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우병우 의혹’ 대응 자제하던 靑, 직접 반박 나서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이 21일 열린 경찰의날 기념식에서도 법질서 확립 필요성을 역설하던 도중 “온라인상 난무하는 악성 댓글과 괴담 등 일상 속에서 법질서 경시 풍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언급해 최근 최순실 의혹 등이 온라인상으로 확산되는 데에 견제구를 던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갑자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선 데 대해 일부에선 지지율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는 부담과 21일 청와대 국정감사가 열리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렇듯 사전 공세에 나서게 된 것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는데, 실제로 국감 마지막 날인 이날 국감장에서도 출석한 청와대 측 인사들이 주요 의혹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극구 부인하는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야권을 차단하는 데 주력해 이런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그간 최순실 의혹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면서도 여당만이 대리전을 치른 채 가급적 논란에서 거리를 두려던 청와대가 이제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뛰어들면서 향후 정국이 청와대와 야권이 직접 충돌하는 형태로 흘러갈 것인지에 대해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靑, ‘최순실 의혹’ 관련 적극 반박 나서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가 진행한 청와대 국감에는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물론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과거 ‘정윤회 문건파동’ 당시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인물들 중 하나인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까지 출석해 일찌감치 관심을 모았다.
이날 국감장에 등장한 이원종 비서실장은 먼저 비선실세 논란에 대해 “박 대통령은 친형제까지도 멀리하는 분”이라며 “내가 생각하기에 비선실세는 없다”고 단번에 일축했다.
이후 이 실장은 언론을 통해 제기된 여러 의혹들을 따져 볼 가치도 없다는 듯 반박하고 나섰는데, 먼저 최 씨의 청와대 출입 의혹에 대해선 “(최순실 씨 등이 청와대를) 수시로 드나들고 밤에 만나고 이런 기사가 난 것을 봤다. 그건 성립이 안 되는 이야기”라며 “제가 본 일도 없고 들은 일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뒤이어 최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작성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처음에 기사를 봤을 때 실소를 금치 못했다. 정상적이라면 믿을 사람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의 보통 행사 때 연설문은 대체로 연설을 기록하는 비서관이 초안을 잡고 관계되는 수석실에서 전부 다듬어서 올린다. 큰 행사는 전 수석실에서 전부 나눠서 의견을 모으고 다듬고 독회를 거쳐 올리는데 여기 어떻게 개인이 끼어들 수 있나”라며 “시스템으로 성립 자체가 안 되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안중근 의사 순국장소를 뤼순감옥이 아닌 하얼빈 감옥이라고 했었던 박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 오류를 꼬집어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에 개입했다, 마지막 추고를 했다는 말은 삼척동자도 믿지 않는다”면서도 “그런데 박 대통령이 모든 것을 숨기려 하니 이런 루머가 막 돌아다닌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이 실장도 광복절 축사 오류 사실은 인정하는 듯 “저도 현장에서 이게 잘못 됐구나 해서 연설비서관을 불러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좀 잘하려고 급하게 넣다보니 눈에 뭐가 씐 것 같다고 했다”며 “연설비서관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반성문을 쓰게 해서 지금 서랍에 넣고 있다”고 해명했다.
◆ 靑, 미르 관련 ‘핵심 의혹’ 한 목소리로 부인
하지만 그는 정작 ‘최순실게이트’의 핵심의혹으로 꼽히는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선 “사람이 누구든지 어떤 시각을 갖고 보느냐에 따라 전부 해석이 다를 것”이라며 “해명이나 설명할 무슨 값어치가 있겠나”라고 의혹 자체를 부인했다.
또 이 실장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최순실 씨가 사임 압박을 가해왔고 입단속까지 요구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어떻게 그게 밖으로 얘기가 나오는지 개탄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 수석 역시 이 의혹에 대해선 이날 국감에서 “(이성한 전 총장과) 전화는 했지만 인사와 관련해선 이야기하지 않았다”면서 “(미르재단) 인사에 개입한 적이 없다. 분명한 것은 인사와 관련해 사퇴를 종용한 사실은 없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전 총장과의 통화내용에 대해선 “수사 대상이라 구체적으로 말씀을 못 드린다”며 답변을 피했고, 이 전 총장의 주장 중 지난 4월 4일 자신과 전화 통화했던 사실만을 인정했다.
아울러 안 수석은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이 ‘최순실 씨를 아느냐’는 질문을 하자 차은택 감독만 알 뿐 최 씨는 모른다고 답변하면서 차 감독과의 관계도 “2014년 차 감독이 문화융성위원을 할 때 만났다. 각별한 사이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안 수석은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과 관련해선 “교수 시절부터 안 사이”라면서도 “투자를 하라고 먼저 얘기한 적은 없다. 이 부회장이 말했듯 미르·K스포츠 재단에 모금이 어느 정도 된 상황에서 나한테 얘기했다”고 강조해 자신이 전 과정에 걸쳐 개입하며 재단 출연을 종용한 건 아니었음을 확실히 못 박았다.
이 뿐 아니라 그는 ‘발목을 비틀어 400~500억원을 순식간에 모았다’는 박병원 경총회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사실이 아니다”라며 적극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안 수석도 오로지 부인하거나 모르쇠로만 일관하자 다음은 박 대통령을 18년간 보좌해올 만큼 최측근인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로 의원들의 질문이 향했는데,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최씨와 박 대통령의 관계는 어떠냐. 그냥 친한 사이냐”고 묻자 이 비서관은 “대통령의 친분관계, 그런 부분들에 대해 제가 잘 알고 있지 않다. 언론에 보도된 정도로 저도 알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를 놓치지 않고 노 의원이 “언론에 보도된 대로라면 굉장히 절친한 사이”라며 재차 추궁하자 이 비서관은 곧바로 “그건 의원께서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라며 “그 문제에 대해선 제가 더 이상 따로 말씀드릴 게 없다”고 입을 다물었다,
그나마 박 대통령과 최 씨와의 관계를 일부 인정한 것은 이 비서실장이었는데, 그는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이와 관련한 질문을 하자 “인생을 살면서 어떻게 아는 사람이 없겠느냐”며 “아는 사이인 것은 분명하나 절친하게 지낸 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이 실장은 확대 해석될 것을 우려했는지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을 ‘언니’라고 부르고 40년간 절친한 것은 아니다”라며 “직원들이 사실관계를 확인했는데 절친하지는 않다고 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 실장은 김한정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최 씨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과 논의했느냐는 질문을 받자 “이 문제에 대해선 알지도 못했고 논의해본 적도 없다”며 최 씨의 현재 거취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도리어 이 실장은 최 씨 관련 의혹을 추궁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노기를 띤 채 “국익에 이익이 되느냐?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그런 걸 잠재워 줘야지, 자꾸 (의혹을) 증폭시키면 결국 국민 손해”라며 “재단이 형성된 건 전경련을 중심으로 뜻을 같이 한 사람들이 기업의 이익을 위해 한 것이지 강제모금, 갈취 이런 용어에 대해선 제가 동의할 수 없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렇듯 야권이 파고드는 ‘최순실 의혹’에 대해 청와대 인사들이 앞장서서 빗장을 걸어 잠근 데 반해 이날 새누리당 의원들은 청와대 국감에서 ‘송민순 회고록’ 문제를 꺼내 소위 ‘문재인 국감화’하며 지원사격을 하는 데 그쳤을 뿐 우병우 수석의 출석 등에 있어선 오히려 야권의 고발에 합의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맹목적으로 청와대를 두둔하기보다 사안에 따라 선별적으로 대응하는 양상을 띠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으로 박 대통령 뿐 아니라 여당의 지지율까지 동반 타격을 입다보니 차기 대선을 의식해 ‘거리 두기’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는데, 전날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의혹에 대한 해명에 직접 나선 것도 이런 당청관계의 변화를 감지한 데 따른 행보라는 것이다.
반면 전날 “누구라도 재단에 대한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처벌하라”는 박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기 전까지 최순실게이트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명확히 알 수 없었던 여당이 자칫 잘못 다뤘다간 오히려 정권에 누가 될까봐 굳이 ‘최순실 의혹’을 거론하기보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공격에 집중하는 ‘우회적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이것이 청와대를 비호하는 데 소극적으로 비쳐졌을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또 차기 정권 창출 역시 현 정권 비호에 못지않게 중요한 만큼 당분간 ‘최순실게이트’는 검찰 수사 결과에 맡기고 이날 국감에서처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세 쪽으로 잡는 편이 일거양득이란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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