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박 대공세에 ‘벼랑 끝’ 친박, 버티기 들어가나
與 비박 대공세에 ‘벼랑 끝’ 친박, 버티기 들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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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계 ‘이정현 사퇴’ 연일 압박…이정현, 사퇴 거듭 일축
▲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파문’의 여파가 결국 새누리당의 내분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가운데 2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중진연석회의에서 친박 지도부와 비박계 중진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파문’의 여파가 결국 새누리당의 내분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비박계 대권잠룡들의 사퇴 요구에 이어 연일 계속되는 맹공에도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일단 버티기 전략을 펴면서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비박계 의원들의 압박수위가 점차 높아지면서 친박 내부에서도 일찌감치 강경 대응을 암시하는 목소리도 나온 바 있어 또 다시 점화된 양 계파의 충돌이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3선중진·대권잠룡까지 지도부 사퇴 압박…‘진퇴양난’ 이정현
 
이른바 최순실 파문이 박근혜 정부를 크게 뒤흔들면서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취임 당시부터 당청관계 강화를 천명했던 이정현 대표까지 리더십 위기에 봉착했다.
 
4·13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지난 8.9전당대회에서 강석호 최고위원을 제외하고는 대표부터 최고위원들에 이르기까지 친박 일색으로 지도부를 구성함에 따라 그간 당내 소수로 전락해 있던 비박계는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당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천재일우의 호기를 놓칠 수 없어 지도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무엇보다 최순실 파문이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로 실체화되기 직전까지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최씨 관련 의혹들을 야권의 정치공세나 언론의 추측보도로 치부하며 그간 방어적 자세만을 취해왔던 이 대표를 겨냥해 당의 대권잠룡들까지 본격적으로 ‘지도부 책임론’을 들고 나오면서 친박 지도부는 궁색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앞서 지난 1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5명의 여권 대선주자는 국회 의원회관에 긴급 회동을 갖고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새누리당은 재창당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그 길을 향한 첫 걸음은 현 지도자의 사퇴”라고 이정현 대표 퇴진을 요구했다.
 
이처럼 대권잠룡들이 지도부 사퇴를 전면에 나서 요구한 이유로는 이미 최순실 사태의 여파로 사실상 리더십을 잃어버렸음에도 지도부가 총사퇴해 외견상 책임지는 최소한의 모양새라도 보이지 않은 채 자리를 고수함으로써 당 지지율도 박 대통령 지지율과 마찬가지로 동반 하락해 차기 대선구도에 있어 야당의 정권교체만을 유리하게 만들고 있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도 비박계 수장격인 김 전 대표는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당이 위기인데도 계파투쟁이나 하고 있다고 비쳐지는 것을 경계하려는 듯 회동 직후 기자들로부터 현 지도부가 퇴진한다면 이후 구성될 비대위 체제의 비대위원장을 맡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럴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대표를 만나 자진 사퇴를 설득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의에도 단호히 손을 저으며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의사를 피력해 이 사퇴 요구가 정치적 거래나 협상을 상정한 압박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당일 오전만 해도 비박계를 중심으로 터져 나오는 지도부 퇴진 주장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지도부 사퇴까지 주장하지 않았다. 초재선 그룹에서 요구하며 급진전된 것”이라고 일견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인 것은 물론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당 지도부에 대해서도 “개인의 입장은 언급하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던 김 전 대표가 약 반나절 만에 직접 지도부 사퇴를 촉구한 데에는 대권잠룡들과 중진들까지 나서지 않는 이상 초재선들 만으로는 압박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이 5인 회동에는 지난 총선에서 친박계로부터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의 맞수로 대구 수성갑에 공천 받아 비박계로 분류되기도 애매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까지 함께 해 대권잠룡들의 지도부 퇴진 요구가 그저 계파 투쟁적 성격에서 나온 게 아니란 점을 부각시키려 했다.
 
특히 김 전 지사는 회동 다음 날인 2일에도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 오더만 받아 집행하는 정당은 안 된다”며 “도도한 민심을 수용하지 않고 몇 명이 모여 버틴다고 막을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지 않느냐”고 재차 지도부에 사퇴를 촉구했다.
 
이런 움직임에 궁지로 몰린 당 지도부는 지난 1일 정진석 원내대표의 담석 제거 수술을 내세워 당초 지도부 사퇴를 논의키로 예정됐던 2일 의원총회를 돌연 연기해달라는 입장을 비박계 측에 전해왔는데, 이에 심재철, 정병국, 나경원, 신상진, 김용태, 김성태, 김세연 등 3선 이상 비박계 중진 의원 21명은 1일 오후 가진 긴급 회동을 통해 지도부 퇴진 운동을 친박계가 조직적으로 막으려 든다고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날 회동에 참석한 황영철 의원은 회동 직후 브리핑에서 “우리 의원들이 여러 모임에 나가 본인들의 입장을 얘기하고 듣고 그러는데, 개별적으로 ‘왜 그런 모임에 나갔느냐’, ‘왜 거기 동의했느냐’란 형태의 질문이라든지 입장을 번복케 하려는 회유, 정치적 부담을 느끼게 만드는 방법으로 입장을 바꾸게 하려는 모습들이 확인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엄중한 경고 입장을 전달한다”고 친박계에 대립각을 세웠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황 의원은 “이정현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면서 “끝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아주 심각한 논의들을 더 하게 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비박계 중진 의원들은 2일 열린 최고중진연석간담회에서는 아예 적극 공세에 나섰는데, 심재철 의원은 이 자리에서 “지난 국감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진상규명을 새누리당이 앞장서서 막았던 것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며 “새누리당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국민 신뢰를 상실한 지도부는 그에 따른 책임을 지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도부 퇴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같은 비박계인 정병국 의원도 “당 지도부 결정에 의해 최순실 관련 증인 채택을 적극적으로 비호하고 막았지 않느냐”면서 당 지도부를 몰아붙였다.
 
◆ ‘사면초가’ 與 지도부, 당내 문책 여론에 맞불
 
하지만 당 지도부도 그대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는데 정진석 원내대표는 “당시 원내지도부는 어떤 상임위, 어떤 소속의원에게도 최순실 관련 증인을 반대하라는 당론을 정해서 지시내린 바 없다”며 “의원 스스로 알아서 야권의 정치 공세에 맞섰던 것”이라고 비박계의 주장을 맞받아쳤다.
 
▲ 이정현 대표는 2일 비박계 의원들의 지도부 사퇴 요구를 끝내 거부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최우선 퇴진 대상으로 지목된 이 대표 역시 정병국 의원이 ‘상황이 엄중하다보니 당 지도부는 사임하고 비대위를 구성해서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일침을 가하자 “제가 무슨 도둑질한 것처럼, 뭔가 있는데 말씀 안 하시는 것 같다. 이정현이 뭘 어떻게 했는지 말해 달라”며 정 의원에 따져 물었다.
 
이 뿐 아니라 이 대표는 “좋을 때는 좋은 대로, 위기일 때는 위기인 대로 그렇게 해서 하나씩 헤쳐 나가고, 극복하고, 수습해나가는 게 공동체고 당 조직”이라며 “(지난 전당대회에서) 저와 함께 정병국, 주호영, 김용태 의원이 당을 어떤 식으로 개혁하고 변화시키고 할지에 대해 28만 당원과 국민 앞에 호소하지 않았느냐”고 사실상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그러자 정 의원도 물러서지 않고 이날 오전 여야에 전혀 알리지도 않은 채 청와대에서 일방적으로 신임 총리 인선을 발표한 점을 지적하며 “우리가 지난한 중지를 모아 의견을 전달하려고 하는데 이런 상황이면 회의 의미가 없다. (당 대표가) 대통령이 총리 인선 발표한 걸 사전에 알았느냐”고 맞불을 놓자 이 대표는 대응할 말이 없었는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렇듯 팽팽한 신경전으로 분위기가 냉랭해지는 가운데 김무성 전 대표는 결국 회의 도중 자리를 떴고 이날 <중앙일보>에서 보도했듯 지난달 31일 “이정현 대표에게 물러나라는 건 전쟁하자는 것”이라며 초강경 반응을 내놓은 바 있는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은 여기서 지도부 퇴진 주장이 나올 것을 예상했는지 친박 핵심 인사인 최경환, 조원진 의원 등과 함께 회의장에 얼굴조차 내비치지 않았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서 의원이 직접 나서 비박계와 공방을 벌일 경우 안 그래도 부정적인 여론이 더욱 악화되기만 한다는 점에서 불편한 심기를 감추고 회피 전략을 펴는 것 아니겠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는데, 이 대표의 퇴진이 단순한 지도부 교체가 아니라 최순실 사태로 인한 박 대통령의 레임덕과 더불어 친박계 전체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득불 정치적 부담을 감수할망정 충돌보다는 질질 끌면서 지도부 사퇴를 거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비박계 의원들 역시 어떻게든 이대로 넘어가지 않고 지도부에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게 문제인데, 일단 최순실 사태 수습을 위해서라도 오는 4일로 연기된 의원총회에서 지도부 사퇴 사안에 대해 우선 어떤 형태로든 결론 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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