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인 출석해 잇따른 ‘사이다 발언’ 화제, ‘모르쇠’ 일관한 이재용 등과 대비

▲ 6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회 청문회에선 참고인으로 출석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의 잇따른 사이다 발언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고승은 기자] 6일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선 증인으로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벌총수들은 그룹 관련 의혹에 대해 역시 모르쇠로 일관했다.
 
반면 참고인으로 출석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굴지의 재벌총수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소신 있는 발언들을 잇달아 쏟아내며 네티즌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 “한국인으로서 창피했다” “재벌, 조직폭력배들 운영하는 방식”
 
주진형 전 사장은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낸 바 있다. 당시 받았던 부당한 압력들에 대해 거침없이 털어놨다.
 
주 전 사장은 이와 관련 “왜 합병에 반대했나”는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당시 처음 보도가 나왔을 때 해도 너무 심하다. 보나마나 과대평가된 제일모직과 과소평가된 삼성물산을 합병한다는 것은, 단지 삼성물산의 이사들이 안하겠다고 하면 되는 일인데 시행령 핑계대면서 합병하는 게 기가 막혔다.”면서 “국내 언론이나 우리나라에 발언권 있는 모두가 입을 닫고 찬동하는 거 보고 기분이 안 좋았다. 증권회사까지 옹호해서 한국인으로서 창피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신이 한화 측으로부터 받았던 내부 압력에 대해선 "처음 보고서가 나가기 며칠 전 금춘수 한화그룹 사장이 나를 보자고 해서 만나서, 한화그룹과 삼성은 사이도 좋고 앞으로 딜도 많기 때문에 부정적인 보고서는 쓰지 말라고 했다“며 ”(나는)증권회사 사장에게 그런 것을 부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 다음주 1차 보고서가 나갔다“고 밝혔다.
 
그는 또 "1차 보고서 나간 후 금춘수 사장이 '한번은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당신 때문에 장충기 삼성전자 사장한테서 불평을 들었다. 다시는 그런 보고서 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그려면서 “2차 보고서가 나간 다음엔 김현배 삼성생명 대표이사(부회장)이 직접 아침에 전화를 하더니, 2번째 보고서나간 것 때문에 기분이 격앙돼 있다고 하더라. 그러면 주사장이 물러나야할 거라고 하더라. 그래서 저는 물러날 생각 없으니 절차대로 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당시 주 전 사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뒤에서 증언을 했다. 여기서 자신이 받았던 압박에 대해 “우리나라 재벌들이 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조직폭력배들이 운영하는 방식과 똑같아서 누구라도 한마디 말을 거역하면 확실하게 응징해야 다른 사람들이 말을 따라가는 논리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 “안.했.습.니.다”
 
주 전 사장은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의 연이은 억지성 질문에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으로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완영 의원은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부정적인 보고서를 썼다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한 주 전 대표에게 “임기는 다 마치고 나왔냐”고 묻자 주 전 대표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결과적으로 임기를 다 마치고 나왔다는 게 맞나”고 재차 물었고, 주 전 대표는 “네라고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흥분하면서 “네라고 한건 맞지만 임기를 다 마치고 나온 게 맞냐”며 거듭 억지로 물었다.
 
그러면서 주 전 사장에게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적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주 전 사장은 “없다”고 단호하게 받아쳤다. 이 의원은 “입당 안했나. 내가 알기로는 더불어민주당에서…”라며 반복 질문을 했고, 주 전 대표는 “안.했.습.니.다”라고 강조하며 “입당 안했다구요. 꼭 두 번 물으시는데…”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 주진형 전 사장은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의 연이은 억지성 질문에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으로 네티즌들의 찬사를 받았다. ⓒ국회방송
이 의원은 “총선정책공약 부단장 활동하지 않았나”라고 또 물었고 주 전 사장은 “맞는데 입당은 안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그 활동 배경에 대해 질의했고, 주 전 사장은 “당시 개인적으로 잘 아는 김종인 박사(의원)이 비대위원장 하면서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완영 의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서 더 연임을 못 받았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주 전 사장은 “한 가지 여쭤보겠는데, 이게 국정농단 의혹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본 의원의 질의에 답해야 하는 거다”라며 격양된 목소리로 김성태 위원장에게 증인에게 경고를 하라고 항의했다. 그러자 주 전 사장은 지지 않고 “참고인이기 때문에 꼭 대답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물어보세요”라고 받아쳤다.
 
이에 이 의원은 “답변을 못하겠다면 못하겠다고 얘길 하라”고 목소릴 높였고, 주 전 사장은 “질문 다시 한 번 들어보겠다”고 받아쳤다. 이에 이 의원은 주 전 사장을 향해 “나가세요. 참고인 나가세요. 퇴장시켜요. 증인 아니고 참고인이니까 퇴장시켜도 된다”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이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자 “아니, 예의가 없잖아요” “아니, 의원이 질의를 하는데 의원이 간섭을 하는 거야”라며 삿대질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의원들끼리 잠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 “이분들은 기업가치 관심 없습니다” “결국 누군가가 감옥 가지 않고선…”
 
주 전 사장은 이날 청문회 마무리 발언을 통해서도 일침을 날려 화제가 됐다. 그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이같이 회고했다.
 
“작년에 삼성물산 합병을 처음 발표를 봤을 때는 저렇게 돈 많은 사람들이 치사한 짓을 통해 하려는 것에 놀랐었는데, 광고비를 250억씩 쓰고 언론이나 모든 사람들이 아무 말도 안하고 넘어가는 것을 보고 또 한 번 놀랐고, 세 번째로는 그 과정에서 국민연금까지 동원하려는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는데 그 대담함에 놀랐습니다”
 
주 전 사장은 나아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경영세습임을 강조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사실 오늘 하는 얘기도, 최순실씨에 관련된 의혹이 생기면서 다시 불거진 것이지, 삼성 입장에선 작년에 이미 다 끝난 걸로 생각하고 있었을 겁니다. 소위 말하면 ‘니들이 어쩔거냐’ 또 기업가치 말씀하시는데 이분들은 기업가치 관심 없습니다. 지분과 세습에만 관심있는 거죠”
 
그는 또 재벌 총수 누군가가 감옥을 가지 않고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유사한 사태는 계속 반복될 거라 단언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최순실 씨 때문에 다시 드러나게 된 것은 김상조 (한성대)교수도 작년에 제가 들었습니다. 김종중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한테 '당신들 이렇게 하는 것은 소탐대실이다. 나중에 부메랑으로 돌아온다'고 했는데 1년 걸렸습니다. 부메랑 안 돌아올 줄 알았는데 예상하지도 않은 데서 이렇게 터진 것이죠. 이런 게 바로 사회가 바뀐 것인데 재벌에 계신 분들은 사실은 옛날에는 집행유예, 병원가고 말다가 요즘은 한두 명씩 감옥가기 시작했는데 이번도 결국은 누군가는 감옥을 가지 않고는 이런 일은 다시 반복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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