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의 살림살이 예산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25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가동, 여소야대 이후 첫 예산심의가 시작된다.

이번 예산심의는 여소야대 국회인데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야당 의원이 맡고 있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예산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 1야당인 예산심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내년도 예산안에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예산 전액 삭감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여당과 ‘예산 전쟁’을 선포했다. 예산결산위원회 간사인 김태년 의원 “각 부처에 숨어있는 '비선실세 예산'을 샅샅이 뒤져서 삭감하겠다”며 “청와대 예산중에서도 비선실세들이 이용할 예산이 없는지 찾아내 삭감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김명연 원내수석대변인은 “예산과 관련되지 않은 정치 쟁점으로 여야 합의가 무산되는 일이 없도록 야당에 적극 협조를 구한다”고 밝혔다. 국회 구성이 여소야대라는 점에서 정치 현안과 예산안이 연계되면 야당에 밀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 ‘투트랙’으로 예산 파행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새누리당은 누리과정 국고지원 예산은 없다는 방침을 세웠다.

‘비선실세 예산’ 전액 삭감과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는 더민주와 법인세 인상 반대와 누리과정 국고지원 예산 없다고 주장하는 새누리당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20대 국회 첫 예산심의가 파행으로 얼룩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른 때와 달이 이번 예산심의는 야권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어 12월 2일 법정시한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안이 상정돼도 야권이 의석수를 앞세워 부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의회권력을 앞세워 법인세 인상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국회의장이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 본회의에 자동부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비쳤다. 여야가 당략에 따른 입장을 고수할 경우 예산 통과와 저지를 놓고 몸싸움도 배제할 수 없어 19대와 같은 식물 국회의 오명을 다시 뒤집을 수 있다.

20대 국회에 협치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20대 첫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기대와는 달리 협치보단 정쟁만 일삼는 최악의 국정감사를 치렀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임명동의안을 놓고 여당이 국감 보이콧 사태와 ‘최순실 사태’ 국감으로 전락하는 역대 최악의 국감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첫 예산 심의 역시 순탄치 않다는 전망이다. 또한 예산 심의도 정쟁으로 흘러가다 막판에 가서 주고받기 식 뒷거래로 ‘누더기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관행을 되풀이할지 우려하는 바가 크다.

내년 예산은 400조원이 넘는다. 표를 의식한 선심성 예산이나 지역 예산을 먼저 챙기는 구태 정치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 예산 심의는 면밀하게 검토해 낭비되는 예산이 없도록 철저한 심의가 요구된다. 하지만 국정감사에서 보인 여야의 행태를 볼 때 이번 예산 심의 역시 정쟁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며, 법정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예산안이 재 때 통과되지 못하면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게 되고 일자리 창출과 각종 사업들이 지장을 받게 된다. 따라서 한국 경제가 위기인 만큼 이번 예산심의에선 협치의 정신을 보여줘 법정시한 내에 마무리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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