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朴, 비상시국위 연석회의 열어 ‘선 긋기’ 가속화…親朴도 ‘중진간담회’로 맞불

▲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요동친 새누리당이 결국 지도부마저 친박계와 비박계로 분열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16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사실상 별도의 지도부를 구성한 비박계로 인해 결국 ‘반쪽짜리 대표’로 전락했다.
 
앞서 이 대표는 내달 21일로 자신의 사퇴일자를 못 박을 만큼 배수진을 쳤음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 비박계를 중심으로 즉각적인 사퇴 요구가 이어지자 전날부터 강공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이에 따라 친·비박 간 갈등은 더욱 격화돼 아직 분당 가능성에 대해선 어느 쪽도 언급하고 있지 않음에도 흘러가는 양상만 보면 벌써 분당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인데,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앞둔 시점에서 집권여당마저 지도부가 분열된 만큼 향후 정국이 더 예측하기 어려운 소용돌이로 빨려들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벼랑 끝 이정현, ‘친박 결집’으로 정면돌파?
 
이 대표는 전날 3선 의원 간담회에 이어 16일 최고중진연석간담회를 열어 당 봉합에 나서려고 했지만 이미 돌아선 비박계 중진들은 이날도 전원 불참으로 대응하며 사퇴 압박 기조를 이어갔다.
 
다만 전날 단 1명 참석한 데 그친 3선 의원 간담회와 달리 이날 최고중진연석간담회에는 18명의 의원이 참석했는데, 초선의원 모임 간사 자격으로 참석한 박완수, 정운천 의원을 제외하곤 예상대로 친박 의원 일색이다 보니 당의 단합 방안을 모색하려던 본래 취지와 달리 분노한 친박들의 비박 성토장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이날 오전 간담회에 참석한 중진 의원들은 최경환, 원유철, 정우택, 조경태, 정갑윤, 이주영, 홍문종 등 7명이며 이밖에 조원진, 이장우, 최연혜, 유창수 최고위원을 비롯해 박명수 사무총장, 박덕흠, 박맹우, 박완수, 정운천, 최교일 의원 등도 함께 자리했다.
 
먼저 이 대표는 자신에게 사퇴를 촉구하며 보이콧을 이어가는 비박계를 겨냥해 “1년 8개월의 임기를 반납하고 앞으로 약 한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수습을, 말하자면 새로운 지도부를 뽑고 그 사이에 있는 여러 정치 현안 수습을 하고 깨끗하게 물러나겠다고 이미 로드맵을 발표했다”면서 “이 당에서 각자의 언동을 신중하게 좀 해달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자신이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 당 대표임을 강조하려는 듯 “끊임없이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매월 돈을 내가면서 새누리당을 지켜온 수많은 당원, 일반당원들과 책임당원들이 진짜 이 당의 주인이자 주권자”라며 “어떤 누구도 이 당을 이날 이때까지 지키고 앞으로 지켜갈 책임당원과 일반당원들의 권리와 권한을 뺏을 수도, 무시할 수도, 그럴 자격도 없다”고 비박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 최경환 의원은 현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비박계의 주장에 맞서 “어떻게 로드맵을 마련해서, 어떻게 하느냐는 당내 공감이 있은 후에 지도부가 물러나는 것이 맞다”면서 “지도부가 솔직히 아무런 대안 없이 물러나는 것도 무책임하다”고 말해 이 대표에 한껏 힘을 실어줬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뒤이어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도 현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비박계의 주장에 맞서 “어떻게 로드맵을 마련해서, 어떻게 하느냐는 당내 공감이 있은 후에 지도부가 물러나는 것이 맞다”면서 “지도부가 솔직히 아무런 대안 없이 물러나는 것도 무책임하다”고 말해 이 대표에 한껏 힘을 실어줬다.

이 뿐 아니라 최 의원은 “당내 기구를 만들어 안에서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컨센서스가 이뤄지면 그에 따라 로드맵을 만들어 지도부가 거취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전대를 하면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이 대표의 조기 전대 제안에도 적극 동조 의사를 내비쳤다.
 
반면 조기 전대를 거부하며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비박계 측 주장에 대해 최 의원은 “우리가 비대위, 비대위 하지만 전당대회를 하기 위한 비대위”라며 “비대위만 마르고 닳도록 할 수 없는 노릇 아니냐”고 꼬집어 조기 전대가 비대위보다 적절하고 궁극적인 방안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친박계 중진들은 이런 신경전이 결코 당 분열로까지 확대되지 않아야 된다는 점에는 모두 공감했는데, 최 의원은 “뭐 잘한 게 있다고 너네끼리 싸우냐는 게 당원들의 정서”라며 “서로가 삿대질하는 것은 국민과 당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자제를 촉구했다.
 
같은 친박계인 정갑윤 의원 역시 “당이 굳건하지 않으면 계파가 무슨 소용이냐”며 “서로 미움의 칼을 내려놓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기에 정우택 의원도 친박 측의 조기 전대론과 비박 측의 비대위 주장이 계파 갈등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는 데 대해 “빠른 시일 내에 전국위를 열어 비대위인지 전대인지 당원들의 총의를 모으자”고 제안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비박계 측 주장을 수용하는 양보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는데, 이주영 의원은 “비박계에 대해 공격적인 발언보다 함께 같이 가자는 유연한 자세를 더 인내심을 갖고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이 상황에 대해 책임진다는 명분을 갖고 (이 대표가) 퇴진하는 것도 깊이 고려해야 한다”고 밝혀 친박계로선 파격적인 입장을 내놨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 별개 지도부 세운 비박, ‘정진석’까지 합류
 
이런 가운데 이날 회의에 불참한 비박계는 같은 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상시국위원회 공동대표단 및 실무단 연석회의를 열고 현 지도부와 별개로 향후 정국 운영방안을 논의해 ‘한 지붕 두 가족’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날 연석회의에는 김무성, 권성동, 김재경, 정양석, 김성태, 오신환, 박인숙, 김학용, 심재철, 주호영, 강석호, 윤한홍, 장제원, 황영철, 김세연, 이학재, 이종구, 김현아 의원이 참석했으며 전 지자체장 출신의 대권잠룡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도 함께 했다.
 
특히 비박계 지도부라 할 만한 이날 비상시국위 회의에는 오전 중 열린 최고중진연석간담회엔 얼굴조차 내비치지 않은 정진석 원내대표도 등장해 한층 무게감을 더했는데, 그간 중립적 입장을 취해왔던 정 원내대표는 “잠깐 와달라는 요청을 받아서 왔다”면서도 앞으로 비박계와 함께 할 것임을 시사했다.
 
회의 참석자 중 한 명인 오신환 의원에 따르면 이날 회동에서 주로 박근혜 대통령의 거취와 관련해 탄핵, 하야, 제3의 방안 등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끝내 별 다른 결론은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첫 회의다보니 비록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어도 이정현 체제에 맞선 비박계 지도부 출범이란 의미에서 이 대표에 상당한 압박을 줬다는 데에 의의를 뒀다.
 
실제로 오 의원은 이날 회의 결과 브리핑 자리에서도 이 대표를 겨냥 “이정현 체제는 이미 대표성을 상실했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책임지고 반성하는 모습의 첫걸음은 지금의 당 지도부가 사퇴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비박계가 친박 측과 완전히 각을 세운 가운데 오는 18일에는 비상시국총회까지 열어 한층 압박 기조를 강화해나갈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정진석 원내대표까지 돌아서버린 현 지도부의 고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이 대표는 보수여당 최초 호남 출신 대표라는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세웠음에도 불과 취임 100일 만에 당 장악력을 크게 잃게 되면서 장차 내달 21일 사퇴하게 되면 지난 2011년 취임 5개월여 만에 대표직을 내려놓은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보다도 더 짧은 역대 최단기 재임의 불명예도 안게 돼 그야말로 설상가상의 난국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나와 같이 꿈과 희망을 갖고 있지만 환경이 맞지 않아 막막해 하는 80%가 넘는 거위와 무수저들에게 꿈이 되고 싶었고 대변하고 싶었다”면서도 “당내 화합을 어느 정도 이뤄가고 비주류 인사들에게 더 많이 찾아가 인사 나누고 자문 구하고 했는데 이런 부분이 좌절돼 많이 슬프다”고 씁쓸한 심경을 전해 착잡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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