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K타워프로젝트·朴 대통령 사저’ 의혹에 靑 직접 대응

▲ 전날 박근혜 대통령 퇴임 후 사저 의혹을 제기했던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야권이 한·이란 문화교류 사업인 ‘K타워 프로젝트’에 미르재단이 초기부터 참여한 정황을 제시하며 박근혜 정권을 향해 날을 세우는 가운데 추가로 박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 의혹까지 제기되며 정부여당을 곤혹스러운 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다.
 
특히 내년 말 차기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얼마 전 김재수 장관 해임안으로 촉발된 정세균 의장 사태에서 큰 소득을 얻지 못했던 여당은 야권의 이 같은 공세 차단에 주력하며 수세로 전환된 모양새인데, 보다 못한 청와대까지 적극 해명에 나서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오로지 정권에 대한 의혹 검증으로 점철된 이번 국감에서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벌써부터 세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野 ‘미르, K타워 프로젝트 참여 특혜’ 공세
 
5일 여러 상임위에서 여야가 전날처럼 ‘미르 의혹’을 두고 공방을 벌였지만 이날 가장 관심이 집중된 곳은 새로운 의혹을 제기한 국토위였는데, 미르재단이 한·이란 현지 문화상업시설 건설 MOU핵심사업인 K프로젝트에 초기부터 참여했었다는 건 특혜 아니었느냐면서 그간 재단 내부에 대한 공세를 재단 외부로까지 확대시켰다.
 
먼저 최인호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란에서의 MOU체결에 앞서 4월 중순쯤 청와대 연풍문에서 열린 K타워프로젝트 관련 회의에 최초로 참석했다”며 “회의에는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코트라 뿐 아니라 미르재단 관계자도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에 선병수 LH공사 해외사업처장은 “회의에 갔더니 미르라는 단체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당시 미르재단을 처음 알았고 파악을 위해 직원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황희 의원이 박상우 LH공사 사장을 상대로 ‘미르가 K타워프로젝트에서 하는 일이 뭐냐’고 묻자 박 사장은 “미르재단은 문화 부분 자문을 담당했다”며 “MOU단계에서 적절한 협력 파트너로 생각했다”고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정작 ‘구체적으로 어떤 자문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는데, 이에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K타워 프로젝트는 LH가 주도한 건가, 청와대 지시인가”라고 직구를 던지자 박 사장은 “지시받은 게 아니다. 관계부처 합동회의에서 K프로젝트 주관을 맡아 달라는 얘기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이번엔 최 최고위원이 선병수 처장을 겨냥해 “당시 회의가 K타워 프로젝트에 미르가 참여토록 (회의 주재한 청와대 측이) 영향 준 게 아니냐”고 압박하자 선 처장은 “아니다. 저희가 판단했다”며 즉각 청와대 연루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이에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은 “미르재단은 문화예술진흥법상 등록도 안 된 단체”라며 “청와대의 관심사가 아니었다면 회의에서 거론될 수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 미르재단이 K타워 프로젝트의 주요 주체로 명시된 데 대해서도 야당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추궁하자 박상우 사장은 ‘번역 실수’라고 답변한 데 이어 거듭되는 청와대의 사전 언질 여부에 대해서도 “절대 없다”면서 의혹 차단에 주력했다.
 
이처럼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미르 의혹’ 일색으로 이뤄지자 김현아 새누리당 의원이 “같은 질문을 여러 분이 하시는데 LH공사의 도시재생사업 등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게 해달라”며 “(오늘) 초기에 민감한 이슈 때문에 관심이 집중됐는데 저희가 준비한 이슈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질의 제지에 나섰다.
 
그러자 임종성 민주당 의원은 “의원들이 질의할 때는 다각적인 면이 있다”며 “개개인이 자신의 질의를 하는 거지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정책 질의를 했으면 좋겠다’는 건 불필요한 얘기”라고 맞받아쳤다.
 
이렇듯 서로 청와대 연루 의혹을 놓고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참다못한 청와대 측에서도 적극 반격하고 나섰는데 이날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르재단이 (K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사업 계약과 진행 주체는 엄연히 LH”라고 반박했다.
 
그는 “LH는 단지 (이란 수도인) 테헤란에 지어지는 K타워의 콘텐츠 구성 등에 관한 자문을 받기 위해 미르재단에 컨설팅을 맡긴 것일 뿐”이라며 “미르재단은 우리 기업들의 한류 마케팅 지원을 위해 설립된 데다 대기업 16곳이 참여하고 전경련이 주도해 설립된 재단인 만큼 LH가 이를 모르는 게 더 이상한 것”이라고 야권의 의혹을 일축했다.
 
◆ ‘朴 대통령 퇴임 후 사저’ 의혹에 靑·與 격앙
 
박 대통령을 겨냥한 야권의 공세는 비단 ‘미르 의혹’에 국한된 게 아니었는데, 특히 국민의당은 전날 윤영일 의원과 최경환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K타워프로젝트’에 대한 미르재단 특혜 의혹을 처음 제기한 것도 모자라 박지원 비대위원장까지 박 대통령의 사저를 이전할 준비를 국정원이 하고 있었다고 주장해 파문을 한층 키웠다.
 
박 위원장은 전날 법사위 국감에서 사저 이전 자체보다 사저 이전을 준비하는 과정을 문제 삼았는데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 중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국정원에 지시해서 사저를 준비하고 있었다”면서 “떳떳하게 해야 되는 거 아니냐. 정보기관에서 청와대 비서관 지시로 준비한다고 하면 옳은 일이냐”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국민의당이 쫓는 걸 알고 국정원 직원을 내근직으로 좌천했다”며 “분명한 건 저한테 이제 하지 않겠다고 통보해왔다. 정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계속 몰아붙였다.
 
한 발 더 나아가 국민의당은 박 위원장이 제기한 의혹을 고연호 대변인을 통해 당 차원에서 논평까지 내며 “제2의 일해재단에 이어 제2의 내곡동 사저 비리마저 터지는 것이냐”고 청와대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고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우병우 수석’과 ‘최순실 게이트’에 이어 문고리 3인방 일원인 ‘이재만 비서관’까지 언급하며 박 대통령에 대한 의혹 공세를 극대화시켜 청와대에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았는데, 이 때문인지 청와대는 전날 의혹이 제기된 지 1시간도 안 돼 즉각 반응을 내놨다.
 
▲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4일 오후 춘추관을 방문해 박 대통령의 사저 관련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을 직접 찾아와 박 대통령의 사저 관련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한 뒤 “박 대통령은 퇴임 후 삼성동 사저로 되돌아가기로 하고, 관련법에 따라 현재 경호실과 국정원 등 유관기관 간 보안 및 경호 등 안전상 문제점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민생을 돌본다고 하면서 정치 공세를 펴는 건 온당치 못하다”고 맞불을 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위원장이 5일 페이스북에 “나는 확실한 정보를 갖고 질문했다”며 굽히지 않자 청와대는 곧바로 “사저를 정치공세의 대상으로 삼지 않길 바란다”고 재차 입장을 표명했는데, 정 대변인은 이날 “사실이 아니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정치권이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정치공세를 펼치는 것에 유감”이라며 한층 강한 어조로 박 위원장을 비판했다.
 
여기에 이날은 여당 의원들까지도 합세해 한 목소리로 박 위원장을 질타했는데,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B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박 위원장이 정말 누구를 위해 정치하는지, 무슨 근거로 그렇게 쉽게 얘기하는지 모르겠다”며 “폭로성으로 그렇게 정치하는 게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같은 당 김진태 의원은 이날 아예 이번 의혹과 관련해 박 위원장을 겨냥한 기자회견까지 열어 “또 거짓 선동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제 국감장에서 조목 조목 허위 주장임을 지적하자 박 위원장의 반응은 ‘청와대 소식을 친절히 설명해줘 고맙다’고 할 뿐이었다. 후안무치한 ‘아니면 말고’의 전형”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오히려 김 의원은 과거 박 위원장이 실세로 있던 김대중 정권 당시 있었던 대북 송금 사실을 꺼내 “4억5,000만 달러를 몰래 북에 보내 핵을 개발하게 해 놓고,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겠다는 사드 배치는 반대해서 우리의 손발을 묶었다”면서 “베트남 대통령 선거에서 차점으로 낙선한 쭝딘쥬,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의 보좌관 귄터 기욤이 모두 간첩으로 밝혀졌다”고 ‘간첩’ 의혹까지 제기하는 등 박 위원장에 맹렬하게 역공을 가했다.
 
이 같은 격렬한 반응에 직면한 박 위원장은 같은 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나의 사저 문제 지적에 아프긴 아픈 모양”이라며 “청와대와 새누리당에서 벌초 때 말벌떼처럼 나를 공격한다”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면서 그는 “안보위기 상황에서 국정원에 대북업무가 아닌 부동산 업무를 지시한 것을 지적한 것”이라며 “나는 삼성동이건 어디건 사저 준비는 당연한 것으로 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라고 화살을 비껴갔다.
 
이렇게 야권이 연일 사실 여부를 따지기보다 일단 의혹 제기를 통해 공세 주도권을 계속 쥐고 있으려는 데 대해 청와대까지 나선 이 시점에 여당이 어떻게 정국 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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