박계 인사들과 함께 창당하는 편이 신생정당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비박계 수장격인 김 전 대표가 탈당을 언급한 상황에서 유 전 원내대표만 친박계가 장악 중인 당내에 잔류할 것이라 무작정 예단할 수만은 없는데, 김 전 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를 출당시키겠다고 공언한 친박계가 지난 12일 대부분 친박계로 이뤄진 당 윤리위원들을 추가 임명하는 등 출당 조치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점이나 오는 16일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 의원이 선출될지 여부가 유 전 원내대표가 거취를 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부에선 유 전 원내대표가 탈당한다고 해도 김 전 대표가 구상하는 신당에 편승하기보다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제3의 길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는데, 앞서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용태 의원 등이 구상 중인 신당과 함께 하거나 심지어 국민의당으로도 갈 수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하지만 일단 국민의당의 경우 당내 대선 경선 구도를 다양화하기 위해 일찍이 손학규 전 지사 등을 영입하려고 하는 국민의당 입장에선 보수 색채를 가진 유 전 원내대표의 입당은 반가운 일이겠으나 유 전 원내대표 본인의 지역구가 대구라는 점이나 안철수 전 대표 측보다 당내 다수인 호남 의원들의 목소리가 강하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그나마 남경필 경기지사 등 새누리당 탈당파가 내년 1월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는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이보다는 높지만 현재 현역 의원이라고는 김용태 의원 1명뿐인 만큼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하는 군소정당에 그칠 우려가 있어 전략적 투표를 하는 보수층 특성상 김 전 대표의 비박 신당이 창당될 경우 오히려 입지가 대폭 줄어들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연유로 유 전 원내대표가 결국 김 전 대표가 구상하는 비박 신당과 함께 하는 방법 외엔 별 다른 방도가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김 전 대표에 비해 비박계 내 유승민계가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자신의 위치를 최대한 보장받고자 쉬이 김 전 대표의 주장에 따르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일부 나오고 있다.
 
일단 비박계 비상시국위의 대변인을 맡아온 황영철 의원은 당장 탈당할 경우를 상정한 듯 13일 “저희가 나가더라도 의원 숫자가 적어도 30명이 되고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고 밝혀 지난번 탄핵 가결 당시 찬성표를 던진 62명을 모두 포섭하지 못했다는 한계는 분명히 했으나 금주 내 치러지는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따라 추가로 불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은 만큼 우선 이들의 탈당 여부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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