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잠룡들, 견제구 던지고 ‘이슈 선점’ 혈안…‘반기문-문재인’ 구도 깨기 나서

▲ 여야 대권잠룡들이 반기문-문재인 구도의 대선판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진은 (좌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남경필 경기지사,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이 내년 정초로 확정되면서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야권 내 ‘문재인 대세론’에 이어 강력한 ‘반풍(반기문 바람)’에까지 직면하게 된 여야 대선잠룡들의 발길은 그 초조함만큼이나 점차 빨라지고 있다.
 
각 대선주자들은 싱크탱크 구성부터 토론회, 민생 행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저마다 저변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이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2강’으로 좁혀진 현재의 대권 구도를 깰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 대권잠룡들, ‘潘風’ 진화하며 ‘이슈몰이’ 나서
 
우선 누구든 대선주자라면 현재 가장 의식하고 있을 대상은 ‘반풍’의 진원지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앞서 반 총장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국민일보 의뢰로 12~13일 양일간 실시해 지난 19일 발표한 대선 지지율에서 25.9%를 기록하며 ‘문재인 대세론’마저 야권 내에서나 통용되는 데 불과하다는 듯 18.2%를 기록한 문 전 대표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리고 1위를 굳혔다.
 
이 때문인지 ‘문재인 대세론’까지 덮어버린 ‘반풍’의 위력을 실감한 더불어민주당에선 적극 진화에 나섰는데,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전해철 더민주 최고위원은 20일 YTN라디오를 통해 “지역과 인물을 중심으로 하게 되면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무엇을 실현할지 국민들이 알 수 없다”며 ‘충청대망론’의 당사자인 반 총장을 꼬집었다.
 
또 김 최고위원은 현재 ‘반 총장’의 지지도가 개인을 향한 것일 뿐 아직 특정 정당에 소속되지 않아 정치적 기반이 빈약한 점을 지적해 “정당이 체화되지 않고 정당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후보는 성공하기 어려울 뿐 아니고 우리 정치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당의 여러 가지 것들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지도만으로 대선후보가 되는 건 기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몰아세웠다.
 
이 같은 반 총장에 대한 견제 기류는 비단 야권에서만이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감지됐는데, 친박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점을 의식한 듯 비박계인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같은 날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반 총장을 겨냥 “검증 안 된 부분이 너무 많다. 사전검증 과정이 필요하고 경쟁관계를 거쳐야 한다”며 “(지지율만으로) 추대되는 건 반 총장 본인에게도 좋지 않다”고 야당과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심지어 하 의원은 “최근 보면 남북화해에 집중하겠다고 하는데 지금 남북 화해를 말할 때냐”라며 “이런 것을 보면 정무적 감각이 상당히 떨어지는 분 아닌가 이런 판단이 든다. 거품이 많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특히 대선주자로서 반 총장과 직접 경쟁해야 하면서도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의 경우 지난 19일 반풍을 확산시키려는 친박계 지도부를 향해 “계속 가서 건드리는 건 옳지 못하다”며 “주책 좀 그만 떨라고 해라”라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데다 친김무성계인 김성태 의원도 20일 YTN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경선은 당헌·당규상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며 ‘지지율’로 압도하고 있는 반 총장에 견제구를 던졌다.
 
하지만 김 전 대표 측은 단순히 견제의 목소리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지난달 30일부터 ‘격차해소 경제교실’이란 모임을 통해 매주 증세·소득분배·복지 등 민생경제에 밀접한 주요 현안을 중심으로 이슈 선점에 나선 것은 물론 최근엔 최측근인 조전혁 전 의원 등을 내세워 ‘공정사회 연대’란 전문가 200여명 규모의 원외 싱크탱크를 출범시키는 등 나름 대선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또 그는 지난 19일 국회 사랑재에서 김종인 더민주 전 대표와 함께 동아일보의 대담 인터뷰에 응한 가운데 ‘문재인 대세론’처럼 특정 세력이 장악하려는 데 반대하는 김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패권주의는 반드시 배격되어야 한다”며 친박계 측에서 내세우려는 ‘반기문 대망론’에 거듭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런 가운데 여당 소속의 광역지자체장 출신 대권잠룡들은 아직 ‘반풍’에 대해 직접적인 반응은 내비치지 않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모병제’를 주장하며 이목을 끌고 있는 남경필 경기지사가 있다.
 
남 지사는 앞서 개헌을 통해 수도권을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근래 들어선 모병제까지 제시하는 등 정책 제시를 통해 여론의 관심을 모으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는데, 여론 환기 방법을 고민하던 당내 경쟁후보들도 이를 지켜본 뒤 남 지사를 향해 견제구를 던지면서 공론의 장에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고 있다.
 
광역단체장 출신은 아니지만 또 다른 대권잠룡인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는 이미 남 지사의 ‘모병제’ 주장에 지난 7일 “모병제하면 가난한 집 자식들만 군대에 가게 될 것”이라며 “정의롭지 못하다”고 반박했고, 비박계 대선후보 김 전 대표의 최측근인 김성태 의원은 20일 대정부질문에서 남 지사의 수도 이전과 모병제 공약을 ‘대권욕’으로 규정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럼에도 남 지사는 이에 굽히지 않고 같은 날 PBC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모병제 아니면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거냐. 뭔가 대안을 내놓길 바란다”면서 자신을 비판하는 타 후보들에 맞불을 놓은 데 이어 21일부터 시작되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도 수도 이전과 모병제라는 자신의 공약을 관철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野 대권잠룡들, ‘문재인 대세론’ 극복 주력
 
한편 ‘반기문 대망론’이 모든 대선주자들에게 있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면 ‘문재인 대세론’은 적어도 야권 대선주자들에 한해선 ‘반기문 대망론’ 외에 추가적으로 넘어야할 난관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더민주 소속의 대선잠룡들은 문 전 대표를 이기지 못하면 본선에 발도 디뎌보지 못하기 때문에 ‘문재인 대세론’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실제로 대선 출마를 천명했던 김부겸 의원은 20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내 영향력이 상당한 문 전 대표를 겨냥 “대선후보를 뽑는 과정은 당원들만의 경선이 아니다”라며 “(야권은) 결국 새로운 논리와 새로운 인물을 구하게 된다”고 문재인 대세론을 일축했다.
 
김 의원은 이어 “지금 현재 야권이 분열돼 있다. 분열된 상황, 어느 한쪽에서만의 대세로는 설득력이 약하다”며 “당원과 지지자들이 전략적 판단을 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는데, “국민참여경선을 지금까지 쭉 해왔고 그 규모가 거의 100만을 넘길 수 있다”면서 국민참여경선에 내심 기대를 거는 모습을 보였다.
 
▲ 친문재인계 지도부를 이끌고 있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노동개혁 토론회에서 김부겸 의원을 유력 대선주자로 치켜세운 바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처럼 그가 자신감을 보이는 데에는 앞서 지난 19일에는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노동개혁’ 관련 토론회에서 추미애 더민주 대표가 “김부겸 의원님은 주요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저와 마찬가지로 대구산(출신)”이라며 치켜세운 데 이어 토론회를 주최한 이용득 의원까지 “노동이 살아야 국민이 산다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이 말씀을 여러분이 꼭 김 의원에 부탁드려 달라”고 에둘러 김 의원을 띄웠던 부분도 적지 않게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청년 일자리 지원부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 해결 등을 강조해올 정도로 김 의원이 노동 문제 쪽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그간 친문으로 여겨졌던 당 대표가 노동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데 그치지 않고 여기서 김 의원에 한껏 힘까지 실어준 것은 상당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김 의원과 마찬가지로 본선에 나가기 위해선 반드시 문 전 대표를 극복해야 하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어떻게든 지지층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 지난 4일부터 미국과 캐나다 순방에 나선 한편 10일엔 자신의 싱크탱크인 ‘희망새물결’이 창립됐고, 추석 연휴동안엔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농성장을 찾아 세월호 특조위 연장에 미온적인 정부여당을 적극 비판하는 등 활발하게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오는 24일에는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도올 김용옥과 함께 정치대담집 ‘국가를 말하다’에 대한 ‘북토크-대한민국을 노래하다’란 행사를 열어 정치개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예정이고 자주 이용하는 소통공간인 SNS를 통해서도 세를 불리는 데에 힘을 쏟고 있다.

다만 박 시장이 현실적으로 문 전 대표를 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당내외에서 나오는 데다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끝내 친문 지도부까지 출범하게 되자 그 스스로도 한 비문재인계 의원에게 ‘당 상황이 걱정스럽다’ ‘이래서 공정한 경선이 되겠냐’는 등 우려를 내비친 바 있어 그가 외형상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대선 경선 참가 여부를 놓고도 적잖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단 박 시장은 오는 2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 나와 ‘청년 수당’을 주제로 대선 공약을 펼칠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이 토론회에 당내 또 다른 대선후보인 안희정 충남지사도 이보다 5일 앞선 22일에 ‘세대 교체론’을 주제로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야권 내 대선주자 간 기 싸움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 지사는 박 시장과 달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문 전 대표처럼 친노 쪽으로 분류되지만 그 또한 대권을 노리는 만큼 문 전 대표와의 맞대결이 불가피하다.
 
그래서인지 그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상 대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나는 뛰어넘을 것입니다. 동교동도 친노도 뛰어넘을 것입니다. 친문도 비문도 뛰어넘을 것입니다”라고 일찌감치 탈계파 의지를 피력해 ‘계파색’이 짙은 문 전 대표 측과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렇듯 이들 대권잠룡들이 양강 구도로 굳어지며 계파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는 대선판에 매몰되지 않고 과연 뒤엎어버릴 수 있을 것인지 그 결과에 벌써부터 세인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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