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 내내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 산적한 ‘구조조정’ 과제만 남기고 바통터치

▲ 재임 내내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에 휩싸였던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취임 10개월만에 물러나게 됐다. 사진/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고승은 기자] “최근 국민경제에 부담되는 경제현안들이 잇달아 터지고 있어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 그 중에 하나는 경제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기재부장관이 잘 안 보인다”(10월 5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산업부와 금융위원회가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그런 부분의 갈등을 없애주고 구조조정을 하나로 이끌고 갈 컨트롤타워 (역할은)경제부총리가 해야 할 일인데 지금 미흡하지 않나” (10월 20일 SBSCNBC 용감한 토크쇼 직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재임 내내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에 휩싸였던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10개월만에 물러나고,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 ‘바통’을 넘기게 됐다.
 
그는 지난해말 국토교통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후, 국회로 돌아가 20대 총선 출마를 준비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난 1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전격 임명된 바 있다.
 
그는 경제부총리 취임사에서 "구조개혁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 4대 구조개혁 완수가 가장 시급하다. 개혁이 없으면 미래도 없다“면서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백병전도 불사해야 하고 개혁의 결실을 이끌어내도록 제가 가장 앞에 서겠다“며 결기를 드러냈다.
 
하지만 조선·해운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폭증, 부동산 과열 등 국민경제에 부담되는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지만, 성과도 존재감도 보이지 못했다.
 
◆ ‘원칙’에 따라 구조조정? 갈팡질팡만…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 처리 문제를 두고 금융위원회와 해양수산부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대우조선해양 처리 문제를 두고는 금융위가 각각 대립했다. 그러나 이를 조율해야할 상황에 유일호 부총리는 존재감이 없었다.
 
한진해운 물류대란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유 부총리는 갈팡질팡하며 한동안 “한진해운 정상화 위해 총력 다하겠다” “물류대란 다음달까진 해결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말만 반복했다. 물류대란 사태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 물류대란은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다.
 
유 부총리는 지난 9월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실기업에 대한 원칙없는 지원은 결국 국민들의 소중한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한진해운 지원을 포기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달 말 발표한 <조선·해운업 경쟁력 강화방안>에서 조선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체제를 유지하는 등, 17조7천억 규모의 지원안을 발표했다.
▲ 유일호 부총리(우측)는 산적한 구조조정 과제 등을 남기고 임종룡 내정자(좌측)과 바통터치를 하게 됐다. 그러나 야당에선 개각철회 요구 및 인사청문회 보이콧 입장을 밝히고 있어 당분간 이임식을 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시사포커스DB
막대한 혈세를 이미 쏟아부은 대우조선에 대해 또 ‘연명치료’를 이어가면서, 사실상 차기 정부로 처리 문제를 떠넘겼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과는 달리, 보다 더 상황이 심각한 대우조선에 대해선 다른 처방을 내놓아 형평성 논란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구조조정은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던 유 부총리의 발언이 무색해진 셈이다.
 
또 유 부총리는 갈팡질팡한 모습을 줄곧 보였다. 그는 총선 전에는 “현 단계에선 추경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줄곧 밝히다가, 6월 들어 추경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고, 이후 추경예산안의 처리를 국회에 거듭 촉구했다.
 
그는 또 지난달 서울 강남 지역의 부동산 시장의 과열 현상과 관련, 강남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지적에 “당분간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오르지 않을 것”이라며 거부입장을 밝혔다. 그러다 사흘 뒤에는 “대책을 마련해 볼 수는 있겠다. 결론 난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것을 포함해 여러 가지를 하려 한다”며 입장을 바꿨다.
 
◆ 경제 ‘난리’ 났는데, 朴과 대화도 못했다
 
또 최근엔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문제도 도마위에 올랐다. 유 부총리는 지난달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 대통령과 독대를 하지 않았느냐”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한진해운 관련된 내용은 강석훈 경제수석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올해 박 대통령과 3~4회 정도 독대를 했지만, 한진해운 관련해선 독대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난리가 났는데도 부총리가 대통령과 대화도 못하느냐는 비난이 일었다.
 
물론 이는 유 부총리보다는 ‘불통’의 상징인 박 대통령의 문제가 더 크다. 이제는 누구나 다 질타하는 한심한 국정운영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경제수석을 통해서 현안을 우회적으로 전달할 수밖에 없는 유 부총리의 ‘존재감’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지난달 19일 유 부총리가 주재한 경제장관회의에는 고작 장관 3명만 참석했다. 원래는 16개 부처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 등 17명이 참석해야 함에도 출석률이 채 20%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경제위기론이 들끓고 있지만 경제장관회의 멤버들의 안일한 경제 인식이 회의 참석에 고스란히 드러나며 여론의 빈축을 샀다.
 
경제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을 의식, 유 부총리와 기재부는 경제 현안을 매주 챙기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지난 달 27일 처음으로 '경제현안점검회의'가 가동됐다. 하지만 유 부총리는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시도도 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유 부총리는 후임 부총리인 임종룡 내정자의 선임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자리를 지킬 예정이나, 야당에선 개각철회 요구 및 인사청문회 보이콧 입장을 밝히고 있어 당분간 이임식을 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