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2번의 대국민 사과 담화로 정국의 키는 야당으로 넘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 회복을 위해 그동안 야당에서 줄곧 요구한 ‘국회에서 추천하는 총리를 임명해 내각을 통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이 요구하는 2선 후퇴나 새누리당 탈당 등 국정에서 손을 때라는 압박에도 요지부동 이었지만 지난 5일 촛불집회로 드러난 성난 민심에 8일 국회를 전격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총리 지명을 여야 합의로 추대하면 총리로 임명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를 사실상 지명 철회하는 수순을 밟고 ‘총리 지명권’을 국회로 넘겼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여야 원내대표를 소집, 박 대통령의 결정 내용에 대해 알렸지만 야권은 박 대통령의 결정이 국정에서 완전히 2선으로 물러난 건지 진위 여부가 불분명하다며 수용 여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야당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 5일 확인된 촛불집회에 확인된 대통령이 국정에서 완전히 손을 떼라는 민심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청와대가 국정 공백 사태를 맞은 배경에는 박 대통령과 야당의 책임이 크다. 특히 박 대통령이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이 드러나자 1차 대국민 사과 담화 발표를 했지만 민심에 흡족하지 못한 변명에 가까운 사과와 그것도 ‘녹화 사과’라는 역풍을 맞으면서 아직도 ‘불통’으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에 국민들이 2선 후퇴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주도권은 대통령도 아니고 집권 여당도 아니고 야당이 틀어쥐고 있다. 그러나 주도권이 야당에 있음에도 이를 즐기기만 하고 여야 합의 총리 인선을 뒤로 미루는 듯 한 인상을 주면 역풍이 불 수 있다. 국정이 총체적 위기에서 야당이 이제는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할 때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 옆에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국정을 함께 한 손발이 다 잘린 상태다. ‘식물 대통령’ 말이 나돌 정도로 국정이 위기인 상황에서 야당이 대통령을 압박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최근까지 야당의 스탠스가 여당과 박 대통령을 압박했다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해 국정 시스템을 정상화로 되돌리기 위한 야당의 통 큰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모든 문제가 지금까지 해결되지 못하고 계속 꼬이게 한 잘못은 박 대통령에 있다. 그래서 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총리 임면권을 국회에 넘긴 것도 야당에 기대지 아니하면 국정을 정상화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헌법에서 보장된 국가안보와 외치에만 전념하고 내치(內治)는 새 총리가 전면에 나서서 국정을 운영하면 된다. 이 방법 외에는 지금의 사태를 해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박 대통령이 사실상 2선 후퇴와 거국내각을 받아들인 것으로 판단한다”며 “대통령의 결단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9일 야당은 아직 박 대통령이 권한을 사수하기 위해 헌법안에서 총리에게 권한을 주는 것으로는 책임총리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설정이 불명확하다며 박 대통령의 제안을 일축했다. 이제는 박 대통령과 여당, 그리고 거대야당이 한 발짝 더 물러나야 물꼬를 틀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2선 후퇴 및 외치를 제외한 모든 권한을 새 총리에 일임하는 입장 표명으로 명확하게 선을 그어줄 필요가 있으며, 야당은 제도권 안에서 국정 정상화를 위해 반대를 위한 조건을 더 이상 걸지 말고 영수회담을 조속히 열어 박 대통령의 입장을 확인하고 이에 따른 난국 수습의 역량과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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