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박도 ‘탄핵’ 등 압박수위 높아져…민주당, 靑에 단독 ‘영수회담’ 제안

▲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3차 촛불집회가 열린 12일 오후 시민들의 서울시청광장 인근도로에서 “박근혜 하야”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 12일 전국 곳곳에서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서울에선 민주화 이래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가 열려 일부 시위대는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가기도 했다.
 
이 같은 격앙된 민심에 정치권도 민감하게 반응해 야권은 물론 여당 내 일부 의원들조차 ‘탄핵안 발의’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는데, 이렇듯 점차 강경론이 득세하자 다급해진 청와대는 14일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전격 제안한 ‘박 대통령-추미애’ 단독 영수회담까지 수용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대내외의 퇴진 요구를 받아들여 자신의 거취에 대한 결단을 분명히 내릴 것인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퇴진 일축해온 朴 대통령, 끝내 ‘탄핵’ 압박까지 직면
 
그간 2선 후퇴는 물론 탈당 요구에도 거부반응을 보였던 박 대통령은 12일 있었던 대규모 집회 다음날인 13일에조차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국정 정상화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입장을 내놨을 정도로 대통령 직을 놓지 않으려는 속내를 내비친 바 있다.
 
이 때문인지 촛불집회를 통해 민심의 분명한 목소리를 확인한 정치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박 대통령이 스스로 하야하지 않는다면 탄핵을 추진해 강제로 물러나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경론이 힘을 얻고 있다.
 
먼저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탄핵’론에 무게를 실은 인사는 비박계 수장격인 김무성 전 대표다.
 
김 전 대표는 여당 대선주자들 중 처음으로 탈당을 요구한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13일엔 ‘탄핵’ 의지까지 강하게 피력해 당내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에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질서 있는 정국 수습방안을 빨리 내놔야 한다”면서 “대통령은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의 길로 가야 한다”고 탄핵 추진 의사를 드러낸 데 이어 14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헌법절차에 따라서 할 수 있는 길은 탄핵 밖에 없다”고 거듭 탄핵 의사를 강하게 드러냈다.
 
여기에 김무성계로 분류되는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역시 14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야당마저도 꺼내기 주저하는 탄핵이라는 말이 오히려 새누리당에서 먼저 나오고 있다”며 “당내에서 탄핵에 대한 목소리를 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고 탄핵 주장에 한층 불을 지폈다.
 
다만 아직 같은 비박계 내에서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탈당’,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는 ‘2선 후퇴’를 주장하는 등 대권잠룡들 간 상호 견제 의식도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초강경론인 ‘탄핵’이 어느 정도 힘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여당에서도 탄핵 이야기가 불거질 만큼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했는지 그동안 뜸을 들이던 야권까지 탄핵 추진 가능성을 본격 언급하기 시작하고 있는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3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마지막 할 일은 평화롭고 순조롭게 정국정상화에 결자해지하는 것”이라며 “그러지 않는다면 국민의 손으로 헌법이 대통령에게 드린 권한을 돌려받는 절차가 남았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도 13일 페이스북에서 “(최순실 게이트 관련) 교사범·공동정범으로서 대통령의 범죄가 적시된다면 국회는 헌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탄핵이란 행동에 들어가야 하는 책무를 안게 된다”며 “지금 이 시점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을 상대로 부역자가 될 것인가, 국민 편에 설 것인가 선택할 것을 요구하고 전방위 접촉에 들어가야 한다”고 탄핵 절차에 들어가자는 입장을 내놨다.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만큼 야권 성향 무소속까지 합쳐도 171석에 불과해 새누리당 의원 중 최소 29명 이상이 탄핵에 동조해야 하는데,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야권에서도 여당 내 비박계 등과 접촉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역시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14일 비대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박 대통령을 겨냥 “퇴진에는 하야와 탄핵이 함께 포함돼 있다”면서도 “현재 하야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실, 그리고 새누리당 친박 일부 의원들의 작태를 볼 때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혀 탄핵 방안도 고려 중임을 내비쳤다.
 
특히 박 위원장은 “비박에서 탄핵을 얘기했다. 물밑대화를 종합하면 (새누리당 내 탄핵 찬성표) 40여석은 확보 가능한 것으로 예상한다”며 “물리적으로 보면 새누리당에서 29석이 와야 하지만 우리는 통상 무기명 비밀표결이기 때문에 최소한 40여석의 새누리당 의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해 현 시점엔 탄핵도 실현가능한 대안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만약 대통령이 하야하거나 탄핵을 당하면 총리가 대통령의 직무대행, 권한대행으로서 모든 국정을 이끌고 특히 개헌이나 대통령 선거를 치러내야 한다”며 “그대로 황교안 총리가 재임하면 거국중립내각이 아니고 박 대통령 정권의 연속이다. (대통령) 탈당을 기초로 3당 대표들과 영수회담을 통해 중립적이고 능력 있는 총리가 합의 결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뿐 아니라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실제 탄핵소추 발의에 앞서 법적·정치적 제반사항을 준비 및 점검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검토위원회’를 국회의장 직속기구로 설치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등 야권 역시 이전과 달리 더는 역풍 가능성을 의식하지 않고 탄핵도 얼마든지 선택 가능한 사항으로 여기는 모습을 보였다.
 
◆ 추미애, 靑 영수회담 ‘돌발’ 제안…정국 변수될까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처럼 가장 강력한 퇴진 압박 카드로 여겨지는 탄핵안에 대해서도 여야가 성사 가능성을 이전보다 분명하게 열어두고 있는 가운데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에게 양자 영수회담을 전격 제안해 정국을 뒤흔들었다.
 
추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에서 “오늘 이른 아침에 제1당 대표로서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한 만남이 필요하다고 보고 청와대에 긴급회담을 요청했다”고 전격 공개했는데, 이전까지는 대통령이 2선으로 후퇴한다는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영수회담에 응할 수 없다던 게 당 차원의 공식 입장이었던 만큼 갑작스러운 추 대표의 양자 영수회담 제안에 야권 전체가 당혹스러운 반응을 내놓고 있다.
 
당장 국민의당에선 추 대표가 박 대통령에 일방적으로 양자회담을 제안한 데 대해 맹비난하고 나섰는데,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14일 비대위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지난 12일) 토요일 모인 민심이 바라는 게 그거였는지 되묻고 싶다”고 꼬집었으며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당에 한마디 상의도 통보도 없이 이뤄졌다”며 “추 대표의 진의가 어디서 출발했는지, 과연 촛불 민심과 국민 염원을 알고 있는지 의아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의당 역시 심상정 대표가 즉각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은 민주당에 수습 권한을 위임한 적이 없다”며 “국민들에게 야권 균열 우려만 키우는 단독 회담을 반대한다”고 회담 취소를 요청했다.
 
심지어 민주당 내에서도 제대로 논의가 없었는지 문재인 전 대표도 이날 자신의 대변인격인 김경수 의원을 통해 “사전에 협의하거나 연락받은 바 없다”고 선을 그은 데 이어 또 다른 당내 대권잠룡인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날 오마이뉴스 팟캐스트에 출연한 자리에서 ‘명백한 오판’, ‘납득할 수 없는 행보’란 표현을 써가며 추 대표의 돌발 제안을 혹평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 같은 야권의 분열이 호재라 생각했는지 추 대표가 제안한지 몇 시간 되지도 않아 즉각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수용 의사를 표했는데, 박 대통령으로선 여야 모두 자신을 향해 압박을 강화하고 있어 뚜렷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추 대표의 제안이 현 상황을 바꿀 어떤 계기를 마련하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에 일단 수락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날 오후 열린 의총에서도 격론이 일었을 정도로 이번 영수회담 제안이 당내 논의 없이 이뤄진 추 대표의 결정으로 관측되는 만큼 내일 있을 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별 다른 성과 없이 회담이 마무리될 경우 추 대표의 입지와 야권 내 민주당의 신뢰도는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양자 영수회담이 난국을 타개할 추 대표의 묘수가 될지, 아니면 자충수가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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