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이 ‘최순실게이트’에 격분한 민심으로 인해 출범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벌써 수주째 정권 퇴진을 외치는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고 12일에는 지난 2008년 광우병 파동 때를 뛰어넘는 수준의 대규모 집회가 예고돼 전국적으로 전례 없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치권 역시 민심의 동향을 읽고 야권에선 집회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으며 심지어 여당 내에서도 이번 사태가 일어난 데 대해 내부적으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일컬어지는 이정현 대표를 위시한 현재의 친박 지도부는 당내에서조차 책임을 논하자면 ‘사퇴 1순위’로 꼽히고 있는 만큼 비록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공당의 대표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기 계파의 정치적 입지만 고려해 여전히 사퇴 요구를 외면하면서 스스로 화를 자초하고 있다.
 
무엇보다 친박계 스스로 현재의 새누리당을 아무렇지도 않게 ‘난파선’이라 칭하는 등 이미 더는 구제할 수 없다고 판정을 내리면서 지도부 퇴진을 촉구하고 있는 비박계더러 협력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는데, 자신들이 이미 침몰만 남았다고 포기한 배를 무슨 수로 수습하겠다는 것인지 실로 논리가 맞지 않는다.
 
새누리호가 현재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배가 아직 침몰하지 않았는데, 친박계에선 배를 고쳐 다시 항진할 생각은 않고 심지어 ‘타이타닉호’를 거론하며 모두 장렬히 침몰해 끝까지 책임을 다하자는 식으로 키를 쥔 손을 놓지 않고 있다.
 
타이타닉호의 선장은 빙하에 충돌한 이후 승객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책임을 다하느라 침몰하는 그 순간까지 선원들과 배에 남아 승객 구조를 도왔지만 최순실게이트란 직격탄을 맞은 이정현호는 대체 누굴 탈출시키기 위해 끝까지 키를 쥐고 있겠다는 것인가.
 
누구보다 민심의 흐름에 민감해야 할 당 지도부가 이미 당을 봉합할 지도력도 잃은 판국에 곳곳에서 쏟아지는 비판에도 귀를 닫은 채 끝까지 당을 파국으로 몰고 간다면 결국 분당을 재촉하게 돼 본의든 아니든 이 대표 스스로 비박계 의원들을 탈출시키는 선장 역할만 자임하게 될 것이다.
 
이 대표는 더 이상 무능을 책임이란 미명으로 덮은 채 고집 피우지 말고 진실로 정국을 수습하고자 할 의지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자신이 조속히 사퇴하는 ‘첩경’을 택해야 한다.
 
자신이 물러난 뒤에 당청에 일어날 파장을 우려하기에 앞서 스스로 대표직을 놓지 않음으로써 지금도 새누리호의 침몰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재고해 부디 퇴진할 적기조차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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