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에 미운털 박혀 기업 경영 흔들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경질된 것과 한진해운이 공중분해 된 것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CJ그룹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경영일선에 물러난 것을 두고 현 정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사진/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김용철 기자]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기업 중 한진그룹과 CJ그룹이 비선실세 최순실씨 눈 밖에 나 곤욕을 치른 정황이 드러나면서 왜 이들 기업이 유독 현 정권에 미운털이 박혔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경질된 것과 한진해운이 공중분해 된 것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CJ그룹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경영일선에 물러난 것을 두고 현 정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최씨 그림자에 한진그룹 흔들
우선 조양호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난 배경에 대해 한진해운 경영이 어려워져 기업 경영에 몰두하기 위해 조직위원장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자진 사퇴가 아닌 외압에 의해 전격 경질된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확산됐다.

스위스 경기장 건설 관련 누슬리 업체가 지난해 평창조직위 개·폐회식장 업체 선정 입찰에서 선정되지 앉자 이후 조 회장이 전격 경질됐다.

누슬리 업체는 올해 3월 초 최순실씨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더블루K와 협약을 맺고 동계올림픽 시설 공사를 수주하려고 했다. 당시 조 회장은 스위스 누슬리에 평창 동계올림픽 시설 공사를 맡으라는 청와대의 지시를 받았지만 누슬리 업체가 시설 공사에 합당하지 않다며 반대 의견을 내며 거절했다. 이후 최씨의 눈 밖에 나면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압력으로 조 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 조양호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난 배경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도 최순실씨의 개입에 의한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시사포커스DB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지자 조 회장은 “김 전 장관으로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 압박을 받았나”라는 질문에 “언론에 다 나왔는데 기사에 나온 것이 90% 맞다”고 말해 의혹이 사실임을 알렸다. 미르재단에 10억원만 기부하고 K스포츠재단에 기부하지 않아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해임됐다는 의혹을 인정한 셈이다. 조 회장은 지난 14일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난 의혹과 관련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도 최순실씨의 개입에 의한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자 정부는 18일 한진해운에 자금을 지원하지 않은 이유로 부족자금(1조3000억원)대비 자구노력 부족, 용선료 조정 및 선박금융 유예 등 정상화 과정 실패, 대주주의 정상화 의지 미흡 등을 들었다. 이 같은 방침은 일관된 원칙에 따라 추진됐다며 최씨 개입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용선료 문제만 보더라도 앞서 현대상선의 경우 용선료 조정 때 5월 중순 내 협상이 완료될 가능성이 없자 기간 연장을 했지만 한진해운의 경우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한 것도 이중잣대를 적용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석연치 않은 해명에 의혹은 더 증폭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해 초 조양호 회장과 최순실씨와 2차례 독대에서 거액을 요구했다는 모 매체의 보도에 한진그룹은 “조 회장이 최순실씨를 만난적이 결코 없다”며 “오보에 대해 제반 초지를 취할 것이다”고 반박했다. 지난 20일 검찰은 중간 수사 발표에서 53개 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774억원을 대가성이 있는 뇌물이 아닌 강압에 의한 출연금으로 판단했다. 한진그룹은 “수사중인 사안에 기업이 이렇다 저렇다 논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향후 있을 국정조사 및 특검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21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8대 그룹 총수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정조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태와 최씨와의 독대 여부를 질문할 것으로 보여 조 회장의 입에 주목되고 있다.

◆CJ ‘K컬처밸리’ 특혜 의혹 차단 주력
▲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불거진 ‘K컬처밸리’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CJ그룹 관계자는 “K-컬처밸리는 우리 콘텐츠를 활용한다는 사업의 확장성, 연계성 측면에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온 것”이라고 항간의 의혹을 일축했다. 사진/시사포커스DB

CJ그룹도 한진그룹과 마찬가지로 현 정권의 미운털이 박혀 이미경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의혹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미경 부회장은 2014년 갑작스레 경영일선에 물러나 미국으로 떠났다. 당시엔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녹취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청와대 압력으로 물러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녹취록엔 2013년 말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미경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물러나야 한 뜻을 전했다.  녹음 파일 내용엔 조 전 수석이 “너무 늦으면 진짜 저희가 난리가 난다. 지금도 늦었을지도 모른다”며 퇴진 압력을 넣었다. 또한 “VIP의 뜻”이다며 거듭 이 부회장의 퇴진을 거듭 요구했다.

이 부회장이 갑작스레 경영 퇴진 압박을 받은 이유에 대해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지만 tvN에서 방영한 ‘SNL 코리아’등 정치 풍자 프로그램과 CJ 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한 영화 ‘변호인’과 2014년 다보스포럼 기간 중에 열린 CJ그룹이 주관한 ‘한국의 밤’ 행사에서 ‘한류 전도사’로 이 부회장이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자 박 대통령이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눈 밖에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CJ그룹은 현 정권 코드에 맞는 문화 콘텐츠 사업을 진행하면서 최순실씨의 측근인 차은택이 주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 수조원을 쏟아 붓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불거진 ‘K컬처밸리’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CJ그룹 관계자는 “K-컬처밸리는 정부의 강압이나 특혜에 의한 것이 아니고 우리 콘텐츠를 활용한다는 사업의 확장성, 연계성 측면에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온 것”이라고 항간의 의혹을 일축했다. CJ그룹은 CJ E&M이 주도하는 1조4000억원 규모 ‘K-컬처밸리’ 사업에 ‘K-컬처밸리’ 사업권을 따내는 과정에서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의 측근인 차은택씨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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