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물질에 법정다툼…불신만 초래

식품업계들이 진흙탕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유명 식품업체의 상표가 붙은 분유나 라면, 생수에서 쇳가루, 벌레, 세균이 잇따라 검출되는 등 품질관리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모 분유업체에서 이물질 파동이 일어났을 때도 식품업체들은 내 탓은 아니고 다른 회사 탓이라고만 하는 등 잘잘못만 따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식품업체들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고 있다. 이물질 파동에 이어 식품업체 간 줄 소송 사태도 소비자들의 불신에 기름을 분 격이 됐다. 기업간의 ‘선의의 경쟁’ 구도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악재 중 하나다. 소비자 신뢰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드는 이 같은 행태가 식품업계 전체를 `공멸의 길`로 내몰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식을 줄 모르는 가공식품의 이물질 파동 회사원 이모(36) 씨는 A기업에서 만든 과자를 먹던 중 소스라치게 놀랐다. 과자봉지 속에서 큼지막한 벌이 나왔기 때문이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이씨는 제과회사에 항의했고 다시는 해당 회사의 제품을 사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A기업처럼 이물질 파동을 겪은 식품가공업체들은 많다. 분유, 생수, 라면 등 종류도 여러 가지다. 가공식품에서 나온 이물질도 다양하다. 쇳가루, 세균, 벌레와 같은 이물질이 발견되고 있지만 업체들은 속수무책이다. 식품업체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 것이다. 생수에서도 이물질 파동을 겪고 있다. 유명 생수업체인 풀무원도 며칠 전 B마트에서 2ℓ들이 `풀무원 샘물`을 전량 회수하는 리콜 소동을 벌였다. 한 소비자가 대형 마트에서 생수를 사먹은 뒤 두통 증상을 호소하는 등 문제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류인택 풀무원 차장은 "소비자 안전을 위해 해당 제품을 수거해 조사 중"이라며 "정확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당 생수의 판매를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라면 업체도 마찬가지다. 농심의 ‘생생우동’에서는 라면 봉지를 열자 번데기가 들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코카콜라`(코카콜라보틀링) 등도 이물질 파동을 겪었거나 변질된 내용물로 인해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툭하면 불거지는 법정소송 식품업계 라이벌 간의 줄소송 사태도 업계의 불신을 자초하는 부분이다. 해태제과는 오는 9월 말쯤 특허법원에 롯데제과의 `석류미인`을 상대로 상표권 등록 취소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서울지법에도 롯데 측의 상표권 가처분 결정에 대해 본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해태와 롯데는 제과업계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사사건건 충돌하는 견원지간으로 통한다. 해태제과가 이 같은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최근 롯데제과가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해태제과 `석류美人`의 상표권 가처분 판결을 받아낸 데 따른 맞불 공세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 커피시장의 라이벌인 동서석품과 한국네슬레도 비슷하다. 국내 커피시장 양대 업체인 동서식품과 한국네슬레 사이에 포장 박스 디자인을 놓고 법정 다툼이 벌어졌다. '맥심' 커피로 유명한 동서식품은 8일, 한국네슬레가 테이스터스초이스 커피믹스 100~250개들이 케이스를 제조하면서 자신들의 실용신안권을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이 케이스 사용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문제가 된 케이스는 테이블 위에 놓은 상태에서 아래 부분 일부를 뜯어내면 이를 통해 케이스 안에 있는 스틱 타입의 커피믹스를 볼 수 있고 동시에 손을 집어넣어 커피믹스를 꺼낼 수 있게 고안됐다. 동서식품은 "우리는 스틱상품 디스플레이 및 인출구장치에 대한 실용신안권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네슬레가 이를 침해한 포장박스를 제조해 시중에 유통시켰다"며 "한국네슬레 측에 이 제품을 폐기할 것을 요청했으나 한달이 지나도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서식품은 "우리는 실용신안권 침해 정지와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본안소송을 준비 중이며, 판결 전 이뤄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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