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미르재단 의혹’ 보복 주장…유사사건 들어 형평성 문제 삼아

▲ [시사포커스 원명국 기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야당에 대한 검찰의 편파적인 선거법 위반 혐의 기소 관련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 12일 검찰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데 대해 야권이 13일 그간 미르재단 의혹을 추궁해온 야당을 탄압하기 위한 ‘보복성’ 기소를 한 것이라며 한 목소리로 들고 일어나면서 사태가 선거법 저촉 여부에 집중되기보다 점차 정쟁 성격으로 변질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자정을 기점으로 지난 4·13총선의 선거사범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만큼 여야 모두 기소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 가운데 같은 날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수남 검찰총장에 따르면 현직 의원들 중 새누리당 11명, 더불어민주당 16명, 국민의당이 4명, 무소속 2명이 기소된 것으로 밝힌 바 있어 가장 많은 수의 현역 의원이 기소된 민주당은 불안감에 휩싸인 상황이다.
 
이번에 정식재판에 기소된 의원들 중 내년 3월 13일 이전까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아 당선무효가 확정될 경우 4월 12일 치러지는 재보선 결과에 따라 지금의 정국 구도가 또 다시 요동칠 수 있어 검찰의 기소에 대해 정치권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전날 검찰이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윤상현 의원 등에 대해선 20대 총선 공천 개입과 관련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기에 당장 야권은 검찰의 총선 관련 기소에 공정성을 의심하며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檢 기소 배후는 ‘우병우 靑 수석’ 주장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자신을 포함한 자당 의원들이 대거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데 대해 “최순실 사건과 우병우 사건을 덮기 위한 물타기이자 치졸한 정치공작, 보복성 야당 탄압”이라며 격하게 반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추 대표는 “제1야당 대표조차 기소한 것을 보면 검찰은 더 이상 국민검찰이 아니라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정치검찰”이라며 “이것이야말로 허위조작 기소고 검찰의 기소권 남용”이라고 검찰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뒤이어 우상호 원내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여러 군데 탐문한 결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작동이란 것이 두세 군데에서 중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우 수석이 이번 무더기 기소에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식의 주장까지 펼쳤다.
 
우 원내대표는 이어 “제1야당 대표와 정책위의장, 대변인, 그리고 4선급 중진위원들을 이렇게 무더기 기소한 사례가 없다. 혐의 내용 자체를 보더라도 과거 잣대로 보면, 또 새누리당과의 형평성을 기준으로 보면 바교적 경미한 사항들”이라며 “민정수석이 개인감정을 갖고 이런 식으로 야당과 전면전을 선언해도 되나”라고 재차 ‘배후설’을 부채질했다.
 
이 뿐 아니라 야당은 검찰을 향해 이를 계기로 검찰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경고까지 하고 나섰는데, 전해철 최고위원은 “선관위 고발 건도 우리 당 의원들에 대해선 거의 모두 기소한 반면 여당 의원에 대해선 별 이유 없이 불기소했다. 내용상 공정성과 형평성을 갖추지 못한 야당 겁박성 기소”라며 “기소독점주의 폐해를 시정하고자 검찰개혁을 위해 우리 당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경고했다.
 
김영주 최고위원 역시 “정치검찰의 공소권 남용은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 다시 한 번 분명히 보여줬다”며 “박근혜 정권의 ‘표적 기소’, ‘보복 기소’에도 불구하고 우리 당은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특히 민주당은 추미애 대표조차 검찰의 기소 대상에 포함된 것에 대해 ‘미르 의혹’ 공세를 펴온 데 대한 보복 기소로 확신하는 분위기인데,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추 대표와 유사한 혐의로 고발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태도를 들고 있다.
 
앞서 추 대표는 4·13 총선 전 3월 13일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16대 국회 때 법원행정처장을 만나 서울동부지법의 광진구 자양동 존치 약속을 받아냈지만 17대 국회 낙선으로 송파구 문정동 이전을 막지 못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4월 2일부터 3일까지 배포한 선거공보물에 ‘16대 국회 시 법원행정처장에게 서울동부지법·동부지검의 존치 약속을 받아낸 추미애 의원’이라고 적시했던 점이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돼 검찰에 기소된 바 있다.
 
반면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실제 법안에 ‘순천’이라 명시된 부분이 전혀 없었음에도 자신의 선거공보물에 ‘의과대학과 부속병원을 순천에 설치하겠다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선전했는데 여기에 대해선 검찰이 추 대표 사례와 유사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문제를 삼지 않은 채 무혐의 결정을 내려 야권은 이를 ‘편파 기소’라 주장하는 근거로 적극 내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날 금태섭 민주당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이정현 대표는 증거 없고, 추미애 대표는 허위사실이란 결론을 내렸는데, 누가 봐도 검찰의 기소는 여당인지 야당인지에 따라 달라진 것”이라며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후보들이 오세훈 시장에게 뉴타운 약속 받았다고 주장하다 고발당한 걸 기억해보라. 당시 검찰은 본인들이 그렇게 생각했을 수 있다며 거의 다 불기소했다”고 과거 사례까지 인용해 검찰을 꼬집었다.
 
검찰이 추 대표에 대해선 기소 결정을 내린 데 반해 이 대표에게는 불기소한 데 반발한 민주당은 이미 전날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과 관련해 광주고등법원에 재정신청서를 제출한 데 이어 13일 오후에는 국회에서 ‘비선실세 국정농단! 편파기소 야당탄압! 긴급의원총회’까지 개최하는 등 총공세에 돌입했다.
 
추 대표는 이 자리에서도 “이 사건의 본질은 최순실게이트와 우병우 비리사건을 덮기 위한 치졸한 정치공작이자 보복성 야당 탄압이란 것”이라며 “이 모든 과정의 컨트롤타워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란 정황도 나오고 있다”고 거듭 ‘우병우 배후설’을 꺼내 청와대를 압박했다.
 
또 그는 지난 총선 직전 있었던 ‘공천 개입 의혹’ 녹취록 파문의 주역인 최경환, 윤상현 의원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친박계 핵심인사들이 전날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점도 지적하며 “야당은 정치보복의 대상이 됐고 친박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인양 검찰이 법을 농락하고 있다”고 검찰에도 한껏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추 대표는 “정권 비선실세의 권력 농단과 일개 수석을 지켜주려 검찰이 제멋대로 권력을 휘두른다면 검찰역사에 치욕으로 남을 것”이라며 “제 아무리 야당의 입에 재갈을 물려도 권력 비리의 거대한 몸통을 가릴 수 없단 것을 박근혜 정권에 경고한다”고 전면전을 선포했다.
 
그저 엄포에 그치는 것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려는지 민주당은 이날 검찰의 기소에 대응하고자 ‘비선실세·국정농단·편파기소 대책위원회’를 당내에 설치하고 전해철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삼았다.
 
◆ 국민의당·정의당, 檢 비판 동참…與 “재판 지켜보라” 일침
 
▲ [시사포커스 원명국 기자]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13일 검찰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 의원들을 무더기 기소하고 새누리당 의원 및 전 청와대 관계자들은 무혐의 처분한 데 대해 "검찰에서 아직도 고리타분하게 군사독재 시대의 양상이 보인다"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여타 야권 정당들도 이번 검찰 기소에 대해 공동대응에 나서며 민주당과 발을 맞췄는데,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원내정책회의에서 “검찰은 어제 최경환·윤상현 새누리당 의원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해서는 엄연한 선거법 위반임에도 무혐의 처분을 했지만 야당에게 적용하는 잣대는 엄중했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추미애 민주당 대표까지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건 이해할 수 없다”며 “검찰에서 아직도 고리타분하게 군사독재 시대의 양상이 보인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의당 역시 심상정 대표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에서 박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친박 실세와 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각기 다른 대응을 비난하며 “법을 다루는 기관으로서 일말의 양심도 없었다”고 비꼬았다.
 
아울러 심 대표는 “정권의 심부름센터를 자임하고 나선 검찰을 더 이상 용인하기 어렵다”며 “정의당은 두 야당과 공조해 공수처 설치 등 근본적 검찰개혁에 나서겠다”고 맞대응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김성원 대변인의 브리핑에서 야권의 맹공에 맞불을 놨는데 “추 대표는 허위 조작 기소라고 하는데, 검찰은 그가 당 대표직을 맡기 전 선거 과정에서 있었던 혐의로 기소한 것”이라며 “야당 탄압이고 보복성 기소라며 반발하는 모습은 법 위에 군림하려는 초법적인 자세”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김 대변인은 또 “야당 대표는 성역도 치외법권 대상도 아니다”라면서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니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 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편 이번 사안으로 촉발된 향후 정국 방향과 관련, 일각에선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인 13일 자정을 넘긴 뒤부터는 새누리당 내 비박계도 차기 대선 등에 있어 일찌감치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일단 개헌론 등을 앞세워 당내 친박계를 향한 압박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야권에서 지금보다 대여 공세를 펴기 유리한 여건이 조성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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