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동안 누진제 완화한 정부…얼마든지 ‘당장 폐지’도 가능”

▲ 올 여름 말로만 듣고 걱정했던 누진제 ‘폭탄’이 날아들자 가계에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올해 유례없는 폭염 탓에 ‘전기료 폭탄’을 각 가정이 맞음에 따라, 가정용에만 부과되는 ‘누진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말로만 듣고 걱정했던 누진제 ‘폭탄’이 날아들자 가계에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현 누진제가 서민들에겐 전기요금 폭탄을 떠안기면서, 대기업에겐 원가 이하 공급에 역진제 특혜까지 주고 있는 만큼 폐지 혹은 전면적 개편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나 한국전력은 이같은 누진제 개편을 거부하고 있어 원성을 자초하고 있다. 특히 산자부는 저소득층이 누진제의 혜택을 보고 있다고 강변하며 누진제를 고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20일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주택용 전기요금 비교 자료에 따르면 8월 검침분 전기요금이 6월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가구(100㎾h 이하 사용 고객 제외)는 모두 298만1천 가구로 집계됐다.
 
이철우 의원이 5~6월 기간과 7~8월 기간 각각의 2개월분 사용량을 바탕으로 집계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기요금이 2배 이상~3배 미만 늘은 가구는 191만8천가구에 달했다.
 
이외에도 ▲58만4천 가구는 3~4배 ▲23만6천 가구는 4~5배 ▲10만6천 가구는 5~6배 ▲5만5천 가구는 6~7배 ▲2만9천 가구는 7~8배 ▲1만7천 가구는 8~9배 ▲1만 가구는 9~10배 ▲7천 가구는 10~11배 ▲1만9천 가구는 11배 이상이었다.
 
◆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약관은 무효”
 
이같은 살인적인 요금 폭탄이 터지는 누진제와 관련, 한전의 부당한 약관에 문제를 제기하며 한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시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19일 대구경북 주민 1천100여명은 전기요금 부과체계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한전을 상대로 한 '전기요금 반환 청구' 집단소송을 대구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이외에도 전국에서 전기요금 누진제와 관련해 1만9천650여 명의 시민이 8건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현재 진행되는 소송건수는 9건에 달한다.
 
서울중앙지법은 정모씨 등 20명이 2014년 8월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최초의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과 관련, 오는 22일 최종 판결하기로 했으나 갑자기 내달로 연기됐다.
 
소송대리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인강의 곽상언 변호사는 21일 SBS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어제(20일) 오후 5시쯤에 (법원에서)통보가 왔는데, 10월 6일로 판결 선고기일을 연기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올해 4번째 지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전의 전기요금 약관의 불공정성에 대해 “불공정한 약관의 경우에는 그 효력이 없는, 무효한 약관에 해당하는 것이다. 고객,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약관은 무효”라고 지적하며 “누진제 전기요금 약관이 한전에게 유리한 것이고 국민에게 불리한 것이라면 무효로 선언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것인지는 지금 많은 국민이 알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공정한 요금 체계를 우리 국민은 단 한 번도 동의한 적이 없고, 이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도 없는 것”이라며 “이 주택용 누진제 전기요금 규정은 무효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누진제 손보지 않고선, 겨울철에도 예상될 ‘요금 폭탄’
 
곽 변호사는 약관이 고쳐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저도 정확한 이유를 알고 싶다.”고 반문하며 “지금 한전이 원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둘 다 원하지 않는 것인지. 지금 실제로 정부 발표를 들어보게 되면 누진제를 완화해준다는 것이고. 7, 8, 9월 3개월동안 이미 누진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잖나? 그러면 얼마든지 지금 당장 폐지도 가능한 것”이라며 누진제 폐지를 거론했다.
 
지난달 정부와 새누리당은 7~9월 석달간 누진제 6단계 모든 구간의 폭을 50KWh씩 높여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가구당 평균 수천원의 요금이 할인됐지만, 누진제로 맞는 ‘전기료 폭탄’에 비하면 ‘코끼리 비스킷’ 수준이다.
 
또 겨울철에는 전기장판이나 전기난로를 쓰다가 살인적인 요금폭탄을 맞는 저소득층이 많은 만큼, 누진제 폐지나 전면적인 개편 없이는 국민의 원성을 결코 막을 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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