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장인’ LG전자 단독 사령탑으로…LG화학도 LG디스플레이 출신 영입하며 ‘기술’ 치중

▲ LG그룹이 1일 2017년도 주요 임원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경기 불황 속에서 ‘기술’ 쪽에 더욱 중점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뉴시스
[시사포커스/고승은 기자] LG그룹이 1일 2017년도 주요 임원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승진 인사들과 사업부 재편 등을 살펴본다. 모두 ‘기술’ 쪽에 중점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 '세탁기 혁명' 이끈 조성진 신임 부회장, ‘기술 리더십’ 보여줄까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LG전자의 사령탑(부회장)으로는 ‘40년 LG맨’이자 ‘세탁기 달인’으로 잘 알려진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 겸 사장이 앉았다. 조 신임 부회장은 1976년 용산공고를 졸업한 뒤,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해 지난 2012년까지 36년간 세탁기 ‘한 우물’만 팠다.
 
그가 LG전자에 입사했을 당시 세탁기를 쓰는 가정은 극소수 부유층을 제외하곤 거의 전무했다. 지금은 거의 모든 가정에서 세탁기를 쓰고 있다. 그 오랜 시간동안 늘 세탁기와 함께 해왔다.
 
그는 IMF직후인 1998년, 인버터 기술을 토대로 세계 최초로 세탁기에 상용화한 DD모터를 개발하며 세탁기 신화를 썼다. 이후에도 LG전자의 대표 혁신 세탁기들인 듀얼분사 스팀 드럼세탁기, 6가지 손빨래 동작을 구현한 ‘6모션’ 세탁기, 상단 드럼세탁기와 하단 미니워시를 결합한 ‘트윈워시’ 등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LG전자 측은 조성진 신임 부회장의 인선 이유에 대해 “지난해 H&A 사업본부장에 부임한 후, 세탁기 1등 DNA를 가진 사업에 성공적으로 이식해 올해 역대 최대 성과를 창출한 공로를 높이 평가받았다”며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 상단 드럼세탁기와 하단 미니워시를 결합한 트롬 ‘트윈워시’, 역시 조성진 신임 부회장의 지휘로 이뤄진 작품이다. ⓒLG전자
조성진 신임 부회장으로선 단독 CEO가 됨으로써 정책을 추진하는 데에선 한껏 힘이 실릴 전망이다. 구본무 LG회장 측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4대 그룹 가운데 고졸 출신 직원이 사령탑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탁기 장인’으로서 기술의 근본을 아는 조 부사장이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조 신임 부회장의 뒤를 이을 H&A사업본부장 겸 사장으로는 송대현 LG전자 CIS지역대표 겸 러시아법인장 부사장이 내정됐다. 송대현 신임 본부장은 지난 1983년 입사했고, 지난 2012년부터 러시아법인장을 맡은 바 있다.
 
LG전자 측은 송 신임 본부장에 대해 “입사 후 에어컨 컴프레서, 조리기기, 냉장고사업부장 등을 거치며 주요 가전 사업의 성과 창출에 기여했다”면서 “러시아법인장으로 부임한 후,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경조한 매출과 수익을 창출한 공로가 있다”며 인선 이유를 전했다.
 
이들 외에도 부사장 승진 5명, 전무 승진 13명, 상무 승진 38명 등 총 58명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하는 등 이른바 ‘승진 잔치’를 했다. 또 이날 발표된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B2C 조직은 핵심역량 위주로 정예화하고, B2B 조직은 고객 밀착형 조직으로 재편한다는 것이 골자다.
 
◆ 역시 ‘제조 경쟁력’ 강화에 중점 둔 LG화학
 
LG화학은 LG디스플레이의 임원을 사장-부사장으로 각각 인선한 것이 특징이다. LG디스플레이 제품 생산을 총괄했던 정철동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LG화학의 정보전자소재 사업본부장을 맡게 됐다.
 
정철동 신임 본부장은 지난 1984년 LG반도체(당시 금성반도체)로 입사해 2004년 LG필립스 LCD 생산기술담당, 2010년 LG디스플레이 생산기술센터장을 거쳤다.
 
이어 2011년부터 LG디스플레이 CPO 직책을 수행했으며, 대형 OLED와 플라스틱 OLED 팹 인프라 구축, 생산기술 확보 등 중장기 디스플레이 생산기반을 강화했다는 성과를 LG그룹 측으로부터 인정받았다.
 
LG화학은 정 본부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 “기존 편광판 및 고기능필름 사업 턴어라운드, 유리기판 및 수처리필터 등 신규사업의 조기 안정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LG화학은 LG디스플레이의 임원들을 승진시켜 사장-부사장으로 인선한 것이 특징이다. 역시 기술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LG화학
또 LG화학은 LG디스플레이의 주요 패널 공장장을 역임한 전수호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전수호 신임 부사장은 신설되는 전지사업본부 글로벌 생산센터장으로 선임됐다. 미래 성장 사업인 전지 분야의 제조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LG화학은 충북 청주를 비롯해 미국과 중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확보한 상태다. 또 내년을 목표로 폴란드에도 생산거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근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따라잡는 것을 목표로 삼은 패러데이퓨처가 배터리 공급업체로 LG화학을 선정한 바 있어, 향후 성장이 기대된다.
 
아울러 LG화학은 R&D 성과창출 및 연구역량 제고를 위해 CTO(Chief Technology Officer, 최고기술책임자) 조직을 신설했다. 이를 위해 유진녕 현 기술연구원장을 CTO에 임명했다.
 
이들 외에 전무 승진 5명, 상무 신규선임 11명 등 총 19명의 임원승진이 있었다. 한편, 지난해 3월 단독대표이사로 취임한 박진수 부회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구본무 LG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상무는 승진명단에서 제외됐다.
 
◆ 세계서 호평 받는 대형 ‘올레드 TV’ 강화
 
LG디스플레이에선 최형석 어드밴스드 디스플레이(AD, Advanced Display) 사업부장과 신상문 생산기술 센터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인사와 관련, “미래 준비를 위한 올레드(OLED)로의 사업 구조 전환과 차별화와 고부가 제품 확대를 통한 LCD 사업 경쟁력 강화”라고 밝혔다. 올레드 TV는 북미와 유럽 현지 유력매체들의 호평을 받으며 올해의 TV에 선정되기도 했다.
▲ 올레드 TV는 북미와 유럽 현지 유력매체들의 호평을 받으며 올해의 TV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정기인사를 통해서도 고부가 제품 확대를 거론하며 '기술'에 방점을 찍었다. ⓒLG전자
최형석 신임 부사장은 LG디스플레이에서 TV영업/마케팅 부문 그룹장을 거쳐 AD사업부장을 맡았다. 최 신임 부사장은 매출성장을 주도하고 중장기 관점에서 미래기술 개발 협업체계를 구축해 파트너십 기반을 강화한 점을 LG그룹으로부터 인정받았다.
 
신 센터장은 LG디스플레이에서 모듈센터장을 거쳐 생산기술 센터장을 맡았다. 신기술·신모델 생산의 조기 안정화 및 글로벌 모듈 생산 체계 구축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LG그룹으로부터 인정받았다.
 
LG디스플레이는 이들 외에도 전무 4명, 상무 9명 등 총 15명을 승진시켰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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