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잘살아보세’의 가족계획요원 김정은

"껍질을 까고 콘돔을 꺼내세요… 윤활유를 바르고… 끝을 잡고 공기를 뺀 다음 끼웁니다" 수준급 코믹 연기로 큰 인기를 끌었던 코믹여왕 김정은(30)이 영화 ‘잘살아보세’에서 산아제한 구호가 난무하던 1970년대 가족계획요원이 되어 추석 극장가를 웃음과 눈물로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원조 코믹여왕 김정은을 그녀만큼이나 활기 넘치는 시사회장에서 만나보았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는 산아제한 표어가 유행하던 1970년대 새마을운동과 함께 국가적 최대 과제였던 가족계획을 장려하기 위해 시골마을 용두리로 파견된 박현주 요원 역을 맡아 마을 주민들에게 콘돔 사용법과 피임약 사용법을 가르치며 출산율 저하에 박차를 가하는 김정은. ◆ 피임 전문가로 거듭나다 그녀는 영화에서 피임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시피한 마을 주민들에게 성교육을 시키기 위해 직접 손가락에 콘돔을 끼우고 "껍질을 까고 콘돔을 꺼내세요. 끝을 잡고 공기를 뺀 다음 끼웁니다"라고 하는 등 낯 뜨거운 대사를 스스럼없이 던지고 마을 주민들의 피임 일지와 콘돔의 사용 유무를 일일이 검사할 정도로 철두철미한 가족계획요원의 모습을 선보였다. 극중 성교육을 시키는 장면에 대해 "마을 주민들에게 정관수술을 권장하고 성교육을 시키는 부분들은 별로 민망하지 않았다. 평소 피임법을 잘 알고 있었지만 영화를 통해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며 "영화에 성적인 부분이 주요 소재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영화다"라고 밝혔다. ◆ 당신은 행복한가요? 잘 사는 방법··· 살아온 환경이 다른 만큼 사람들마다 각자가 생각하는 방법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김정은은 영화 제목과 관련해 잘 사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면 당신은 행복하냐고 반문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잘사는 게 뭐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그럼 당신은 행복하신가요라고 묻고 싶어요. 그렇다 혹은 아니다 모르겠다는 대답이 나오겠죠. 그런데 참 사람들은 행복한 것이 뭔지에 대해 생각을 별로 안하고 사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고요." 김정은은 행복이 무엇일까를 고민한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뭘 하면 행복해질까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고. 요즘 김정은을 사로잡고 있는 생각 또한 바로 행복에 관한 것이다. "행복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에게는 손톱만큼만 있어도 행복인데 어떤 사람에게는 집채 만해도 안 그럴 수 있잖아요. 뭘 하면 행복할까 생각하고 있어요. 나이도 좀 들었고요(웃음). 내 감정에 충실해지자 뭔 그런 고민들을 하죠." ◆ 웃음과 눈물의 배우 극중 경상도 사투리와 표준어, 어색한 표준말 등 여러 말투를 선보인 김정은은 “영화 속 인물의 설정에 맞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투리를 쓰기로 했다”며 “경상도 출신인 어머니가 평소 표준어를 불완전하게 구사하는 모습을 따라 해봤다”고 말했다. 또한 김정은은 원조 '가문녀'로 추석 시즌 격돌한 '가문의 부활'에 대해 함께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번 영화 '잘 살아보세'와 추석 시즌 흥행 경쟁을 벌일 '가문의 부활'에 대해 묻는 질문에 김정은은 "솔직히 별 고민 안 한다"고 말했다. "남다르게 신경 쓰거나 하는 것은 정말 없고요. 영화를 안 봐서 잘 모르겠어요. 우리 영화를 잘 만들자는 생각만 하지 다른 고민은 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추석에 극장을 찾는 절대 관객수가 많아져서 잘 되고 못 되고 하는 영화 없이 우리영화 참 잘 됐다고 느낄 정도였으면 합니다."라며 한국영화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실제로 존재했던 가족계획요원들의 조언으로 완성된 스토리로 초반의 코믹함과 중반 이후의 진지하고 애틋함이 묘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 ‘잘살아보세’, 한해한해 들어가는 나이만큼 웃음과 눈물에 책임질 줄 아는 배우 김정은의 또 다른 변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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