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우병우 의혹’ 공세 잇던 민주당, 수세로 몰리나

▲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송민순 회고록'과 관련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놓고 상호 공방을 벌였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여전히 1위를 지키는 가운데 이를 따라잡기 위해 줄곧 대선가도를 닦아오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송민순 회고록’이라는 예기치 못한 악재를 만나 지지율 제고 움직임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당장 여권 대선잠룡들은 이번 사태를 ‘안보관’ 이미지 확립 및 대선 지지율 상승의 기회로 보고 친·비박 계파를 막론하고 문 전 대표를 겨냥해 벌써부터 직격탄을 날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국감 기간 내내 미르재단과 우병우 의혹 공세로 정부여당을 거세게 몰아붙이던 민주당 역시 ‘회고록 파문’의 영향으로 급거 수세로 몰려, 오는 19일로 예정된 국감 종료를 며칠 앞두고 공수가 전환된 분위기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원색적 표현까지 동원해 간만에 적극적인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는데, 이렇게 거대 양당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는 동안 ‘3당’인 국민의당은 두 당의 약점을 파고들어 새누리당에 미르의혹 진상규명을, 민주당엔 송민순 회고록 진상규명을 각각 촉구하면서 ‘반사이익’ 등 새로운 기회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안 그래도 대립각을 세워온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파문을 계기로 한층 상호 비난수위를 높이면서 정국은 점차 혼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데 이번 논란 이후 3당 중 최종적으로 누가 웃게 될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與, 문재인 ‘정계은퇴’ 촉구…특검·청문회 등 총동원 시사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권 시절인 지난 2007년 유엔에서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 대한 정부 입장을 결정하기에 앞서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북한의 의견을 타진했었다고 폭로한 ‘송민순 회고록’ 사태를 기점으로 이 때까지의 수세적 모습에서 벗어나 전면 공세에 나섰다.
 
관련 소식을 접한 지난 14일 저녁부터 즉각 비공개 최고위를 열고 당 차원의 진상조사 테스크포스팀(TF)을 구성하기로 결의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선 새누리당은 연일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 17일에는 문 전 대표에게 대국민사과는 물론 아예 정계은퇴까지 요구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전 대표를 향해 “국민과 역사 앞에 참회하는 심정으로 2007년 10월 전후 있었던 후악한 대북거래에 대해 낱낱이 고백해야 한다”며 “향후 국정조사, 국회 청문회, 특검. 검찰 수사 등 일체의 진상규명 작업에도 협조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또 정 원내대표는 일각에서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을 오히려 사실이 아니라고 폄하하는 데 대해서도 “송 전 장관은 33년 이상 봉직해온 베테랑 외교관으로 이런 외교기록이 수백권 있고 이를 다 맞춰가며 회고록을 썼다면서 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다고 한다”며 “만약 문 전 대표, 이재정 교육감, 김만복 전 국정원장, 백종천 전 안보실장 등은 회고록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 일방적으로 부인만 할 게 아니라 송 전 장관을 검찰에 고발하든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든 국회 운영위, 정보위에 나와 정확히 소명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그는 “문 전 대표는 모든 진상을 밝혀야 한다. 회고록에 나오는 북측의 반응이라며 송 전 장관에게 준 쪽지는 어떤 경로로 북한 누구에게서 받은 것인지 밝히라”며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청문회, 특검, 검찰수사, 대통령 기록물 열람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상을 철저하게 밝혀내겠다”고 거듭 문 전 대표를 압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날 친박계 최고위원들까지 나서서 한 목소리로 문 전 대표를 맹비난했는데, 최연혜 최고위원은 “문 전 대표는 본인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전 지구상에서 북한이 가장 원하는 걸 가장 성실히 수행한 북한 김부자 최고의 아바타”라며 “문 전 대표의 행적에 비춰볼 때 회고록에 밝혀진 사실들은 빙상에 드러난 작은 사례에 불과하다”고 의혹을 한층 확산시켰다.
 
이에 맞장구치듯 조원진 최고위원은 지난 2013년 외통위 전체회의 도중 김정은에게 예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던 심재권 민주당 의원까지 거론하며 “김정은에 예를 갖추라던 그 의원이 지금 어떤 위치에 있고, 그 의원 또한 문 전 대표의 지시에 의해 발언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등 문 전 대표에 공세의 초점을 집중시켰다.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이장우 최고위원은 이번 논란에 대한 문 전 대표 측과 민주당의 해명을 일일이 반박하며 문 전 대표에 정계은퇴까지 요구하고 나섰는데, “우상호 원내대표와 당시 국방장관이던 김장수 주중대사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송민순, 문재인, 김장수 세 사람은 찬성 의견을 표먕한 거고 이재정, 김만복, 백종천은 기권 의견을 낸 건데 3대3 동률 아니냐, 다수 의견은 없었던 것”이라며 “문 전 대표는 국민 앞에 공개 사죄하고 신속히 정계 은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뿐 아니라 이 최고위원은 “대한민국은 지금 비이성적인 김정은 정권과 이 북한 정권에 협력하고 동조하는 (국내) 세력으로부터 대한민국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해야 한다는 두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노무현 정부 국기문란 훼손, 반역행위 국정조사 특위를 즉각 구성해야 한다”고 말해 문 전 대표 뿐 아니라 그 대상 범위를 한층 확대시켰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야권의 ‘미르재단 의혹’ 공세로 궁지에 몰렸던 청와대까지 이날 ‘송민순 회고록 논란’을 국면전환의 계기로 삼고자 했는지 “사실이라면 매우 중대하고 심각한 충격적인 일”이라고 논평하는 등 여당을 위해 직접 지원사격에 나섰다.
 
◆ 다급해진 민주당, 文 비호 총력전
 
이처럼 공세 주도권을 쥔 정부여당이 숨 돌릴 틈 없이 압박하기 시작하자 민주당은 이를 전형적인 ‘색깔론’ 공세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을 포함한 엄중 대처 방침을 분명히 하는 한편 ‘최순실·우병우 의혹’ 등을 규명하라고 역공을 펼쳤다.
 
▲ 추미애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덮으려고 새누리당이 우리당의 대선후보를 상대로 흠집내기와 명예훼손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덮으려고 새누리당이 우리 당 대선후보를 상대로 흠집내기와 명예훼손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사실관계 확인 없이 서슴없는 명예훼손을 한 것에 대해 법적 대응할 뿐 아니라 허위사실로 대선후보를 비방하면 그런 문제도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새누리당에 경고했다.
 
뒤이어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감을 파행시켜도 막을 수 없고 색깔론으로도 막을 수 없는 게 최순실 씨 비리 의혹”이라며 “지금이라도 최순실 씨는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 말대로 국회에 출석하고, 검찰에도 출두시켜 국민적 의혹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여당의 공세에 맞불을 놨다.
 
아울러 민주당 측은 송민순 회고록 자체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길을 보냈는데, 전해철 최고위원은 “참여정부 당시 외교장관의 500쪽이 넘는 회고록 중 일부만 발췌해 사안을 침소봉대하고 있다”며 “기권은 (논란이 된 18일 회의에 앞서) 16일 회의에서 이미 결정된 것이고, 이미 결정된 사항을 북한에 확인할 필요도, 이유도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같은 당 박범계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송민순 회고록 논란과 관련, “(회고록) 군데군데에 반기문 현 유엔 사무총장에 관한 여러 기술들이 나오는데 매우 칭송하는 그런 대목들”이라며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기술한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말해 반 총장과 문 전 대표 간 지지율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는 현 대선 판도를 뒤흔들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초점을 맞췄다.
 
추 대표 역시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누구 회고록이든 세상에 믿을만한 회고록은 없다. 개인 회고록을 갖고 다 끄집어 내 진실공방할 것인가”라며 회고록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 뒤 “문재인 전 비서실장도 인권이란 보편적 가치에서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에) 찬성할 수 있다는 기본적 입장을 밝혔다. 진실 공방할 게 없다”고 여당의 진상규명 요구를 일축하는 등 사태 확산을 저지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이어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증인채택을 새누리당이 요구하는 데 대해서도 “일부러 그걸 키워가지고 산더미 같은 의혹, 편파기소 이런 걸 다 덮어버리려고 하는 의도”라며 “더 이상 얘기할 가치가 없다. 일일이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민주당 측이 회고록 내용을 부인하며 애써 무시한다고 해도 사태는 쉬이 진정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데,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은 이날도 자신이 총장으로 있는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의도로 쓴 게 아니다”라며 “진실은 바뀌지 않는다. 책 내용 그대로”라고 물러서지 않아 이번 파문이 장기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문제는 당사자인 문 전 대표 역시 이날 인천시 남동구에 있는 이익공유제 실행기업 ‘디와이’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송민순 회의록’ 관련 당시 사실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을 요청받자 “사실관계는 당시를 잘 기억하시는 분들에게 물으세요”라며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의혹 확산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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