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던 일본 기업, 비상한 각오로 공격 태세 완료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에 밀리고 있던 일본 기업들의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나타나고 있는 일본 제조업체들의 공격적인 모습은 과거 5~10년 간의 행태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일 합작회사 스펜션, 삼성전자 이어 시장점유율 2위 실제로 일본 기업들은 업체간 짝짓기, 전략 업종에 대한 집중 투자, '절대 기술개발' 등 3가지 테마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따라잡기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본격화되고 있는 디스플레이 산업에서의 일본 업체들의 짝짓기가 올해 들어 중국 업체와의 제휴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PDP 분야에서는 후지쓰와 히타치가 합작해 FHP를 만든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파이오니어가 NEC의 PDP 사업을 인수해 시장점유율 1위 기업으로 부상했다. FHP는 750억엔을 들여 PDP 공장을 짓는 등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는 대만의 AMD와 후지쓰가 합작해 스펜션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삼성전자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로 뛰어올랐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 등으로 생산 거점을 옮겼던 일본 기업들이 본국으로 회귀하는 것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이는 일본만이 가능한 유일주의에 기반을 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복안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본 기업들은 이를 위해 핵심 기술에 대한 보안을 철저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일본 정부까지 기술 유출방지 지침을 통해 업체들의 고급 기술 유출을 철저하게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일본 기업들의 움직임에 맞춰 일본 정부는 공장 설립과 관련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시행령을 제정해 기업 떠받치기에 들어갔다. "일본 반도체 기업과 삼성전자의 반도체 전쟁은 더욱 격화될 것" 이처럼 일본 기업들이 우리나라를 추월하기 위해 전방위 공세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언론에서 삼성전자의 한계를 집중적으로 다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최대 부수의 월간지인 문예춘추는 4월 최신호에 실은 '반도체의 패자(覇者) 삼성전자의 사각(死角)' 제목의 기사에서 삼성전자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990년 세계 15위 반도체기업에서 지난해에는 세계 2위 자리에 오르는 비약적인 발전을 했으나 사각 지대가 있다며, 지난 90년대에 주춤했던 일본 기업들의 반격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문예춘추는 삼성전자의 한계를 3가지로 정리했는데, 다음과 같다. ▲ 첨단 기술의 해외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는 물론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의 기본 재료 및 기술을 일본 등 해외 업체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 디지털 가전 등 새롭게 부상하는 시장에서 일본 업체에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90년대 개인용 컴퓨터(PC) 전성기에 힘입어 고성장세를 이어올 수 있었으나, 최근 반도체 산업의 판도가 디지털 가전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디지털 가전에 사용되는 시스템LSI 등 관련 분야에서 일본 업체에 크게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 삼성전자는 스스로 시장을 개척하기 보다는 기존 시장을 공략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0년대 초 일본 기업들이 D램 시장에서 빠져나간 것은 출혈경쟁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대신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일본 기업이 한 때 장악했던 D램 시장에 대규모 설비를 투자, 성공했다는 점이 한계라는 설명이다. 문예춘추는 "삼성전자가 일본 기업들의 약진을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며, "일본 반도체 기업과 삼성전자 등이 겨루는 반도체 전쟁은 점점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문예춘추는 삼성전자가 성과 및 능력 중심의 인사 제도를 도입하는 등 경영 방식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삼성전자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식 경영 방식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능력과 성과를 중시하는 미국식 인사 제도를 택했기 때문이며, 스피드 경영과 대규모 설비 투자도 삼성전자의 성공에 일조 했다고 평가했다. 정몽구 회장, 이건희 회장을 바짝 추격 한편, 줄곧 주식보유금액과 배당금에서 1위를 달리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건회 회장은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의 오너답게 매년 주식보유금액 1위, 배당금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주식보유금액에서는 1위를 유지했지만, 배당금에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특히 이건희 회장은 주식보유금액 증가율에서도 정몽구 회장에게 크게 뒤쳐진 것으로 나타나, 주식보유금액에서도 1위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은 배당금을 받은 재벌 총수는 정몽구 회장으로 총 227억200만원을 받아 전년에 배당금 136억5300만원보다 66.3% 증가했다. 정몽구 회장은 배당금 내역을 보면, 현대차로부터 113억9500만원, 현대모비스로부터 84억7300만원, INI스틸로부터 21억7500만원, 하이스코로부터 6억5900만원을 받았다. 반면 이건희 회장은 전년과 같은 160억6000만원의 배당금을 받아 지난해 1위에서 2위로 떨어졌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로부터 155억원, 삼성물산으로부터 6억원을 받았다. 또한 두 회장의 주식보유금액을 보면,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말 현재 1조2935억700만원으로 전년 말의 8994억9200만원보다 43.8% 증가해 1위를 차지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말 현재 1조1224억9300만원으로 전년 말의 4612억3100만원보다 무려 143.4%나 급증해 2위를 차지했다. 주식보유금액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다소 앞섰지만 증가율에서는 정몽구 회장이 압도적으로 높아 올해 각 계열사 주가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정몽구 회장의 배당금이 급증한 것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배당금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 현대차는 전년보다 17.6% 증가한 주당 1000원, 현대모비스가 78.6% 늘어난 주당 1250원을 각각 배당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이 자동차의 영업 호조에 따른 고배당으로 이건희 회장을 제친 것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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