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찮은 ‘평창 조직위원장 사퇴’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어 경영비리 논란도

▲ 한진그룹은 올해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내달 청문회에 출석할 전망이다. 사진/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고승은 기자] 2016년이 불과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지금까지, 한진그룹은 올해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2014년 말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당하면서 한진그룹은 사면초가에 몰린 바 있다. 그 못지않은 악재를 올해 잇달아 겪었다.
 
지난 5월 조양호 회장의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 이후, 잇달아 사건들이 터지고 있다.
 
◆ 초유의 한진해운 법정관리까지…끊이지 않는 ‘최순실’ 논란
 
평창올림픽조직위에 몸담았던 관계자가 지난 2일자 <경향신문>에 증언한 바에 따르면,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갑자기 조 회장에게 "이만 물러나주셔야겠다“고 통보했고, 그 다음날 조 회장은 조직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조 회장은 물러날 당시 위기에 몰려있던 ‘한진해운 경영정상화’에 주력하기 위해서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배후엔 사퇴압력이 있던 셈이다.
 
당시 최순실씨 측이 13조원대의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평창동계올림픽의 각종 이권 사업을 겨냥한 상태였는데, 전문가인 조 회장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특히 조 회장이 물러난 배경으로는 최씨 측과 동업한 스위스 누슬리사에 시설 공사를 주라는 요청을 거부한 것이 거론된다.
 
이후 8월 말 벌어진 한진해운 법정관리도 한진그룹으로선 초대형 악재로 다가왔다. 준비없이 진행된 법정관리로 세계 각지에서 최악의 물류대란이 벌어졌다.
 
당시 최악의 물류대란에 대해 정부는 수습방안을 내놓긴커녕 ‘강건너 불구경’식으로 일관하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대책마련보다는 조양호 회장 때리기에 앞장섰다.
▲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이후 주요자산을 매각하며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뉴시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월 13일 국무회의에서 한진해운 물류대란과 관련 "해운이 마비되면 정부가 어쩔 수 없이 도와줄 수밖에 없다는 안일한 생각이 이번에 국내 수출입 기업들에게 큰 손실을 줬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한 기업의 무책임함과 도덕적 해이가 경제 전반에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오는지 모두가 직시해야 한다”고 조양호 회장 등을 맹비난했다.
 
물론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의 경영 무능이나 도덕성 논란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한진해운이 지난 수십 년간 쌓아놓았던 물류망이 무너지고, 관련업체의 줄도산 및 대량해고, 지역경제 붕괴, 화물주의 손배소송 등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추산 안 되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급한 불을 끌 생각은 없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은 한진해운에 대한 일시적 국유화 등을 주장하며 일단 살린 뒤, 경영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으나 정부는 “한진해운을 살리기엔 세금이 너무 많이 든다”며 지원여부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STX조선해양(현재 법정관리), 대우조선해양 사태 때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수조원대 세금을 쏟아 부은 바 있어 형평성 논란이 인다.
 
이같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도 최순실씨 입김이 작용했다는 논란이 인다. 한진그룹의 매출액과 비교해 적은 재단 출연금(미르재단에 10억원 출연)을 냈다가 미운털이 박혔다는 것이다.
 
한진해운 육상노조도 "(현대상선보다)한진해운을 살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얼라이언스 가입에 성공했고 용선료 협상도 마무리 중이었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갔다“고 토로한 바 있다.
 
결국 한진해운은 핵심자산을 모두 매각하고 껍데기만 남은 상황이라, 사실상 해체수순을 밟고 있다. 조양호 회장으로선 선친인 고 조중훈 회장이 일궈온 한진해운을 몰락시켰다는 점에서 적잖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 불거진 ‘일감 몰아주기’ 논란, ‘화난’ 조종사들
 
최근엔 그룹 내 부도덕한 경영 행태가 수면 위로 떠오름에 따라, 여론의 거센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7일 대한항공이 계열사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에 부당 지원한 행위(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이들 3개 법인에 과징금 총 14억3천만원을 부과했다. 아울러 대한항공과 조양호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기내면세품 판매업무 보조 및 일반상품 카달로그 통신판매 등 대한항공 기내에서의 상품 판매를 하는 싸이버스카이는 조양호 회장의 자녀들인 조현아 전 부사장, 조원태 부사장, 조현민 전무가 각각 33.3%씩 지분을 보유하던 회사다.
▲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대한항공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한항공과 조원태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사진/시사포커스DB
대한항공은 지난 2009년부터 싸이버스카이에게 기내 면세점 구매 예약 웹사이트(싸이버스카이숍)의 운영을 맡기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인터넷 광고 수익을 모두 싸이버스카이에 몰아줬다. 나아가 대한항공이 받아야 할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등 수익을 몰아줬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일자 대한항공은 싸이버스카이 지분을 지난해 11월 모두 사들였다.
 
또 대한항공은 2009년 조양호 회장 일가가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유니컨버스에도 콜센터 운영 업무를 위탁한 후 시스템 장비에 대한 시설사용료와 유지보수비를 과다하게 지급하는 방법으로 부당한 이익을 올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논란이 일자 유니컨버스는 올해 4월 한진정보통신에 콜센터 사업 부문을 팔아치웠다.
 
또 대한항공 노사갈등도 격해지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11년만에 전면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노조는 사측에 37%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해외 항공사들에 비해 임금 인상폭이 지나치게 작아, 많은 조종사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대한항공의 실적이 올 3분기 들어 대폭 개선된 점도 들었다.
 
하지만 회사 측은 기존에 제시했던 1.9%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조양호 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해 이재용·정몽구·최태원·김승연 등 재벌 총수들과 함께 1차 청문회(12월 6일)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건인 만큼,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어 불출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조만간 특검도 진행될 예정이라 조 회장은 소환조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말에도 한진그룹은 정말 ‘어수선’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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