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野 ‘거국중립내각’ 한 목소리…與 일각서도 김무성 등 동조

▲ 거국중립내각과 관련해 야권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등이 앞장서 공론화에 나선 가운데 27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좌)도 이에 동조하고 나서면서 그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순실 파문의 여파로 박근혜 대통령이 끝내 레임덕 상태에 접어들면서 정치권 내에서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립내각 구성에 대해선 야권이 적극 추진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데,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탄핵 단행이나 하야 요구에 비해 정치적 부담이 덜하면서도 이미 여소야대로 국회 주도권을 잡은 데 그치지 않고 차기 대선에 앞서 행정부에까지 영향을 미치려는 구상까지 내포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여당까지 비박계를 중심으로 중립내각 주장에 힘을 싣기 시작하면서 임기를 1년여 남겨둔 박 대통령 대신 거국중립내각의 국무총리가 국정을 이끌 게 될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3野, 거국중립내각 구성 앞 다퉈 주장
 
최순실 파문이 일파만파 확대되는 가운데 사실상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한 청와대 대신 거국중립내각 구성 필요성을 역설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거국중립내각이란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를 바탕으로 한 게 아니라 사회적 혼란 등 일련의 위기 상황을 수습하고 분열·이반된 민심을 추스르기 위해 타 정파 출신자들까지 일부 포함시켜 구성하는 일종의 위기관리체제다.
 
일단 국정운영 실질적 주체가 총리라는 점에서 내각제 성격도 강하지만 대체로 비상시국 극복과 사회통합에 방점을 두다보니 집권여당이 다수인지 소수인지 관계없이 다수당이라도 거국적 측면에서 타 정파 인사를 내각에 기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이번 최순실 파문을 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으로 보고 박 대통령에게 새누리당 탈당은 물론 여야가 추천하는 중립적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데 함께 협의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첫 포문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열었는데, 박 대통령이 최 씨의 연설문 사전열람 파문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했던 지난 25일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대통령을 포함한 성역 없는 조사가 필요하다”며 “국가의 안위를 위해 비서진 사퇴와 거국 중립내각을 구성해 안보와 민생을 챙겨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26일엔 야권 내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긴급성명을 통해 “(박 대통령이) 당적을 버리고 국회와 협의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강직한 분을 국무총리로 임명해 국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고 거국중립의 법무부장관이 검찰 수사를 지휘하게 해야 한다”라고 입장을 내놓으면서 ‘거국중립내각’이 정치권에서 본격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문 전 대표 뿐 아니라 같은 당 대선주자들도 앞 다퉈 이러한 목소리를 냈는데, 이재명 성남시장은 26일 S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보다 한 발 더 나아가 “(대통령이) 하야하고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 국가권력을 모두 넘기는 게 맞다”고 하야 주장까지 포함시켰다.
 
다음 날인 27일 김부겸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서고 거국내각을 구성함으로써 협치를 본격화해 볼 기회”라며 “국무총리를 국회로부터 추천받음으로써 사전 동의를 받는 셈 치면 된다”고 거국중립내각 구성에 하등 법적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의원은 “거국내각이 딴 것 없다. 협치를 하면 된다”면서 “대통령이 민심을 계속 외면하면 결국 무정부 상태로 가게 된다. 대통령은 지금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청와대를 거세게 압박했다.
 
국민의당에서도 대권잠룡인 안철수 전 대표가 27일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금 대통령은 제대로 된 리더십을 갖기 힘든 상황”이라며 “우선 대통령 권한을 최소화하고 여야가 합의해 새로 임명된 총리가 국정을 수습해나가야 한다”고 천명하면서 거국중립내각 대열에 동참했다.
 
▲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 대통령 하야 촉구를 위한 행동 개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이 뿐 아니라 정의당에서도 심상정 대표가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을 겨냥 “퇴진에 준하는 각오로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을 총사퇴시켜 중립내각 구성을 통해 국민에게 마지막 임기까지 직을 수행하겠다는 진솔한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27일 박 대통령 하야 요구 장외집회를 앞두고 가진 긴급기자회견에서도 거듭 “하야를 못하겠다면 실질적인 통치권한을 이양하는 의미의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 외에 학계에서도 이런 분위기에 힘을 실었는데 교수들 중 최순실 파문 관련해 이날 처음 시국선언을 낸 성균관대학교 교수 32명은 선언문에서 “대통령은 가능한 빨리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을 전부 사퇴시키고 거국적 중립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며 “모든 국정에 관한 관리를 새 내각에 일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거국중립내각 구성에 동조하는 여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 與 비박 일각 “거국중심내각 필요”…친박 등 “권력 담합” 반박
 
이처럼 야권에서 대선후보들을 중심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듯 저마다 거국중립내각을 촉구하고 나서는 가운데 여권에서도 거국중립내각에 찬동하는 기류가 비박계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먼저 비박계 정병국 의원은 지난 26일 P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반성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국민들이 진정성을 믿지 않겠느냐”면서 “내각 총사퇴와 거국중립내각이 필요하다”고 여당 내 거국중심내각론에 불을 지폈으며 같은 비박계인 하태경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와 국민의 지지를 받는 거국 내각 구성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27일엔 여권 대선잠룡이자 비박계 수장격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까지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 개헌토론회에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국가 리더십을 갖고 현재 체제가 유지돼선 안 된다”며 “국민들이 인정할 수 있는 거국중립내각이 구성돼 여기서 대통령 임기가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혀 거국중립내각 주장에 공감을 표했다.
 
하지만 친박계에선 거국중립내각의 맹점을 지적하며 당내 공론화 움직임을 저지하려 애썼는데 정우택 의원은 27일 KBS라디오에 나와 “이건 정치권이 담합을 해 권력을 나눠 갖자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에 반대 입장”이라며 “국정 최종 결정은 누가 하겠다는 거냐. 야당 대표가 하겠다는 건지, 야당 전 대표가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또 홍문표 의원처럼 일부 비박계 의원조차 이날 YTN라디오에서 “거국중립내각이란 건 딱 정권을 중단시키고 새 정부를 또 만들자는 것인데 이게 말이 되겠느냐”며 “거국중립내각으로 가자는 건 본질을 해결하겠다는 게 아니라 당리당략에 의해 뭔가 이익을 보자는 것”이라고 혹평해 당내에서 이와 관련된 입장이 하나로 정리되기엔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거국중립내각에 실권을 넘겨줘야 하는 청와대와 정부 측 역시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어 현실화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27일 문 전 대표의 ‘거국중립내각 구성’ 제안에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고 황교안 국무총리는 같은 날 국회 예결특위에 출석해 김부겸 의원으로부터 거국내각 관련 질의가 나오자 “나라를 시험대상으로 되게 할 수는 없다”며 일축했다.
 
실제로 거국중립내각은 지난 1992년 노태우 대통령이 김영삼 민자당 대선후보와 충돌한 끝에 전격 탈당하고 현승종 총리 내각을 출범시킨 사례는 있지만 결국 대선 관리 정도만 했을 뿐 제대로 국정운영을 위해 가동된 사례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밖에 여야가 이번 최순실 파문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합의했던 특검 도입조차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지를 놓고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여야가 협의해 내각까지 구성한다는 건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아울러 정작 키를 쥐고 있는 당사자인 박 대통령 역시 여태 거국중립내각에 대해선 별 다른 언급조차 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실현 가능성을 낮게 점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는데, 이 때문에 일각에선 거국중립내각이 구성되면 박 대통령이 그저 상징적 존재로 전락할 텐데 과연 이를 받아들이겠느냐며 벌써부터 회의적 반응을 내비치고 있기도 하다.
 
다만 박 대통령이 내주쯤 민심수습 차원에서 청와대 인적쇄신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거국중립내각 실현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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