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전략실 해체, 전경련 쇄신에 촉각

▲ 재계의 이목이 이재용(사진,좌) 부회장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정경유착의 허브로 지적돼 온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해체를 주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허창수(사진,우) 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창구 역할을 한 전경련을 해체하거나 쇄신해야 한다. 사진/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김용철 기자] 한국 수출의 25%(2013년)를 차지하는 재계 순위 1위 삼성그룹을 이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조부인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세웠던 전경련과의 단절을 선언했다. 또 미래전략실 해체도 언급하면서 향후 이 부회장의 행보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경련을 해체 수준에 준하는 쇄신에 나서야 하는 허창수(GS그룹 회장) 전경련 회장의 행보도 관심사다. 지난 6일 국정조사 청문회 이후 재계의 이목이 이 부회장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정경유착의 허브로 지적돼 온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해체를 주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창구 역할을 한 전경련을 해체하거나 쇄신해야 하기 때문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미래전략실 해체 영향은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미래전략실 해체와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한 전경련 해체 및 쇄신이 나오게 된 발단은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 해체와 전경련 기부금을 내지 않고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래전략실 해체 언급은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금시초문으로 이 부회장이 언급한 이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미래전략실이 해체 수순을 밟게 되면 각 계열사에서 미래전략실로 투입된 핵심인력들은 삼성전자 및 원 소속 계열사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시사포커스DB

미르·K스포츠재단에 가장 많은 출연금을 낸 상황에서 전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룹의 정책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언급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뭐라 말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당황했다. 이 부회장이 미래전략실 해체 의사를 거듭 밝힌 만큼 미래전략실은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최순실씨 일가 지원 등에 미래전략실이 핵심적 역할을 한 의혹의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국조특위 의원들이 미래전략실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미래전략실은 창업자이신 선대회장이 만드신 거고 회장께서 유지를 해온 것이라 (해체를 결정하는데) 조심스럽지만 부정적 인식이 있으면 없애겠다”고 밝히면서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전략기획실 해체와 비슷한 절차를 밟게 될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래전략실이 해체 수순을 밟게 되면 각 계열사에서 미래전략실로 투입된 핵심인력들은 삼성전자 및 원 소속 계열사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이건희 회장이 전략기획실 해체를 선언한 이후 임직원들은 삼성전자와 각 계열사로 흩어졌다. 미래전략실 해체는 조직개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미래전략실이 그룹에서 각종 정책이나 의사 결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만큼 해체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그룹 수뇌부의 결정에 따라 시기가 구체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말 정기임원인사가 내년 3월 이후로 미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내년 사업계획 및 추진을 위해 인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12월에 정기인사를 단행한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청문회에서 불거진 계열사와 특검조사선상에 오른 계열사를 제외한 부분에 한정에 인사를 단행하고 이후 특검조사가 마무리되면 후속 인사를 단행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임기 종료 앞두고 전경련 쇄신 ‘글쎄’
이 부회장이 전경련 기부금을 내지 않겠다고 하며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전경련 앞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을 맡고 있는 허창수 회장에겐 삼성이 전경련에서 이탈하면서 나머지 그룹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고민거리다.
▲ 전경련은 지난 7일 이승철 상근 부회장 주재로 임원 회의를 열고, 쇄신안 등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회원사들 의견을 수렴하기로 결정했다. 전경련은 내년 2월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존폐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뉴시스

이미 삼성과 SK, LG가 전경련 탈퇴를 선언한 데 이어 금융권에선 기업은행, 산업은행이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에 의해 설립된 전경련 회원사인 삼성이 먼저 탈퇴를 선언하면서 전경련 소속 그룹의 탈퇴 러시도 배제할 수 없다.

전경련이 재계 이익단체로 명맥을 이어갈 지 아님 해체로 갈지는 이미 탈퇴를 선언한 삼성, SK, LG그룹 외에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언대에 선 6개 그룹의 탈퇴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란 게 관측이다. 삼성을 포함한 재계 5대그룹이 내는 회비만 약 200억원으로 전경련 연간 예산 400억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탈퇴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경우 전경련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 져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면 대대적인 쇄신을 통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순수한 정책 연구 기관으로 남아 전경련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본문 LG그룹 회장은 청문회서 “전경련이 미국 헤리티지재단처럼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며 전경련 해체에 반대했다. 청문회 증인 출석에 나선 9명 총수 중 6명이 반대하면서 전경련의 쇄신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전경련 해체 질문을 받은 허창수 회장은 “어떤 의견이 있나 들어보고 각계 전문가 이야기를 들어서 전경련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판단하겠다”고 말한 바 있어 해체보단 쇄신에 무게가 실린다.

이와 관련 전경련은 지난 7일 이승철 상근 부회장 주재로 임원 회의를 열고, 쇄신안 등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회원사들 의견을 수렴하기로 결정했다. 전경련은 내년 2월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존폐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허창수 회장과 이승철 상근 부회장의 전경련 임기는 내년 2월로 종료된다. 때문에 조직 쇄신안이 구체적으로 내놓을지 의문인 상황이다. 또 허 회장은 이미 3연임을 해 임기가 끝나면 연임은 불가하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고 차기 회장 선출에 그룹 총수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어 쇄신안 발표 시기가 언제쯤인지 불투명해 전경련의 앞날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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