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권 행보 본격화’에 곳곳서 견제 움직임 ‘꿈틀’

▲ [시사포커스 원명국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신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가칭)' 창립 준비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아직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귀국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최근 광폭행보를 보이며 공개 발언을 부쩍 늘리고 있어 벌써부터 대선판이 달궈지는 분위기다.
 
문 전 대표가 그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에 이어 유력 대권주자로 꼽혀온 만큼 일찌감치 여야의 대선잠룡들부터 그에게 강한 경계심을 보이고 있었지만 지난 6일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싱크탱크를 출범시키며 적극 공개행보에 나선 뒤엔 이제 각 당의 지도부 인사들까지 나서서 견제구를 던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발맞춰 다른 대선주자들도 각기 문재인주의보를 발령하며 저마다 특색 있는 행보에 나서는 한편 문 전 대표에 대항할 공약도 내걸고 있는데, 내년 초 있을 반 총장의 귀국에 앞서 문 전 대표가 ‘굳히기’에 들어갈 것인지 아니면 대선판도에 새로운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文, ‘국민성장론’ 앞세워 與 지지층 노리나
 
문 전 대표는 지난 6일 ‘정책공간 국민성장’이란 싱크탱크를 출범시키며 반 총장 귀국 전 선제적으로 대선판을 장악하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서울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당시 창립 심포지엄에는 무려 6~700여명에 달하는 정·학계 인사들이 참석해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는데,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표는 ‘국민성장론’을 내세워 성장과 분배로 양분되던 과거의 경제관념을 탈피하고 경제적 관점에 있어서도 외연을 넓혀나가겠다는 의지를 적극 드러냈다.
 
특히 ‘성장’이 그동안 여당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던 인식을 깨고자 그는 이날 연설에서 36번이나 ‘성장’을 외치면서 현재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정권교체의 또 다른 명분으로 삼아 여권 지지층까지 흡수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이 같은 자신감은 연설 내용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는데, 문 전 대표는 “경제를 살릴 자신이 있다”며 ‘국민이 돈 버는 소득성장’을 거론하면서도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 비정규직 문제 등 각종 사회·경제적 현안까지 해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그는 ‘국가 대개조’, ‘정권 교체를 넘은 경제교체’ 등 강도 높은 수준의 발언을 쏟아내며 지난 2012년 자신의 싱크탱크였던 ‘담쟁이포럼’보다 한층 넓어진 이념적 스펙트럼을 과시해 적어도 경제적 측면에선 지난 대선 때보다는 어느 정도 중립적인 모습을 보여줬는데, 싱크탱크의 상임고문직을 진보 인사인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가 맡은 반면 싱크탱크의 소장직에는 의외로 보수 중도성향인 조윤제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를 앉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균형을 강조하려는 듯 이날 출범식에 싱크탱크의 자문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이념적 통합을 하려면 정부가 중도를 넓혀야하고 진보와 보수를 아울러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성장’과 ‘경제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문 전 대표의 구상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현재 ‘킹메이커’ 역할을 하기 위해 ‘제3지대’를 비롯한 각계각층과 접촉하고 있으면서도 ‘경제민주화’의 주창자로 꼽히고 있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같은 날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문 전 대표의 인식에 대해 “말은 거창하게 성장과 경제민주화를 동시에 추구한다고 얘기하지만 실질적으로 경제민주화는 성장에 별로 지장을 주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으며 “이해가 잘못돼 있다”고 비판적 반응을 내놨다.
 
여기에 문 전 대표와 충돌한 끝에 과거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었던 대권잠룡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9일 자신의 SNS를 통해 ‘대한민국은 창업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성명서를 내고 “청업국가가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격차해소를 이룰 수 있다”며 이른바 ‘창업국가론’으로 맞불을 놨다.
 
소위 문 전 대표의 ‘국민성장론’에 안 전 대표가 ‘창업국가론’을 내세우며 대권을 놓고 야권 내 정책경쟁 양상으로 흐르는 가운데 여권 대선후보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까지 10일 여기에 뛰어들어 안 전 대표에게는 호평하고, 반대로 문 전 대표엔 혹평을 했다.
 
유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전 대표가 그동안 주장해온 ‘공정성장’에서 벗어나 ‘창업국가’를 말하기 시작한 것은 높이 평가한다”며 공감을 표하면서도 문 전 대표의 ‘국민성장론’을 겨냥해선 “기존의 소득 주도 성장을 벗어나지 못한 분배론”이라고 규정해 사실상 과거와 다를 게 없는 분배론에 ‘성장’이란 단어만 그럴 듯하게 차용해 여권 표심을 흔들려는 꼼수로 봤다.
이처럼 문 전 대표의 ‘국민성장론’을 비판한 이는 또 있었는데, 문 전 대표와 같은 당인 박영선 의원은 11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문 전 대표가 주장한 ‘국민성장론’과 관련 “무엇을 지향하는지 불분명한 단어”라며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경제적 불평등이기 때문에 앞으로 2017년 대선의 화두로선 경제계에 있어 균형성장을 해야 되지 않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박 의원은 안 전 대표가 내놓은 ‘창업국가론’에 대해서도 “창업국가란 것이 우리나라 경제 전체를 대변해 줄 수 없다”고 일축했고, 유 의원의 ‘혁신성장론’마저 “그것도 성장의 하나의 틀 속에 갇혀 있는 것”이라고 모두 비판했다.
 
◆ 文, ‘뜨거운 감자’인 사드 배치, ‘잠정 중단’ 제안
 
이렇듯 문 전 대표가 ‘국민성장론’으로 대선판에 한바탕 경제담론을 촉발시킨 가운데 안보 현안에 있어서도 상당한 여파를 미칠 발언을 이어갔는데, 그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드 문제에 대한 제안’이란 글을 올려 “사드 배치를 위한 제반절차를 잠정 중단하고 북핵을 완전히 폐기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다시 하자”고 박근혜 대통령에 제안했다.
 
또 사드 배치 장소를 성주의 롯데 골프장으로 이전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한미 간의 사드배치 합의에 대해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을 필요성이 더 커졌다”며 1000억원이 넘는 부지 매입 비용이 드는 점을 구실로 국회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입장은 언뜻 사드 반대는 아닌 ‘연기’ 정도로도 해석될 수 있는 중재안이지만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시험까지 하고 있는 상황에선 자칫 여론을 거스르는 주장으로 비쳐져 그간 지지층 외연 확장을 시도해온 게 무색하게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시사포커스 원명국 기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예상대로 그의 이런 주장에 대해 여권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는데,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0일 오전 기자간담회까지 열고 문 전 대표를 겨냥해 “전군이 비상대응태세를 유지하는 이때 느닷없이 ‘사드 중단’을 들고 나온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북한과 대화를 해도 사드 배치 기반 위에서만 가능하고, 미군무기체계를 들여오는 일이라 국회 비준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정 원내대표는 “안보 위기 상황에서도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는 문 전 대표의 안보관은 전혀 안심이 되지 않는다”며 “이러다보니 지난주 공개된 싱크탱크가 인물도 ‘그 밥에 그 나물’이고, 제시한 내용도 ‘새로움도 비전도 없는 텅 빈 공간’이라 판명나는 것”이라고 싸잡아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11일에도 국정감사대책회의를 통해 “문 전 대표가 본인의 SNS에 사드 배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지 단 한루만에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며 “사드 배치 찬성 여론이 60%가 넘는 상황에서 문 전 대표의 어이없는 발언은 국내 상황을 호도하고, 중국과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연일 몰아세웠다.
 
이를 통해 볼 때 여야 간 정쟁으로 정치권의 시선이 소홀했던 경제 분야와 달리 북한의 도발로 여권에 유리하게 조성된 안보 정국에 있어선 선제적인 이목 집중 효과를 노릴 수 없는 문 전 대표가 부득이하게 자신의 기존 입장대로 ‘외통수’를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안보 위기를 명목으로 여권이 계속 유리한 상황을 이어가고 있는 현재의 판을 뒤흔들고자 의도적으로 여론과 상반되는 입장을 발표해 이목을 집중시키는 한편 여기에 긍정적으로 반응할 중국을 통해 냉전 시기로 돌아가고 있는 안보 정세를 뒤집으려는 ‘큰 그림’을 그린 것 아니었겠느냐는 목소리도 있어 문 전 대표의 발언이 단순한 ‘판 흔들기’였는지 아니면 ‘대전략’이었는지는 좀 더 관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문 전 대표는 11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선거판세의 풍향계 역할을 한 제주를 찾아 태풍 ‘차바’로 피해 입은 민심을 위로하기 위한 민생행보에 나섰는데, 그의 발 빠른 대응에 뒤처질까 같은 당 대선잠룡인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14일과 15일 제주를 방문해 4·3사건 유족들을 만나고 마찬가지로 태풍 피해현장도 갈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렇게 문 전 대표가 먼저 일으킨 ‘대선 바람’이 반 총장이 귀국하는 내년에도 유효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찻잔 속 태풍’으로 가라앉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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