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우병우 의혹’ 대응 자제하던 靑, 직접 반박 나서

▲ [시사포커스 원명국 기자]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21일 청와대 국감에서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가 어떻게 밖으로 회자되는지 개탄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그동안 최순실 의혹 등과 관련해 야권이 연일 공세수위를 높여가도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며 가급적 언급을 자제했던 청와대에서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처음으로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대해 직접 입장을 표명해 그 배경을 놓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이 21일 열린 경찰의날 기념식에서도 법질서 확립 필요성을 역설하던 도중 “온라인상 난무하는 악성 댓글과 괴담 등 일상 속에서 법질서 경시 풍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언급해 최근 최순실 의혹 등이 온라인상으로 확산되는 데에 견제구를 던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갑자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선 데 대해 일부에선 지지율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는 부담과 21일 청와대 국정감사가 열리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렇듯 사전 공세에 나서게 된 것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는데, 실제로 국감 마지막 날인 이날 국감장에서도 출석한 청와대 측 인사들이 주요 의혹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극구 부인하는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야권을 차단하는 데 주력해 이런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그간 최순실 의혹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면서도 여당만이 대리전을 치른 채 가급적 논란에서 거리를 두려던 청와대가 이제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뛰어들면서 향후 정국이 청와대와 야권이 직접 충돌하는 형태로 흘러갈 것인지에 대해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靑, ‘최순실 의혹’ 관련 적극 반박 나서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가 진행한 청와대 국감에는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물론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과거 ‘정윤회 문건파동’ 당시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인물들 중 하나인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까지 출석해 일찌감치 관심을 모았다.
 
이날 국감장에 등장한 이원종 비서실장은 먼저 비선실세 논란에 대해 “박 대통령은 친형제까지도 멀리하는 분”이라며 “내가 생각하기에 비선실세는 없다”고 단번에 일축했다.
 
이후 이 실장은 언론을 통해 제기된 여러 의혹들을 따져 볼 가치도 없다는 듯 반박하고 나섰는데, 먼저 최 씨의 청와대 출입 의혹에 대해선 “(최순실 씨 등이 청와대를) 수시로 드나들고 밤에 만나고 이런 기사가 난 것을 봤다. 그건 성립이 안 되는 이야기”라며 “제가 본 일도 없고 들은 일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뒤이어 최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작성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처음에 기사를 봤을 때 실소를 금치 못했다. 정상적이라면 믿을 사람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의 보통 행사 때 연설문은 대체로 연설을 기록하는 비서관이 초안을 잡고 관계되는 수석실에서 전부 다듬어서 올린다. 큰 행사는 전 수석실에서 전부 나눠서 의견을 모으고 다듬고 독회를 거쳐 올리는데 여기 어떻게 개인이 끼어들 수 있나”라며 “시스템으로 성립 자체가 안 되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안중근 의사 순국장소를 뤼순감옥이 아닌 하얼빈 감옥이라고 했었던 박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 오류를 꼬집어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에 개입했다, 마지막 추고를 했다는 말은 삼척동자도 믿지 않는다”면서도 “그런데 박 대통령이 모든 것을 숨기려 하니 이런 루머가 막 돌아다닌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이 실장도 광복절 축사 오류 사실은 인정하는 듯 “저도 현장에서 이게 잘못 됐구나 해서 연설비서관을 불러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좀 잘하려고 급하게 넣다보니 눈에 뭐가 씐 것 같다고 했다”며 “연설비서관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반성문을 쓰게 해서 지금 서랍에 넣고 있다”고 해명했다.
 
◆ 靑, 미르 관련 ‘핵심 의혹’ 한 목소리로 부인
 
하지만 그는 정작 ‘최순실게이트’의 핵심의혹으로 꼽히는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선 “사람이 누구든지 어떤 시각을 갖고 보느냐에 따라 전부 해석이 다를 것”이라며 “해명이나 설명할 무슨 값어치가 있겠나”라고 의혹 자체를 부인했다.
 
또 이 실장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최순실 씨가 사임 압박을 가해왔고 입단속까지 요구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어떻게 그게 밖으로 얘기가 나오는지 개탄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 [시사포커스 원명국 기자]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1일 국감에 출석한 가운데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전화통화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인사에 압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안 수석 역시 이 의혹에 대해선 이날 국감에서 “(이성한 전 총장과) 전화는 했지만 인사와 관련해선 이야기하지 않았다”면서 “(미르재단) 인사에 개입한 적이 없다. 분명한 것은 인사와 관련해 사퇴를 종용한 사실은 없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전 총장과의 통화내용에 대해선 “수사 대상이라 구체적으로 말씀을 못 드린다”며 답변을 피했고, 이 전 총장의 주장 중 지난 4월 4일 자신과 전화 통화했던 사실만을 인정했다.
 
아울러 안 수석은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이 ‘최순실 씨를 아느냐’는 질문을 하자 차은택 감독만 알 뿐 최 씨는 모른다고 답변하면서 차 감독과의 관계도 “2014년 차 감독이 문화융성위원을 할 때 만났다. 각별한 사이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안 수석은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과 관련해선 “교수 시절부터 안 사이”라면서도 “투자를 하라고 먼저 얘기한 적은 없다. 이 부회장이 말했듯 미르·K스포츠 재단에 모금이 어느 정도 된 상황에서 나한테 얘기했다”고 강조해 자신이 전 과정에 걸쳐 개입하며 재단 출연을 종용한 건 아니었음을 확실히 못 박았다.
 
이 뿐 아니라 그는 ‘발목을 비틀어 400~500억원을 순식간에 모았다’는 박병원 경총회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사실이 아니다”라며 적극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안 수석도 오로지 부인하거나 모르쇠로만 일관하자 다음은 박 대통령을 18년간 보좌해올 만큼 최측근인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로 의원들의 질문이 향했는데,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최씨와 박 대통령의 관계는 어떠냐. 그냥 친한 사이냐”고 묻자 이 비서관은 “대통령의 친분관계, 그런 부분들에 대해 제가 잘 알고 있지 않다. 언론에 보도된 정도로 저도 알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를 놓치지 않고 노 의원이 “언론에 보도된 대로라면 굉장히 절친한 사이”라며 재차 추궁하자 이 비서관은 곧바로 “그건 의원께서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라며 “그 문제에 대해선 제가 더 이상 따로 말씀드릴 게 없다”고 입을 다물었다,
 
그나마 박 대통령과 최 씨와의 관계를 일부 인정한 것은 이 비서실장이었는데, 그는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이와 관련한 질문을 하자 “인생을 살면서 어떻게 아는 사람이 없겠느냐”며 “아는 사이인 것은 분명하나 절친하게 지낸 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이 실장은 확대 해석될 것을 우려했는지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을 ‘언니’라고 부르고 40년간 절친한 것은 아니다”라며 “직원들이 사실관계를 확인했는데 절친하지는 않다고 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 실장은 김한정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최 씨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과 논의했느냐는 질문을 받자 “이 문제에 대해선 알지도 못했고 논의해본 적도 없다”며 최 씨의 현재 거취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도리어 이 실장은 최 씨 관련 의혹을 추궁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노기를 띤 채 “국익에 이익이 되느냐?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그런 걸 잠재워 줘야지, 자꾸 (의혹을) 증폭시키면 결국 국민 손해”라며 “재단이 형성된 건 전경련을 중심으로 뜻을 같이 한 사람들이 기업의 이익을 위해 한 것이지 강제모금, 갈취 이런 용어에 대해선 제가 동의할 수 없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렇듯 야권이 파고드는 ‘최순실 의혹’에 대해 청와대 인사들이 앞장서서 빗장을 걸어 잠근 데 반해 이날 새누리당 의원들은 청와대 국감에서 ‘송민순 회고록’ 문제를 꺼내 소위 ‘문재인 국감화’하며 지원사격을 하는 데 그쳤을 뿐 우병우 수석의 출석 등에 있어선 오히려 야권의 고발에 합의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맹목적으로 청와대를 두둔하기보다 사안에 따라 선별적으로 대응하는 양상을 띠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으로 박 대통령 뿐 아니라 여당의 지지율까지 동반 타격을 입다보니 차기 대선을 의식해 ‘거리 두기’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는데, 전날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의혹에 대한 해명에 직접 나선 것도 이런 당청관계의 변화를 감지한 데 따른 행보라는 것이다.
 
반면 전날 “누구라도 재단에 대한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처벌하라”는 박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기 전까지 최순실게이트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명확히 알 수 없었던 여당이 자칫 잘못 다뤘다간 오히려 정권에 누가 될까봐 굳이 ‘최순실 의혹’을 거론하기보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공격에 집중하는 ‘우회적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이것이 청와대를 비호하는 데 소극적으로 비쳐졌을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또 차기 정권 창출 역시 현 정권 비호에 못지않게 중요한 만큼 당분간 ‘최순실게이트’는 검찰 수사 결과에 맡기고 이날 국감에서처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세 쪽으로 잡는 편이 일거양득이란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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