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조원 쏟아붓고 또 한 달만에 10조 경기부양책 발표. 돈 당겨써도 효과는 ‘글쎄’

▲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6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10조원 규모의 추경책을 발표했다. 한달만에 또 대규모 추경이지만, 과연 약발이 먹힐지는 의문이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지난 9월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총 27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펼친 지 한 달만에, 정부는 또 10조원 규모의 정책패키지를 마련했다.
 
최근 기업 구조조정이나 김영란법 시행을 비롯, 미국 대선, 미국 금리인상, 브렉시트, 북핵 문제 등 여러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4분기 여건이 불확실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4분기에는 추경집행, 코리아 세일 페스타 효과 등 긍정적 요인도 있으나, 대내외 리스크 또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으로 일정 부분 소비심리 위축이 불가피하고 한진해운 문제, 자동차·철도 파업 장기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이 투자·수출·생산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우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재정보강(6조3천억원), 수출금융(3조3천억원), 투자촉진프로그램 집행 확대(5천억원) 등 10조원 이상의 추가 지원을 통해 경기를 보완하기로 했다. 아울러 신용카드 포인트를 현금으로 쓰거나 다양한 곳에서 쓸 수 있도록 해 소비활력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된다. 또 지역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가을여행주간(10월24일∼11월6일) 전국 미개방 관광시설 40곳을 개방하고 1만3천459곳의 관광시설은 무료 혹은 할인 개방해 내수 경제를 살리겠다는 방안이다.
 
또 예측 경제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만큼 돈을 더 풀어서라도 경제성장률을 맞추겠다는 다급함을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정부는 지난 6월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8%로 하향조정한 바 있는데, 다른 기관들은 올해 성장률이 그보다 더 낮을 거라 예측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은 2.5%로 전망했고, 한국경제연구원은 2.3%로 전망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돈만 더 풀어봐야 효과가 나타날 것인지는 회의적이다. 심각한 부진에 빠진 내수·수출을 견인할 만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양극화와 전세난 등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상황인데, 잠시동안의 성과를 위해서 돈을 당겨써봐야 약발이 얼마나 듣겠느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는 최근 한진해운 사태 등에서도 거의 ‘강건너 불구경’ 식으로 예방은커녕 수습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신뢰를 이미 잃을 대로 잃은 상태다.
 
◆ “내 임기 중에만 안 터지면 된다?”
 
5일 있었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선 유일호 부총리를 상대로 기재부의 대책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정부가 2014년 최경환 부총리 시절에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성공했다는 착각 속에서 금리를 내리고 통화량을 늘려 부동산 경기 활성화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그 성과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전세계적으로 종전 경제정책과 사고방식으로는 경제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게 입증되고 있는데 성장률 0.1%, 0.2%가지고 집착하다보니 정책이 왜곡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 최근 조선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조선업계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경제체질은 여전히 건강하지 않고, 경제정책은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이 되지 않는데 확장적인 거시정책만 만성으로 가고 있다”면서 “솜사탕은 먹고 운동은 안하다보니 소비가 늘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재부는 어느 새부터 단기성과 중심으로만 가고, 한국은행은 단기 무사고만 벌어지면 되는 거 아닌가. 기재부와 한국은행은 정책실패보다 더 위험한 정책표류상태에 있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하며 “내 임기 중에만 한진해운이나 대우조선같은 사태만 안 터지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아닌가”라고 비판했다.
 
◆ “경제부총리가 안 보인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도 “(현재 상황이)20년전에 IMF때와 비슷하게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 대비는 하고 있는가”라며 제2의 IMF사태를 거론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이어 “(박근혜 정부)임기말이나 그 언저리에 미국이 금리인상하고 내부적으로 기업부실이 터지고 가계부채가 시한폭탄인 상황에서, 어디가 도화선이 돼서 안 좋은 위기가 올수 있다는 걱정 안하나. 검토를 하고 있어야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최근 국민경제에 부담되는 경제현안들이 잇달아 터지고 있어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 그 중에 하나는 경제총괄부처인 기재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기재부장관이 잘 안 보인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최근 한진해운 사태 등 한국경제에 부담되는 경제현안들이 잇달아 터지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제대로 된 수습방안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 뉴시스
그러면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가기 전에 구체적으로 예측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어떠한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유 부총리가)총선 전에 경제장관회의 10여차례 한 것을 보니까 총선 전에는 국회 탓하면서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나”라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사드 배치를)결정하기 전에 최소한 경제부처에서 '중국과의 경제관계 때문에 우리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런 대응책부터 마련해야 하지 않았나. 협의 모니터링 그런 말만 하고 있다”면서 기재부의 무대책을 비판한 뒤, “경제총괄부처가 하는 게 겨우 모니터링·협의하는 게 전부인가. 이 내용들을 국민이 알면 얼마나 걱정하겠나”라고 목소릴 높였다.
 
◆ “법인세 인상 안 돼, DTI도 조정 안 돼”
 
한편 유일호 부총리는 5일 늘어나는 재정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법인세 인상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야당 측에서 적극 제기하는 ‘법인세 환원’에 대해선 거듭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IMF에서 우리나라 재정수요가 증가할 것 같으니, 소득세율 인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다른 세목의 세율을 높이는 것을 권고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 부총리는 “재정수요의 급증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부가가치세밖에 없는데 올릴 수가 없다. 법인세율 같은 것은 여러 차례 말했지만, 그것이 국제경쟁력 측면에서 옳은가 판단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그럼 아무런 대책이 없나”라고 따져물었다. 이에 유 부총리는 “지출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증세해서 재정적자를 줄이기보단 지출을 줄인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은 “현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가계부채가 뛰어오른다. 가계부채 문제는 시한폭탄이다. 빚내서 집사라, 살림하라. 전세사라. 이런 정책들은 최소한 줄여야하지 않겠나. 가계부채 대책이 없으면 정부 목표치를 달성할 수 없다”며 “IMF는 총부채상환비율(DTI) 비율을 낮출 것을 권고했다. 받아들일 용의가 있나”라고 질의했다.
 
유 부총리는 이에 “바꾸기엔 어렵지 않겠나. 가계부채 관련해서 여러 대책을 내고 있고, 마지막 낸 대책은 조금 더 두고 봐야지 않겠나”라며 DTI 규제를 강화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도 부동산 경기부양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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