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사인·부검’ 논란부터 ‘미르재단 관련 전경련 해산’ 주장까지

▲ 새누리당의 불참으로 파행을 거듭하던 2016 국정감사는 4일 여당 의원들의 참석으로 일주일여 만에 정상화됐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새누리당이 의정 복귀함에 따라 20대 국회의 국정감사가 처음 정상적으로 치러진 4일 여야는 백남기농민 사망사건부터 미르재단 의혹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안을 놓고 각 상임위에서 날선 공방을 펼쳤다.
 
야권은 김재수 농림부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로 촉발된 새누리당의 국회 보이콧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았던 미르재단 의혹 등에 대해 거세게 몰아붙였고, 정세균 의장 사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의정 복귀한 여당은 더는 밀릴 수 없다는 듯 야권의 대북관을 집중 공격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 與野 ‘백남기 사건 규명’ 놓고 대격돌
 
‘김재수 해임안 사태’ 이후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여야의 신경전은 이날 ‘백남기 사건 규명’을 놓고 법사위에서 최고조에 달했는데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출석한 가운데 여야 양측은 경찰 물대포 관련 수사 진척 상황이나 백남기 씨 부검 여부 등을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핵심쟁점은 백남기 씨가 결정적으로 경찰의 물대포에 의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인지 여부였는데, 야권은 공권력의 과잉대응으로 빚어진 참사로 규정한 반면 여권은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 검증에 나서야 한다며 팽팽히 맞섰다.
 
먼저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이 지검장을 향해 경찰 물대포 살수 지침과 관련 “우리나라에서 경찰이 운용중인 지침은 가슴 이하로만 살수하게 되어 있다”며 “그러나 동영상을 보면 경찰은 가슴 이상으로 살수한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어 “법리 검토를 하고 말고 할 부분이 없다”며 “사건 처리가 더 지연될 경우 진상규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제발 속도 좀 내시라”고 수사를 빠르게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또 같은 당 금태섭 의원까지 “백남기 농민 사망 이후 위법한 공권력 행사가 없어지고 이 사회가 안전해졌으면 좋겠다”며 “정부가 나서서 설명하고, 책임자 처벌하고, 피해자 가족이 국가에 실망을 느끼지 않도록 보장해 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 지검장은 “(당시 경찰의 물대포 살수 형태가) 규정 위반인 것은 알고 있다”며 “(수사가) 늦어지고 있는 데는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자 새누리당이 즉각 반격에 나섰는데, 주광덕 의원은 “금태섭 의원이 백남기씨 사건을 언급하면서 국가 공권력으로 사망했다고 했는데 사인 규명이 필요하다”며 “부검 영장도 발부됐는데 단정적으로 국가 공권력 때문이라고 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뒤이어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역시 “물대포보다 훨씬 수압이 높은 세차장에서 물을 맞아도 뼈가 부러지지 않는다”며 “사인을 정확히 알 수 있는 부검이 중요하다. 유족이 반대하더라도 필요하다면 당당하게 부검하라”고 이 지검장을 압박했다.
 
하지만 이런 새누리당의 공세에 대해 야권은 곧바로 반박하고 나섰는데,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교통사고로 입원해서 317일 만에 사망했으면 변사인가 교통사고인가”라며 “직사 물대포로 입원했다가 사망한 사람을 병사라고 하면 되겠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도 “사안이 명백한 경우엔 굳이 부검을 하지 않는다”며 “지금 해야 할 건 지병으로 쓰러졌느냐 아니냐보다 물대포를 왜 직사했는지 살수규칙을 지켰는지 여부 아니냐”고 ‘백남기 부검 논란’이 논점일탈임을 꼬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검장은 여야가 충돌한 백남기 부검 여부에 대해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적으로 굉장히 관심 있는 중요 사건으로 사인을 과학적·객관적으로 명백히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여당 측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다만 야당이 이대로 물러서지 않고 공동으로 ‘백남기 특검법’을 발의할 움직임도 이미 진행하고 있어 향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 ‘미르·K스포츠재단’ 수사 놓고도 여야 대치
 
이날 백남기 사건 외에 청와대 비선실세 개입 의혹이 불거졌던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검찰 수사를 놓고도 첨예하게 여야가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는데, 이 사안에선 대체로 야당이 공세 일변도인 반면 여당은 신중을 기하자며 수성에 나선 분위기였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이날 “(미르·K스포츠재단) 이 사건은 검찰 존립 근거를 흔들 수도 있는 사건”이라며 “약 3개월 차이로 굳이 2개의 재단을 만든 이유가 뭔지, 기업들로부터 많은 돈을 걷어서 도대체 어디에 쓰려고 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같은 당 이춘석 의원은 “이렇게 대기업 목을 졸라서 돈을 낼 수 있는 곳은 한 곳 뿐”이라며 “비선실세가 개입했는지, 청와대의 지시가 있는지 수사해야 된다”고 청와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 같은 야권의 공세에 대해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엊그제 고발장 냈는데 벌써 수사가 다 됐고 파악이 된 모양”이라며 “고발장을 내자마자 청와대 눈치 본다고 하면 되겠느냐. 이렇게 성급해선 안 될 것”이라고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이처럼 법사위에선 여야가 미르재단과 관련한 검찰 수사 상황을 놓고 충돌했다면 정무위에선 이번 의혹과 관련해 재단 출연금 모금에 적극 나섰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화살이 집중되면서 심지어 ‘전경련 해체’ 주장까지 불거졌다.
 
특히 여기선 국민의당이 강공에 나섰는데, 박선숙 의원은 이날 정무위 국감에서 이동걸 산업은행장에게 산업은행의 전경련 가입 문제와 관련 “1960년대 이래 은행을 재벌과 한데 담았던 구조라면 부적절한 것 아니냐”며 몰아세웠는데, 이에 압박을 받은 이 행장은 물론 권선주 기업은행장도 전경련 탈퇴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 의원은 정무위 소속된 같은 당 김관영·채이배 의원과 함께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전경련의 일탈행위가 도를 넘어선지 오래”라며 “미르·K스포츠재단의 해산이 아니라 전경련의 해산을 촉구한다”고 공세수위를 높였다.
 
이들은 “아무런 권한도 갖고 있지 않은 전경련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를 해산하고 새로운 법인으로 통합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일명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증거 인멸과 꼬리자르기에 전경련을 스스로 동원하겠다는 선언”이라며 “전경련은 정치단체도 정치목적의 법인도 아니지만 현재의 모습은 경제단체가 아닌 정치단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최근 전경련의 일탈행위는 오히려 전경련의 설립 목적인 자유시장경제 창달의 장애물이 됐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한 뒤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고 홍보하는 활동은 기존의 경영자총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며 더는 불필요한 전경련을 해체할 것을 거듭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강경 기조에 민주당 역시 함께 힘을 실었는데, 기동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현안브리핑을 통해 “전경련은 정부의 대기업 모금창구로 전락했을 뿐이고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로서만 존재하고 있다”며 “전경련은 해체돼야 하고, 해체가 아니라면 해체에 준하는 개혁을 통해 기업의 이익과 경제비전을 고민하는 순수 민간단체로서 존재해야 한다”고 국민의당과 한 목소리를 냈다.
 
이밖에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감 출석 주장과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무를 사저를 이전한다는 소위 ‘제2의 내곡동 사저’ 의혹 등 청와대를 겨냥한 야권의 파상공세는 갈수록 격해졌다.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이처럼 야3당의 대여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가해지자 새누리당은 상대적으로 야권의 ‘약한 고리’인 대북노선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는데, 그 발단은 이날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있었던 10. 4선언 9주년을 맞은 민주당이 지난 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북한주민들을 향해 ‘한국으로 오라’던 박근혜 대통령의 기념사 내용을 비판하며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한 데서 비롯됐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북한 주민에 대한 남한행 권유는 위험한 발언”이라며 “무책임한 북한붕괴론은 남북관계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북한 난민이 약 10만 명만 발생해도 서울 지역 25개구에 각 구별로 4천명이 넘는 난민이 노숙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이보다 앞서 국민의당에서도 지난 3일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북한의 붕괴와 귀순을 직접 거론하시면 김정은 위원장을 압박하는 게 아니라 선전포고 아닌가”라고 박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섰는데, 이에 새누리당은 “박 위원장의 안보의식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고 논평을 낸 데 이어 이날은 정진석 원내대표까지 나서서 우상호 원내대표를 겨냥 “우 원내대표 발언의 속내는 북한이 핵개발하든 말든 북한 주민이 어려움에 처하든 말든 ‘북한 정권을 건드리지 말라’는 뜻으로 읽힌다”고 질타했다.
 
이렇듯 여야가 국감 정상화 첫 날부터 매서운 공방을 이어가면서 모처럼 마주 앉은 여야가 또 다시 관계에 파국을 맞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 어린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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