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뒤에서 작심발언 “모두가 입 닫고 합병 옹호, 한국인으로서 창피했다”

▲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냈던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은 6일 자신이 부당한 압박을 받고 물러났음을 강조했다. ⓒ국회방송
[시사포커스/고승은 기자] “우리나라 재벌들이 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조직폭력배들이 운영하는 방식과 똑같아서 누구라도 한마디 말을 거역하면 확실하게 응징해야 다른 사람들이 말을 따라가는 논리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냈던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은 6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회 청문회에서 자신이 부당하게 물러났다고 주장하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뒷자리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당시 유일하게 합병반대의견을 냈다. 왜 반대했나”라며 주 전 대표에 질의했다.
 
주 전 대표는 이에 “당시 처음 보도가 나왔을 때 해도 너무 심하다. 보나마나 과대평가된 제일모직과 과소평가된 삼성물산을 합병한다는 것은, 단지 물산의 이사들이 안하겠다고 하면 되는 일인데 시행령 핑계대면서 합병하는 게 기가 막혔다.”면서 “국내 언론이나 우리나라에 발언권 있는 모두가 입을 닫고 찬동하는거 보고 기분이 안 좋았다. 증권회사까지 옹호해서 한국인으로서 창피했다"고 밝혔다.
 
손혜원 의원은 “내부 압력이 있다고 들었다”고 지적하자, 주 전 사장은 "처음 보고서가 나가기 며칠 전 금춘수 한화그룹 사장이 나를 보자고 해서 만나서, 한화그룹과 삼성은 사이도 좋고 앞으로 딜도 많기 때문에 부정적인 보고서는 쓰지 말라고 했다“며 ”증권회사 사장한데 그런 것을 부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 다음주 월요일에 1차 보고서가 나갔다“고 밝혔다.
 
주 전 대표는 또 ‘삼성 측에서도 압력 있었느냐’라는 질문에 "삼성 쪽 지인 네사람에 걸쳐 연락이 와서 처음엔 한화증권이 가진 삼성물산 주식 0.02% 의결권을 위임해달라고 요청해왔고 이를 거절하자, 합병에 찬성해달라고 전화왔다. 그것도 안하겠다고 하니 ‘정 그럴거냐’는 식의 얘길 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또 주 전 사장은 한화그룹 내부에서도 압력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주 전 대표는 "1차보고서 나간 후 금춘수 사장이 '한번은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당신 때문에 장충기 삼성전자 사장한테서 불평을 들었다. 다시는 그런 보고서 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2차 보고서가 나간 다음엔 김현배 삼성생명 대표이사(부회장)이 직접 아침에 전화를 하더니, 2번째 보고서나간 것 때문에 기분이 격앙돼 있다고 하더라. 그러면 주사장이 물러나야할 거라고 하더라. 그래서 저는 물러날 생각 없으니 절차대로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주 전 사장의 공식 임기는 올해 3월 주주총회까지였으나, 한 달 전인 2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와 관련, 청문회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금춘수 사장이 주진형 사장에게 물러나라고 했던 것은 당연히 김승연 회장의 뜻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김승연 회장은 한화투자증권 주식을 한주도 가지고 있지 않고 등기이사도 아니다. 그런 분이 상장회사에서 주주의 뜻에 의해 뽑힌 사장을 물러나라고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얼마나 엉망인지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의미에 대해선 “이재용 부회장은 재산 대부분을 제일모직 주식으로 갖고 있었고,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주식을 많이 갖고 있는 지주회사다. 두 회사의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의 재산을 지주회사의 주식으로 바꾸는 과정”이라며 “삼성그룹 3세 승계과정을 완성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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