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피일 미루다 2년2개월만에 첫 판결, 소비자 측 “항소하겠다“

▲ 가정용에만 부과되는 ‘누진제’ 폭탄은 시민들의 거센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누진제가 정당하다고 판단하며 한전의 손을 들어줬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누진제’ 소송에서 법원이 한국전력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8단독 정우석 판사는 6일 오전 주택용전력 소비자 17명이 한전을 상대로 낸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정씨 등은 "한전이 주택용 전력에 불공정한 요금 체계를 적용해 전기요금을 부당하게 징수해왔다"며 지난 2014년 8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들은 누진세 체계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약관 조항은 무효로 규정한 약관규제법 제6조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주택용 전기요금은 총 6단계의 누진제로 운용되고 있다. 전기사용을 많이 할수록 요금단가가 높아지고 가격 차이는 최고 11.7배에 달할 정도다. 그래서 냉방비가 많이 드는 여름철이나 난방비가 많이 드는 겨울철에 각 가정에 ‘누진세’ 폭탄이 어김없이 날아왔다.
 
반면 전체 전기사용량의 55%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데다 대기업들은 원가 이하로 전기요금을 할인받고 있다. 최근 들어 누진제 폐지나 개편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정 판사는 “주택용 전기요금 약관은 누진체계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에 대해 감액하거나 요금을 달리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누진제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최대 11.7배까지 적용되는 살인적은 누진률이 과도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각 나라의 전기요금 정책은 나라의 상황, 전력수요 등에 따라 다양하게 정해진다”며 원고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송이 제기된 지 2년2개월만에 한전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소송의 선고는 원래 지난달 22일 나올 예정이었지만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미뤄져 이날 선고됐다. 이 재판은 이번 포함 총 네 차례 선고기일이 잡혔다가 기일이 바뀌는 등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날 첫 판결된 소송 외에도 누진제 관련 소송은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3건, 광주·부산·대전·대구·인천 등 전국지방법원에서 6건 등 총 9건이 진행 중으로 향후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법무법인 인강에 따르면, 지금까지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사람은 지난달 23일 기준 거의 2만명에 달한다.
 
소송 대리를 맡은 곽상언 변호사는 “재판부가 설명한 논리는 고시와 법령에 근거 규정이 있다는 것이지만 근거 규정이 있다는 것과 약관이 위법하다는 것은 다른 것”이라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전날 산자부 국정감사에서 “전기요금 누진제는 ‘슈퍼 유저’(전기요금 과다 사용자)를 위해 있어야 한다”면서 누진제 폐지에 동의하지 않았다. 다만 “현재 누진구간 6단계를 대폭 줄이고, (구간간 전기요금 단가의) 급격한 차이는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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