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일 칼럼니스트
대한민국이 최순실이라는 여성 한 명으로 인해 위로는 정치권부터 아래로는 시민사회에 이르기까지 전례 없을 정도로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그간 루머로만 여겨졌던 비선 실세 의혹이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를 통해 실체를 드러내면서 조야를 충격으로 몰아넣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압수수색 요구조차 보안상 이유를 들어 임의제출 형식만 고수하는 등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나온 첫 후속조치 역시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 끝에 대국민사과한 지 5일 만에야 청와대 일부 비서진에 대한 인사개편을 단행하는 수준에 그쳐 비록 이번 파문에 연관되거나 구설수에 오른 주요 인사들을 모두 교체했다고 해도 민심을 되돌리기엔 뒤늦은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파문은 그저 파장이 국내에 한정되는 여느 사안이 아니라 외신에도 대서특필될 정도로 대외적으로 국가적 위신을 떨어뜨리는 지경에 이르고 있음에도 청와대는 연일 터져 나오는 의혹을 어떻게든 박 대통령과 연관시키지 않고자 반박하는 데만 급급해 국민들을 더욱 갑갑하게 만들고 있다.
 
격앙된 민심을 조금이라도 진정시키고자 한다면 누구보다 당사자인 청와대가 오히려 검찰보다 적극 나서서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사태 초기엔 인사개편을 두고도 청와대 내에서 국정 공백이 우려된다는 반응이 나왔고,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된 이후에도 압수수색은 어렵다는 등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온 부분이 결국 국민 불신을 가중시키고 고정 지지층의 이탈까지 자초한 주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청와대가 사태 수습의 적기를 놓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 여당 지도부라도 정신을 차치고 박 대통령에 고언을 마다하지 않아야 하는데 레임덕이 사실상 명확해진 상황에 이르러서도 당 지도부조차 침묵만 지킨 채 대통령의 눈치만 살피는 수준으로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해 당내에서조차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에도 집권여당이 이렇듯 안이한 상황인식만 보여준다면 앞으로 박 대통령 임기가 1년 이상 남아있다고 해도 야권에서 초대형 악재가 터지기만 고대하는 방안 외엔 현 지도부에서 당분간 차기 대권을 거론하기 어려울 것이라 전망된다.
 
특히 일부 여당 의원의 경우 오로지 최순실 씨의 해명만을 근거로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 처음 결정적 정황증거를 제시한 언론사에 해당 증거의 입수경위를 추궁하는 등 불에 기름을 끼얹는 설화까지 일으킨 바 있어 얼마나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지 개탄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든 지지율 반등에 나서고자 한다면 여당은 이제라도 당내 입장을 확실히 정리해 현재의 분열적 모습을 조속히 수습하고 청와대가 또 다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쓴 소리하는 것을 결코 주저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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