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쇼 아냐…죽기를 각오한 것” - 野 “코미디 개그”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의결에 항의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6일 정세균 의장 사퇴를 내걸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이를 두고 여야 의원들 간 상호 공방이 이어졌다.
 
먼저 야권은 이 대표가 이날 단식에 들어간 데 대해 3당 모두 비아냥 일색으로 대응했는데, 이재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오후 논평을 통해 “‘필리밥스터’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던 새누리당이 의회민주주의 운운하며 단식하고 1인시위 하는 자학 개그에 국민들은 웃기도 민망하다”며 “새누리당이 집권당이다. 여론을 호도하는 약자 코스프레를 그만하라”라고 질타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대표의 단식 소식을 접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집권여당 대표가 무기한 단식투쟁이라고 한다. 살다보니 별 희한한 일”이라며 “대통령께는 말 한 마디 못하고 국회의장을 향해 무기한 단식이라니 코미디 개그”라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정 의장께서 풀어가려고 국감 연기를 제안해 국민의당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며 “갈등을 만들어 가는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농성은 구정치 중 구정치”라고 지적했다.
 
또 정의당 역시 김종대 원내대변인의 현안 브리핑을 통해 “(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당시) 본회의장에서 밥 먹을 시간을 달라고 40분 동안 떼쓰더니 이제는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밥을 굶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며 야권의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반면 새누리당에선 이 같은 야당의 반응을 일축하며 오히려 경고까지 보냈는데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총에서 이 대표의 단식 결단에 대해 “어영부영 무슨 쇼하듯 애당초 그렇게 임하는 분이 아니다. 그 양반이 진짜 죽기를 각오하고 시작한 것”이라며 “이 상황을 정 의장과 야당은 가볍게 보지 말라”고 경고했다.
 
특히 정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단식을 ‘코미디’라고 비하한 박지원 비대위원장을 꼬집어 “DJ수제자를 자처하는 분이 그렇게 집권여당 대표를 조롱하고 비웃고 그런 천박한 표현을 쓸 수 있는 거냐”라며 날을 세웠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정 의장을 향해서도 “정 의장은 국회의장 지내고 정치은퇴하는 과거 의장들과 달리 의장을 끝내고도 정치를 계속 하고픈 욕망이 꿈틀거리는 분”이라며 “공정한 회의 진행이란 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 분 머릿속엔 그런 개념 자체가 없다”고 말해 지난 국회 개회사 논란 당시 정 의장이 ‘대권욕’으로 공정성 없이 의사진행을 한다고 했었던 논리를 다시 꺼내들었다.
 
아울러 정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단식투쟁 기간에 대해 “얼마나 걸릴지 솔직히 가늠하기 어렵다”면서도 “우리는 끝까지 싸워야 한다. 이제 내일부터 우리 의원들이 적극 방송에 나가 설명하고, 또 이 자리에 계신 언론인들과 수시로 접촉해 우리 얘기를 광범위하게 전달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같은 당이자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친박계에 속하는 최경환 의원 역시 이 대표의 단식 투쟁에 대해 이날 오후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죽 답답하면 단식을 결정했겠나”라면서도 “단합해서 잘못된 건 바로잡아야 한다”고 한껏 힘을 실어줬다.
 
심지어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은 이날 단식에 들어간 이 대표를 직접 찾아 “나도 8일간 단식해본 사람인데 단식하면 위장 장애, 심장마비도 올 수 있다”며 소금을 먹으라고 권하는 등 이 대표의 건강을 우려해 각별히 단식 요령에 대해 조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에 이 대표가 항의방식으로 단식을 택한 건 과거 자신의 발언과 모순된 행동이라고 지적하기도 하는데, 지난 2014년 10월 당시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주장하며 릴레이 단식농성에 들어가자 당월 3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선 이 대표가 “선거제도가 정착된 나라들 중 단식투쟁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는 나라도 아마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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