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이 '한판승'으로 이길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양대 항공주들이 호.악재에 동시에 맞부딪히게 됐다. 한쪽에서는 학수고대하던 유가하락이 단순한 '조짐'을 넘어 '추세'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미국,유럽지역 경쟁당국의 담합조사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이것이 집단소송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증권가의 진단은 "담합과 소송보다는 유가하락에 무게를 두라"는 쪽으로 모아진다. 담합문제와 이에 따른 제재가 일회적 성격이 강한 반면, 유가하락이 추세화되면 투자심리에 미치는 효과가 더 클 뿐 아니라 실제 양 재료의 손익계산서를 면밀히 따져보면 유가하락이 '한판승'으로 이길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14일 시장에서 대한항공은 전날 약세에서 5.21% 반등, 3만2천300원에 마감됐고 아시아나도 6천750원으로 3.05%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항공사들의 유류비용은 매출액의 약 30%선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항공유 가격이 10%만 떨어져도 영업이익이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의미다. 반면, 담합혐의를 인정하고 8천500만달러를 지불하기로 한 독일 루프트한자의 사례를 근거로 추정해보면 미국,유럽 경쟁당국의 제재규모가 우려보다는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증권 송은빈 애널리스트는 "2005년 기준으로 루프트한자의 과징금 8천500만달러는 미주지역 화물매출액의 18% 수준"이라며 이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동일하게 적용하면 과징금 규모는 각각 420억원(2007년 예상 영업이익 6.8%), 130억원(2007년 예상 영업이익 6.4%)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물론 각국 경쟁당국의 제재 뒤에는 집단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돼 현재로서는 항공사들이 질 부담의 최종규모를 가늠하기 힘든 상태다. 하지만 집단소송은 상당히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소송가액이 천문학적 금액이 될 가능성이 낮아 악재로서의 영향은 당장 크지 않다는 게 증권가의 관측이다. 대신증권 양지환 애널리스트는 "통상 이런 소송은 연방하급법원을 거쳐 상급법원의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가나 담합조사외에도 항공산업에는 예상치 못한 각종 변수가 수시로 나타나기 때문에 투자포인트를 챙겨가며 투자해야 한다. 삼성증권 송 애널리스트는 "유가하락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됐으나 수익노선인 중국에서의 운임하락 우려가 상존하는 상황"이라며 "적극적 투자가 가능한 시점은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현 82달러에서 77달러 근방으로 하락할 경우"라고 지적했다. 푸르덴셜투자증권 최원경 애널리스트는 "과거 선례를 봤을 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미국과 EU의 반독점법을 쉽게 피해가기는 어려워보인다"며 "일단 상대적으로 화물비중이 높은 대한항공보다는 아시아나항공이 좀 더 나은 상황에 있고 대우건설 관련 그룹 리스크도 상당부분 해소됐으므로 현 시점에서는 아시아나항공에 포커스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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