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25일째, 노조와 대화 없이 고압적 태도로만 일관하는 홍순만 사장

▲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철도노조의 파업이 25일째 접어들었다. 하지만 홍순만 코레일 사장은 대화로 사태를 해결할 생각 없이 ‘성과연봉제는 합법, 철도노조 파업은 불법’이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철도노조의 파업이 21일로 25일째 접어들어 사상 최장기 파업이 됐다. 정부가 모든 공공기관에 적용하려는 ‘성과연봉제’에 대한 반발에서다. 성과연봉제가 ‘쉬운 해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와 함께 공공부문이 성과만능주의를 추구한다면 공공서비스 질이 떨어져 결국엔 대국민 피해로 이어질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코레일의 수장인 홍순만 사장은 파업 장기화 사태와 관련, 노조와 대화로 해결할 생각은 없이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태와 관련, 정치권의 ‘중재’ 목소리도 있었다.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정부와 코레일은 이번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자의적으로 규정하고 고소·고발과 징계절차를 강행하고, 또한 내일 자정을 업무복귀 시한을 못박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이에 철도노조는 정부와 코레일의 압력에 맞대응하고 파업을 유지하면서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철도파업의 조속한 해결과 성과연봉제 등 양측이 상생해법을 찾기 위해 국회에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고 논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며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대화와 타협으로 파업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서로 소통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노사간의 대치는 점점 깊어지고 있다.
 
◆ '최후통첩' 안 먹히자 "더 이상의 복귀명령 없다"
 
21일 오전까지 파업참가자는 총 7천330명으로 39.9%의 파업참가율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412명이 복귀했고 219명이 직위해제됐다. 코레일은 파업 조합원들에게 지난 20일 자정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중징계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내렸다. 그러나 하루 동안 31명만 복귀했다.
 
이른바 ‘최후통첩’이 먹히지 않자, 홍순만 사장은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철도노조를 향한 비난발언을 쏟아냈다.
 
홍 사장은 "성과연봉제 철회를 요구하는 철도파업은 목적상 정당성을 상실한 명백한 불법파업“이라며 ”철도노조는 성과연봉제를 있지도 않은 줄세우기, 퇴출제라 선동하고 있다. 정부 투쟁 등 정치적 목적의 연대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불편과 사회경제적 혼란만을 초래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나아가 ”철도노조는 노사가 풀어야 할 문제를 노정관계로 풀어가려는 노력을 오래 전부터 해왔다. 여러 이유를 들지 않더라도 그 자체가 불법“이라고 거듭 맹비난했다.
 
그는 또 복귀명령에도 철도노조가 복귀하지 않은 데 대해 “여태까지의 철도노조 집행부의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행태로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라며 원색 비난한 뒤 “이제 더 이상의 복귀명령은 없을 것이다. 파업참가자들이 복귀하지 않더라도 6개월 이내에 추가인력 확보, 외주화 등을 통해 화물열차 일부를 제외한 모든 열차를 정상화시키도록 하겠다”라며 인력을 충원하거나 일부 업무를 외주업체에 맡기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 코레일은 파업 조합원들에게 지난 20일 자정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중징계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내렸으나, 복귀한 이는 거의 없다. 사진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철도노동자 3차 총파업승리 결의대회' 중. 사진/원명국 기자
홍 사장은 "직원들에게 노조의 말이 곧 법으로 통하고 있으며 그동안 노조의 저항에 막혀 경영상의 목적으로 필요한 전보도 제대로 시행하지 못했다“라며 ”이러한 관행을 바로잡지 않고선 코레일의 발전을 이룰 수 없다. 무너진 경영권을 회복하겠다“며 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향후 기득권층인 운전, 승무분야에 대해 다른 직렬과 교류를 활성화시키고 집단 사업장 중심의 순환전보를 실시해 조직생산성을 높여나가겠다"며 "신규인력 채용시 기관사 면허 소지를 우대 또는 의무화하고 일반직원들의 기관사면허 취득, 군인력 확보 등을 통해 3년 내에 3천명의 기관사를 육성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또 “코레일은 징계위원회를 구성해 불법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주동자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징계절차를 착수하겠다”라며 “여태까지와 같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 준수 손해배상 추가 청구, 민·형사상 고발 등도 해나가겠다”며 노조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 “중재도 대화도 필요없다”
 
홍순만 사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똑같은 태도로 일관했다. 계속된 의원들의 질의에도 ‘성과연봉제는 합법, 철도노조 파업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달 29일 국정감사에서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입법조사처 견해를 감안할 때, 코레일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노동관계법상 무효일 가능성이 높다. 사법부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홍 사장은 "노동위원회에서도 사법부의 판단을 받으라고 했지만 노조가 이를 거부했다. 성과연봉제는 노조에 불이익이 있는 부분을 삭제해 도입했기 때문에 노조와 협의 없이 이사회의 의결만으로 합법적"이라며 성과연봉제는 합법이라고 항변했다.
▲ 철도파업이 25일째 접어들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길어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뉴시스
또 윤후덕 의원이 “철도노조의 파업은 적법하며, 코레일이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해 100여명의 조합원을 직위해제한 것은 불법적 대응”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고용노동부에서 이번 파업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불법파업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홍 사장은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는 최인호 더민주 의원이 “국회에서 합리적인 중재안을 만들 협의기구를 만든다면, 경청하고 참고할 생각이 있나”라고 지적한 데 대해 “노사문제에 왜 정치권이 개입하려 하느냐”라고 답하다 논란을 빚었다.
 
그러면서 "철도노조는 성과연봉제 자체를 유보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전제가 없다면 언제든 대화할 수 있지만 이미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해 취업규칙을 개정한 상황이다. 대화가 안된다“라며 ”노사 문제를 자꾸 외부에서 이야기하니 파업이 연장되는 것 아닌가“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국회의 중재에도 응할 생각이 없고, 파업의 핵심 문제인 성과연봉제를 두고 노조와 대화할 뜻이 없음을 못박았다.
 
파업의 원인은 정부와 청와대가 제공했음에도, 그에 다른 논란에 대해 정치권은 개입하면 안된다는 식의 발언은 논란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 그때도 지금도 ‘사회적 합의’는 없다
 
이같은 철도노조에 대한 강경 대응은 홍 사장의 바로 전임 사장이었던 최연혜 새누리당 의원의 과거 행보와 유사하다. 최 의원이 코레일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13년 12월. 코레일은 수서발 고속철도(KTX)를 코레일에서 분할, 별도의 회사를 세워 운영하겠다며 사실상 민영화 방침을 밝혔다. 이에 철도노조가 “철도민영화의 단초”라고 맞서며 당시 역대 최장기였던 23일 동안 파업을 벌였다.
 
최연혜 전 사장은 파업 첫날이었던 12월 9일,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김명환 당시 노조위원장 등 전국노조 집행부 194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고발한 바 있다. 첫날 파업에 참가한 4천213명 전원을 직위 해제한 것을 시작으로 무려 8천여명의 직위를 박탈하는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고소장을 접수받은 경찰도 김 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 체포에 나섰다.
 
당시 경찰은 노조 집행부가 민주노총에 은신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그해 12월 22일, 병력 5천여명을 투입해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서울 정동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강제 진입했으나 이미 집행부는 빠져나간 뒤였다.
▲ 전임 코레일 사장인 최연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3년 12월 수서발 고속철도 자회사 설립에 반대하는 철도노조 파업 당시, 노조 측에 초강경 대응을 한 바 있다. 그는 코레일 사장직을 그만둔 직후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시사포커스DB
파업이 종료된 뒤, 코레일은 철도노조에 대해 파면·해임 130명, 정직 251명, 감봉 23명 등 404명을 중징계하고 16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또 직위해제된 8천여명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한편, 최연혜 전 사장은 임기 3년을 채우겠다는 공언을 뒤집고, 지난 총선 새누리당 비례대표 5번을 받고 국회에 입성했다. 그러면서 ‘보은공천’ 논란도 일었다. 그는 국회의원 당선 이후,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선 당 최고위원 자리까지 꿰찼다.
 
홍 사장이 이날 발언을 통해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추가 청구, 민·형사상 고발 등도 해나가겠다고 밝힌 만큼, 최 전 사장과 유사한 대응을 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번 철도파업을 촉발시킨 성과연봉제 도입이나 과거 철도파업을 촉발시킨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나 모두 정부가 역점을 둔 사안이었다. 하지만 이해당사자인 노동자들과의 소통은 전혀 없다. 노조를 향해 ‘기득권 지키기’라고 비난하며 때리고만 있을 뿐, 대화를 통한 사회적 합의를 할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파업을 ‘불법’으로 몰고 고소·고발로 압박하는 것으론 절대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상징처럼 자리잡은 ‘불통’이 철도파업 장기화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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