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도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연루, 야3당은 물론 ‘朴 경제교사’도 가세해 “전경련 해체”

▲ 전경련이 최근 1년동안 굵직한 구설수에 잇달아 연루되면서, 해체론이 전방위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재벌 오너들의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과 관련한 잇따른 논란이 일면서, '전경련 해체'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전경련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쿠데타 직후인 1961년 7월 ‘한국경제인연합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뒤, 1968년 전경련으로 간판을 바꾼 바 있다. 전경련은 지난 수십년간 대기업들이 정치자금을 모아 정치권에 전달하는 기구로 기능하는 등, 정경유착 비판을 수없이 받아오며 질타의 대상이 됐다.

한때는 경제정책 관련 재계의 의견을 전달하는 창구이기도 했지만, 현재 노동계의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물론 각종 구설수의 상징으로 이미지가 굳어지며 전방위적 해체 압박을 받고 있다.
 
최근 1년만 해도 전경련이 연관된 거대 구설수는 세 차례나 된다.
 
지난해 박근혜 정권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했을 당시 전경련이 산하단체로 만든 자유경제원은 사실상 ‘국정화 홍보처’ 역할을 했다. 특히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을 맡았던 전희경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화 전도사’로 불릴 정도였다.

자유경제원은 독립된 비영리재단을 표방하고 있지만, 지난해 11월 전경련에서 매해 평균 20억원씩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전경련이 산하기관인 자유경제원을 통해 정치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또 지난 4월에는 각종 친정부 집회에 앞장섰던 어버이연합에 최근 수년간 총 5억2천만원을 우회지원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어버이연합 게이트’에도 연루되는 등 구설에 올랐다.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전경련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무료급식에 썼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의혹의 중심에 또 등장하면서 전경련은 코너에 몰린 상태다. 미르·K스포츠재단은 전두환 정권의 ‘일해재단’을 빼닮았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두 재단의 설립 배후엔 청와대 비선 실세(최순실씨)가 재단설립 및 운영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또 대기업들이 전경련을 통해 재단에 수백억의 기금을 출연하는 과정에서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전경련을 적극 압박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 미르와 K스포츠재단 설립 의혹에 청와대로 시선이 쏠리자, 전경련은 부랴부랴 미르와 K스포츠 재단 해산 카드를 꺼내들고 신규 통합재단 설립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이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지 않는 사람은 없다. ⓒ뉴시스
특히 지난달 30일에는 <한겨레>가 단독으로 입수한 모 대기업의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해당 문건은 미르재단의 성격과 관련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제고를 위한 정부(청와대)와 재계(전경련)가 주관하는 법인 설립 추진”이라며 청와대를 분명히 설립 주체로 적시하고 있다.
 
이처럼 청와대로 시선이 모아지자, 전경련은 부랴부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해산 카드를 꺼내들고 신규 통합재단 설립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이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지 않는 사람은 없다. 어설픈 ‘증거인멸’이자 ‘위장폐업’이자 ‘꼬리자르기’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다.
 
◆ “정경유착 온상” “정권 심부름센터”
 
야3당에선 전경련 무용론을 들며 일제히 해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4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오늘날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전경련의 순기능은 사라졌다”며 “정부의 대기업 모금창구로 전락했을 뿐이고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로서만 존재하고 있다”며 전경련 해체를 요구했다.
 
당내 중진인 박영선 의원도 5일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전경련은 정경유착의 대표적인 표상 아니냐”라며 “정경유착이라는 것은 곧 민주주의와 시장질서를 가장 해치는 것”이라며 전경련을 정경유착의 상징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전경련은 1988년도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자금을 주도적으로 나서서 모금했고, 1995년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비자금을 제공했다. 또 1997년도에도 (이회창 후보 관련)세풍사건, 2002년도에도 불법 대선자금 등과 관련해서 끊임없이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며 흑역사를 거론한 뒤 ”이번엔 또 미르재단 사건이 났다. 최근엔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어, 정치활동까지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경련이 최근에도 각종 구설수에 오르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더 나아가 “전경련이 사회공헌기금이라고 해서 약 3조 가량의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사회공헌기금을 가지고, 이것이 로비자금, 압력단체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완전히 변질화되어 가고 있다"면서 "그러니까 이제는 전경련을 해체할 때가 되었다"며 즉각적 해체를 촉구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같은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전경련이 부랴부랴 미르와 K스포츠재단을 통합하려는 데 대해 “증거인멸, 꼬리자르기라고 본다”며 “악덕기업주들이 체불하고 잘못하고 법적으로 문제가 될 거 같으면 위장폐업으로 명의만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제가 한심하게 생각하는 것은 전경련이 두 재단에 대한 해산과 통합을 말할 주도할 법적 권한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동안 전경련이 권력의 수금책 역할을 했었는데 이 사달이 나니까 뒤처리까지 다 떠맡은 격”이라며 “전경련은 정권의 심부름센터로 전락한 만큼 빨리 해체되어야 한다”며 역시 전경련 해체를 촉구했다.
 
국민의당에서도 4일 정무위원회 소속 김관영, 박선숙, 채이배 의원이 공동성명을 통해 “현재의 모습은 경제단체가 아닌 정치단체”라며 “미르-K스포츠 해산이 아니라 전경련의 해산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무런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은 전경련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를 해산하고 새로운 법인으로 통합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일명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증거인멸과 꼬리자르기에 전경련을 스스로 동원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트위터에서 “정경유착의 온상, 어버이연합의 후원자 전경련은 해체가 답이 아닌가요?”라고 반문했고, 이재명 성남시장도 “산업화 독재시재의 유물 전경련은 이제 그 천수를 다했다. 해체가 답”이라고 역시 해체를 촉구했다.
 
◆ “공공기관이 왜 재벌 이익단체에 가입하나”
 
야당에선 또 전경련에 회원사로 가입돼 있는 공공기관이 총 19곳이라고 밝히며, 즉각 탈퇴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5일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전경련에 회원사로 가입한 공공기관은 한국전력,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한국가스공사, 한국거래소, 인천공항공사 등 총 19곳이다. 이들 기관 중 대부분은 지난 수십년간 전경련에 회비를 꾸준히 납부해왔다.
 
이언주 의원은 “공공기관은 공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인데, 이익단체·압력단체인 전경련에 회원으로 가입해 회비를 내고 활동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처신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재벌 이익단체에 회원사로 가입하여 얼굴마담 역할 그만하고 전부 탈퇴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같은 지적에 이동걸 산업은행장과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4일 국정감사에서 “전경련 탈퇴를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 쇄신은커녕 구설수만, ‘해체론’ 자초
 
야당 측뿐만 아니라,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밀었던 국가미래연구원(김광두 원장)도 전경련 해체를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특히 김광두 원장은 박 대통령의 경제교사로까지 불리던 인물이다.
 
국가미래연구원은 4일 경제개혁연대와의 공동성명에서 "정경유착은 민주주의와 시장 질서를 해치는 행위로 자유 시장 경제 창달에 가장 큰 장애요인이다. 스스로 설립 목적을 부정하고 국민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전경련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전경련 해체를 촉구했다.
 
사실 정경유착 논란은 어제 오늘일이 아닌 만큼, 전경련 무용론이 나온 것은 이번뿐만은 아니다. 삼성, 현대차, LG, SK 등 주요 재벌들은 전경련과 거리를 두는 등 회장단 회의도 제대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위상이 역전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허창수(GS그룹 회장) 회장이 지난 2011년 2월 회장에 선임된 이후,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 못해 세 번째(33대~35대) 연임을 하고 있는 상태다.
 
전경련은 정경유착 등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쇄신을 언급했지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긴커녕 잇달아 구설수에 연루되면서 벼랑 끝에 직면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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