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신동주 경영권 분쟁 이후 계속 논란, ‘박근혜 탄핵안’에까지 명시

▲ 롯데그룹은 올해 4개월간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를 받아 신동빈 회장 등 총수 일가가 무더기로 기소됐다. 또 최근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의혹에 연루되면서 사실상 멘붕상태다. ⓒ뉴시스
[시사포커스/고승은 기자] 2016년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롯데그룹은 올해 4개월간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를 받아 총수 일가가 기소되는 등 끝없는 논란에 휩싸였다. 앞으로 남은 한 달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 논란에 시끌시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창립 50주년을 앞뒀지만 웃으면서 맞이할 수가 없다.
 
◆ ‘경영권 분쟁’으로 시작된 이미지 추락
 
지난해 벌어진 신동빈 회장과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이 발단이었다. 그러면서 여론의 질타 여론이 쏟아졌고 그룹 이미지는 크게 실추됐다. 특히 신 전 부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의 일본어 대화는 국민적 ‘반일 정서’를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8월 대국민사과에서 ‘롯데가 일본기업이냐’라는 질문에 “매출의 95%가 한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기업”이라고 답하며 진화에 나섰고, 그 다음 달에는 재벌총수로선 이례적으로 국정감사에 출석해 ‘추가적 경영권 다툼은 없다’고 답하는 등, 거듭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롯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지 았았고 그 여파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특허 취소되며 지난해 6월 영업 27년만에 문을 닫았다. 롯데면세점은 국내 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월드타워점도 좋은 실적을 달성했지만, 경영권 분쟁으로 나빠진 여론 때문이었다.
 
◆ 멀고 먼 ‘호텔롯데 상장’
 
신동빈 회장은 ‘원 롯데’ 깃발을 들고 대대적인 개혁을 위해 호텔롯데 상장, 면세점 재특허 취득(롯데월드타워면세점 재개장) 의지를 드러냈다.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일본기업’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는 것과 함께, 한국 롯데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다. 또 공모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모아 호텔·면세업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었다. 당초 호텔롯데 상장은 6월 말에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6월초부터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이른바 정운호 게이트)와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모든 계획은 무산됐다.
 
검찰은 지난 6월 10일, 롯데그룹 정책본부 등 계열사와 신동빈 회장의 집무실·자택 등 17곳을 압수수색하며 롯데그룹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그로부터 약 100일간의 긴 롯데수사가 진행됐다. 검찰의 롯데 수사과정에서 신 회장의 최측근 3인방 중 한명인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 신동빈 회장은 지난 9월 20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결국 한달 뒤 1천700억원 횡령 및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사진/시사포커스DB
롯데 비리 의혹의 정점이었던 신동빈 회장은 지난 9월 20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검찰은 신 회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결국 검찰은 지난 10월 19일, 약 4개월간의 롯데 수사에서 신동빈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비롯,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구속기소), 서미경 씨 등 총수일가 5명을 일괄 기소했다. 신동빈 회장에겐 1천700억원의 횡령 및 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 등은 모두 불구속 기소되며 ‘한숨’ 돌렸다. 그러면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들로부터도 재신임을 받으면서 경영권 강화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됐다.
 
◆ ‘쇄신안’ 발표한지 한 달 만에 ‘박근혜 탄핵안’ 여파
 
신동빈 회장은 지난 10월 25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에 이어 또 대국민사과를 하며 경영쇄신 방침을 밝혔다.
 
그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검찰수사로 중단된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 ▲순환출자 해소를 통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컨트롤타워 역할 해오던 정책본부 축소 재편 ▲세븐일레븐·롯데정보통신·롯데리아 상장 추진 방침 등 쇄신안 방침을 밝혔다.
▲ 신동빈 회장은 불구속 기소된 지 일주일이 지난 10월 25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뉴시스
쇄신안의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선 신 회장이 재판에서 무죄를 받아야 한다. 상장 규정상 분식회계나 배임·횡령 등의 혐의가 드러나면 3년간 상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이 시작하기도 전에 전대미문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터지고 말았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과 독대한 재벌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롯데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45억원을 출연한 바 있다. 이후 신동빈 회장은 지난 3월 박 대통령을 독대했다. 그 직후 K스포츠재단 측은 롯데 측에 접근해 75억원의 추가 출연을 요구했다.
 
추가 출연금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다가 롯데는 지난 5월 추가로 70억원을 K스포츠재단에 냈다. 당시는 검찰이 롯데그룹 수사를 앞두고 내사하던 기간이라, 수사를 빌미로 추가 지원금을 요청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K스포츠재단은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단행하기 직전 70억원을 돌려줬다.
 
또 신동빈 회장이 박 대통령을 독대한 직후인 지난 4월 29일 관세청은 갑작스레 ‘서울 면세점 4곳 추가’ 발표를 한다. 이 때문에 롯데 측이 면세점 사업 선정 대가로 거액을 출연한 게 아닌지, 최순실씨가 사업자 선정에 관여했는지 등에 의혹의 초점이 쏠려 있다. 이 과정에서 추가 선정 근거가 급조된 정황이 드러나며 특혜 의혹이 더욱 불거지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 대가성 거래가 있다는 의혹을 포착하고 지난달 24일 롯데그룹 정책본부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롯데그룹이 염원하는 월드타워점 재개장도 무산될 위기에 몰렸다. 롯데 측은 월드타워점을 통째로 비워놓고 재승인과 동시에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해놓는 등 재개장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으나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관세청은 예정대로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심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으나, 중단될 거라는 전망도 솔솔 흘러나온다.
▲ 롯데는 삼성·SK와 함께 야3당이 공개한 ‘박근혜 탄핵안’에 명시되며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사진/시사포커스DB
게다가 롯데는 삼성·SK와 함께 이른바 ‘박근혜 탄핵안’에 명시되며 직격탄을 맞았다.
 
야 3당은 2일 발표한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출연 기업들 중 적어도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특별사면, 면세점 사업권 특허신청, 검찰 수사 등 직접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었던 삼성, SK, 롯데 그룹으로부터 받은 돈(합계 360억 원)은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는 뇌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며 박 대통령에 뇌물죄를 적용했다.
 
또 롯데그룹의 추가 70억원 출연과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에 뇌물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가 적시됐다. 이와 관련, 향후 특검 수사 등에 따라 신동빈 회장에게도 뇌물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신동빈에 질문 쏟아질 국정조사, 그리고 특검
 
이런 논란들이 수없이 겹치는 와중에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30일 <하반기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그룹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선 정말 많은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며 “준법경영위원회·질적성장·정책본부개편·지배구조개선 등 지난 10월 발표한 경영쇄신안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국내 저성장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경제의 경착륙 등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 우리는 이대로 좋은지, 저성장시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 대표이사들에게 묻고 싶다”면서 “생존을 위한 고민을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나아가 “변화만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답”이라면서 “선도적으로 변화를 주도해 자신이 맡고 있는 회사의 생존 가치를 증명해달라”고 대표이사들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회의에 앞서 기자들은 신동빈 회장에게 ‘뇌물죄라고 하는 검찰의 의혹에 대해 인정하나', '최순실 관련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혀달라' 등의 질문을 던졌으나, 신 회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 신동빈 회장은 오는 6일 열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회 청문회에 다른 재벌총수들과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다. 박 대통령의 ‘뇌물죄’와 관련해 롯데그룹이 적시된 만큼, 국회의원들의 질문이 집중될게 확실시된다. ⓒ뉴시스
신 회장은 오는 6일 열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회 청문회에 다른 재벌총수들과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다.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돼 있어 출석을 피할 수가 없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은 지난 3월 박 대통령과의 독대 내용 및 5월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출연했다가 돌려받은 경위, 면세점 로비 의혹 관련 질문 등에 답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대통령의 ‘뇌물죄’에 롯데그룹이 적시된 만큼, 국회의원들의 질문이 집중될게 확실시된다. 아울러 향후 롯데그룹에 대한 특검 수사도 필연적인 수순으로 보인다.
 
정말 어수선한 롯데그룹은 연말 정기임원인사를 내년 초로 연기하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1일 국내외 경영 불확실성을 이유로 연기 이유를 밝혔다. 에둘러 표현하기는 했지만, 결국 국정조사와 향후 특검 수사가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롯데그룹으로서 악재는 또 있다. 최근 롯데는 사드 배치지로 성주골프장을 내주고 남양주 국유지를 국방부로부터 받았다. 그러면서 중국이 강력 반발했고, 지난달 29일부터 롯데그룹 중국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와 소방점검 등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결국 호텔롯데 상장이나 월드타워점 재개장 등 신동빈 회장이 발표한 쇄신안을 실천하기에는 ‘넘어야할 산’이 정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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