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 의장 사퇴 압박 총공세…野 ‘반쪽 국감’ 와중 與 복귀 호소

▲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26일 야당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단독 처리에 항의,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를 하기로 결정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새누리당이 지난 23일 김재수 농림부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당시 결정적 역할을 한 정세균 의장에 대해 중립성 위반 문제를 제기하면서 26일 정 의장 사퇴를 목표로 국감 보이콧부터 릴레이 1인 시위, 당 대표 단식투쟁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권은 새누리당이 불참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의사일정대로 국정감사를 시작했지만 12개 상임위 중 6개 상임위는 시작도 못한 채 결국 산회되는 등 여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를 중심으로 국감 첫날부터 파행 사태가 속출했다.
 
하지만 여당의 보이콧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한 더불어민주당은 우선 야당 단독 국감이라도 진행할 의지를 내비쳤었는데, 국민의당에서 단독 진행하는 것보다는 새누리당이 복귀토록 설득하고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함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고 새누리당에 국감장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하루 사이에 여당 대표의 단식 투쟁과 야당의 단독 국감 진행이란 사상 초유의 사태가 연달아 일어난 가운데 해임건의안 후폭풍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與, 丁 의장 ‘중립 위반’ 들어 사퇴 압박 주력
 
새누리당은 26일 야권의 김 장관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에 맞서 민주당 출신인 정 의장에 대해 국회의장임에도 중립을 위반하고 야권과 해임결의안 처리를 사실상 사전 결탁했다며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새누리당에선 정 의장이 중립을 위반했다는 증거로, 국회 본회의장에서 해임결의안 표결이 이뤄지던 지난 24일 정 의장이 해임결의안에 내심 동조하고 있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내용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는데 당시 정 의장은 “세월호 (특조위 기간 연장) 아니면 어버이연합 (청문회) 둘 중에 하나를 내놓으라고 하는데, (새누리당이) 안 내놔. 그러니까 그냥 맨입으로는 안 되는 거지, 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를 근거로 지난 25일 심야 의총에서부터 정 의장 성토에 나섰는데, 김정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브리핑에서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날치기는 ‘더불어민주당 기획’, ‘정세균 의장 주연’의 정치 사기극”이라며 “(정 의장은) 야당의 정치흥정에 앞잡이 노릇한 것”이라고 표현하는 등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대변인은 “세월호 기간연장과 어버이연합 청문회 안 해준다고, 흠결도 없는 김재수 장관을 날치기 폭거로 생사람 잡았다”며 김 장관도 애초에 문제가 없는 인사인데 마치 문제가 있는 인사인양 야권이 몰아갔다고 역공을 펼쳤다.
 
이 같은 여권의 공세에 야권은 적극 정 의장을 비호하며 맞받아쳤는데,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장의 사적인 말씀으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내가 볼 때 그건 중립성을 위반한 게 아니라 극한의 대치를 막기 위해 의장이 중재자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정 의장을 두둔했다.
 
또 우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정 의장의 차수변경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해 역으로 “본인들이 의사일정을 지연하고 차수변경의 법적 절차상 하자를 문제 삼는 이런 방식은 정당하지 않다”며 맞불까지 놨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당까지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정 의장 옹호에 앞장섰는데,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오전 열린 비대위에서 정 의장의 발언 취지와 관련 “해임건의안과 세월호 특조위 기간 연장, 어버이연합 청문회로 마지막까지 대화하려 했던 것”이라며 여소야대 상황에서 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가능하지만 그보다 수위가 낮은 해임건의안을 택한 데엔 오히려 여당과 대화하려는 의지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뿐 아니라 박 위원장은 “왜 새누리당은 개헌특위를 해주겠다면서 해임건의안을 취소해달라고 하느냐”라며 새누리당도 해임안 처리에 대해 협상하려 해놓고 형평에 어긋나는 논리로 펴고 있다고 반박했다.
 
▲ 정세균 국회의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24일 야당이 제출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자 정세균 의장의 사퇴와 야당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정기국회 모든 의사일정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이러한 야권의 지원사격에 힘입은 정 의장 측도 이날 오전 침묵을 깨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4일 자신의 발언과 관련, “여야간 협상과 타협이 이뤄지지 않고 해임건의안이 표결로 처리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즉각 해명에 나섰다.
 
그렇지만 새누리당은 공세를 한층 더 강화하고 나섰는데, 이날 예고한대로 국정감사에 여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하는 것은 물론 정 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무기한 단식 농성을 이어가며 나머지 의원들은 1인 릴레이 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초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여기에 새누리당은 아예 정 의장이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에 책임지고 사퇴할 때까지 당 지도부를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운영하겠다면서 의원총회를 열어 ‘정세균 사퇴 관철 비대위’ 전환 방침을 밝히고, 이날 단식에 돌입한 이 대표를 대신해 강성 친박계인 조원진 최고위원이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로 했다.
 
이처럼 사태가 끝을 알 수 없는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자 부담을 느낀 정 의장은 자신의 집무실로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직접 진화에 나서려 했으나 격앙된 상태인 여당은 정 의장의 회동 제안을 단번에 일축했고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 비대위원장만 참석해 머리를 맞댔는데 정 의장은 반쪽짜리 국감을 강행하기보다 2~3일 뒤로 연기하고 여당 설득에 먼저 나서자고 두 야당 원내대표에 제의했다.
 
하지만 우 원내대표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면서 야당 단독으로 국감을 진행할 의사를 분명히 했고, 박 위원장도 “의원들이 다 (이미 국감) 현장에 가 있는데 어떻게 설득하겠느냐”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의 화살이 자신만을 향하는 데에 압박을 느낀 정 의장은 재차 두 원내대표에 국감 연기를 요청했고, 거듭된 요청에 박 위원장은 결국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을 열어 놨다.
 
◆ 野, 12개 상임위 중 ‘절반’ 단독 강행…확대 가능성도?
 
▲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에서 “김재수 농림부장관에 대한 탄핵도 가능했다”면서 박 대통령을 겨냥해 “자신의 부덕을 탓하라”고 맞불을 놓고 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이 때문에 이날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채 진행된 국감에선 야당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은 상임위는 대체로 단독 진행을 불사하면서도 여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에선 적어도 야당 의원들이 여당 의원들의 참석을 기다리며 단독 진행을 지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여당 의원들이 끝내 나타나지 않으면서 이날 예정됐던 국정감사 중 여당이 위원장을 맡은 미방위, 국방위, 법사위, 안행위, 정무위는 제대로 열지도 못한 채 종료됐고, 국민의당 측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교문위도 교육부를 대상으로 야당 단독 국감을 진행하자는 논의가 이어지다가 오는 28일 국회에서 재실시키로 하고 일정을 연기했다.
 
그나마 이날 야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 본래 일정대로 진행한 산자위, 외통위, 보건복지위, 환노위, 농해수위, 국토위 등 6개 상임위에선 여당 의원들의 불참을 개의치 않은 채 정쟁보다는 현안에 집중해 내실 있는 국정감사를 해나갔는데, 여야의 극한 대치로 각 상임위마다 부각될 수 있는 주요 쟁점들이 묻힐 우려에 정치적 성격이 있는 질의는 가급적 피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갈등이 촉발된 시발점인 김재수 농림부장관에 대해선 이날 농해수위에 출석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 의원들이 이준원 차관에게만 질의를 하며 의도적으로 김 장관을 ‘투명인간’ 취급해 새누리당은 이에 대해 ‘직무살인’이란 표현까지 쓰면서 야당을 맹비난했다.
 
한편 야권은 국감 첫날을 ‘반쪽짜리’ 단독 국회로 진행했음에도 상황을 봐가면서 여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를 포함한 전체 상임위로 단독 진행 방침을 확대할 가능성도 내비쳤는데, 아직 공식입장은 여전히 새누리당의 복귀를 호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회법 50조 5항에 근거해 여당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더라도 사회권을 요청해 야당 간사가 위원장직을 대행하는 형태로 진행하는 방법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야권 역시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 처리함에 따라 정국이 파행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국감까지 야당 단독 진행이 장기화되면 여당의 반발이 한층 커질 뿐 아니라 국회 파행에 대한 책임이 도리어 야당으로 돌아올 수 있는 역풍을 우려하고 있어 단시일 내에 단독 강행 방침을 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이재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향후 국감 진행 방향에 대해 “새누리당이 복귀할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현장을 지키겠다”며 “우리가 예의를 보이는 시간 정도를 기다릴 것이고 1주일 정도는 국감장에 나가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혀 늦어도 10월 초에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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