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등판 가능성에 與 내 계파 간 희비 교차…野 ‘통합’ 등 대책 마련에 부심

▲ 정세균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들이 14일 오후(현지시각) 뉴욕 UN 사무국에서 반기문 UN 사무총장(가운데)과 면담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국회의장실 제공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5일(현지시각) 정세균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귀국시점을 ‘내년 1월 1일’로 분명히 선언함에 따라 각 대선후보들의 대선시계는 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의 귀국 발언이 액면 그대로의 의미보다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발 빠른 행보로 해석되는 데에는 그가 이 자리에서 “귀국하면 대통령, 대법원장, 의장, 3당 원내대표들에게 인사를 가겠다”며 사무총장 임기 뒤 정치권과 거리를 두기보다 오히려 적극적인 관심을 드러냈다는 점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대국민 귀국 보고 제안을 수용했다는 점에 있다.
 
특히 그는 ‘대국민 귀국 보고’ 제안에 “그런 기회가 있으면 영광”이라고 밝혀 대권에 대한 입장은 물론 자신이 가진 향후 복안과 계획을 국민에게 피력할 장으로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큰데, 이 시점이 내년 벽두로 예정된 만큼 반 총장의 경쟁 상대인 다른 대선주자들의 부담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반 총장이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나설 경우 친박계의 지원이 유력하다는 점에서 당장 야권 대선주자보다도 여당 내 비박계 대선주자들이 반 총장에 대한 경계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친박계 의원들은 반 총장에 러브콜을 보내는 한편 벌써부터 당내 비박계 대선후보들에 대한 압박에 나서는 등 대리전을 벌이는 양상인데 대선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줄곧 수위를 지켜온 반 총장의 등판이 점차 현실화됨에 따라 차기 대선 정국에 어떤 파장을 미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반기문 등판 가시화…친·비박 엇갈린 표정
 
먼저 반 총장의 귀국 소식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곳은 친박계다. 친박 일색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이정현 체제의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 같은 속내를 19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부터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날 회의는 그간의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와 달리 이례적으로 공개된 채 진행됐는데, 이어진 최고위원들의 발언 내용 중 30여분 정도는 ‘반기문 띄우기’ 소위 ‘반비어천가’로 이뤄졌다.
 
▲ 정진석 원내대표는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향해 “10년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금의환향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그 첫 장은 방미 일정 중 유엔본부에서 반 총장과 직접 대면했던 정진석 원내대표가 불렀는데, “(반 총장을 만나) 지난 10년간 노고를 위로하고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우리나라 미래세대를 위해 써달라고 인사했다”며 “10년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금의환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뒤이어 친박계인 조원진 최고위원 역시 “반 총장께서 임기를 마치고 바로 1월에 오신다는 건 여당으로선 환영할 일이고, 여당 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환영할 일”이라며 “반 총장이 들어와서 국내정치에 대한 부분들도 관심을 갖고 보셨으면 한다”고 반 총장에 노골적으로 구애를 보냈다.
 
같은 친박계인 이장우 최고위원은 “요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말을 많이 하지만 결국 우리 정치권이 지금 해야 될 일은 북핵 관련 안보에 강력 대처하고 민생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정치권이 심기일전해 현재 국가적으로 봉착해있는 일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고 이게 잘 마무리된 다음에 올 연말, 내년 초 반 총장이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하는 게 우리 역할이다. (대선 얘기는) 그분이 오셨을 때 그 이후의 일”이라고 말했는데, 반 총장을 ‘그 분’이라고 예우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이 최고위원은 친박계와 거리가 먼 지자체장 출신의 여야 대선잠룡들을 겨냥해선 날을 세웠는데, “대선이 15개월 가까이 남아있는데 여러 현안들을 챙기지 못하고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들이 나서서 대권 얘기를 하는데,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았다”면서 “본인이 갖고 있는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서 미래로 가는 길은 없다. 도지사, 시장으로서의 역할을 도외시하고 벌써 대권 운운하는 얘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친박계의 공격적인 ‘반기문 띄우기’에 대해 지자체장 출신의 여권 대권잠룡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나와 “요즘은 워낙 여론이 빨리 형성되고 빨리 변하기 때문에 1년 반이나 남아 있는 시간은 충분히 긴 시간”이라고 맞불을 놨다.
 
또 유일한 비박계 최고위원인 강석호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반 총장도 당내 경선에) 다들 공정하고 공평하게 모든 부분이 들어가야 된다”며 “반 총장이 구세주가 되는 양 너무 추켜올리면 우리 정치사에 부끄러운 점이 남지 않을까”라고 ‘반기문 띄우기’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정 원내대표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제가 뭘 치켜세웠느냐. 인사말 건넨 것이 전부”라며 “새누리당에서 아직 반 총장을 영입하는 전략을 세우거나 실행에 옮기거나 하는 그런 차원이 아니다”라고 ‘반 총장 띄우기’란 해석에 반박했다.
 
김현아 새누리당 대변인도 같은 날 PBC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의 반 총장 영입 가능성에 대해 “아직 그 부분에 대해 당의 공식 입장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는데, 다만 “어느 후보에게도 문을 개방한 상태”라고 덧붙여 반 총장이 새누리당 대권 후보경선에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점만은 분명히 했다.
 
◆ 더민주, 對반기문 전략 고심…‘야권 단일화’부터 ‘이해찬 복당’까지
 
이런 가운데 야권 역시 반 총장 등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반 총장과 대선주자 지지도를 놓고 1, 2위를 다투는 문재인 전 대표가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은 반 총장 견제에 나서는 한편 대선 승리의 상수로 여기고 있는 ‘야권 단일화’를 추진하는 데에도 박차를 가했다.
 
먼저 박병석 더민주 의원은 19일 TBS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 출연해 반 총장을 겨냥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선 예비주자 중 반 총장만 유일하게 현실 정치를 해본 경험이 없다”며 “현실정치에 뛰어들었을 때 혹독한 검증을 잘 돌파할 수 있을지가 과제”라고 견제구를 던졌다.
 
또 대전을 지역구로 둔 박 의원은 반 총장을 내세운 ‘충청대망론’에 대해서도 “충청대망론이란 게 충청도민들에게는 상당히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아직은 언론과 정치권에서 하는 수준이지 지역에서 그렇게 큰 흐름이 형성됐다고 생각지 않는다”면서 “(충청 민심 중) 유엔 사무총장과 대통령의 역할은 다른데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역할이 대통령으로서의 역할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생각들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폄하했다.
 
이처럼 반 총장을 향해 직접적으로 견제 의사를 내비친 것 외에도 더민주는 반 총장발 ‘충청대망론’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야권 내 최다선 의원이자 세종시가 지역구인 이해찬 전 총리를 복당시키는 데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 전 총리는 반 총장이 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내면서 당시 외교부장관이던 반 총장을 유엔 사무총장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나라의 요인들에 반 총장 지지를 호소하는 등 사무총장 당선에 적잖은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져 현재 야당이 반 총장을 압박하기 위해 내세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카드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분석에 대해선 새누리당 일부에서도 수긍하고 있는데,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19일 오전 CBS라디오에 출연한 가운데 이 전 총리의 더민주 복당과 관련 “(이 의원은) 정치적 경험도 있고 선수도 높다. 또 지역대표성도 세종시라는 아주 특수한 지역구를 지금 대표하고 있어 역할이 많으실 것”이라며 “복귀 시에 지금 주어질 수 있는 역할은 ‘반기문 저격수’”라고 예상한 바 있다.
 
이 뿐 아니라 더민주는 반 총장을 넘어설 결정적 카드로 또 다시 야권 대통합에 기대를 걸고 있는데, 지난 18일 김민석 대표의 원외 민주당과 합당한 것을 그 첫 신호탄으로 삼아 여러 경로를 통해 궁극적 통합 목표인 국민의당에 야권 통합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통합 시도’에 대해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한강에 생수 1병 쏟아부었다고 한강물을 생수로 마실 수 없다”고 혹평했고, 주승용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직무대행도 “더민주와 원외 민주당의 통합은 어떻게 보면 도로민주당”이라며 “국민의당을 야권 통합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압박”이라고 해석하는 등 더민주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여기에 당내 대선후보인 안철수 전 대표 역시 김영춘 더민주 의원이 같은 날 자신을 겨냥해 “이번 대선에서 단일화가 안 된다면 대선주자 당사자들 뿐 아니라 야당 전체가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압박한 데 대해 “오히려 지난 대선의 패배가 역사에 죄를 지은 것”이라고 맞받아치며 야권 단일화를 거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처럼 국민의당이 더민주의 야권 통합 시도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는 있지만 이들 역시 대선 경쟁에 있어 강력한 상대인 반 총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는 상황인데,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반 총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며 여세를 넓혀가는 데 대해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처음 1등은 박근혜 후보 외에 당선된 적이 없다”며 애써 반 총장의 상승세를 외면하려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야권이 분열된 상황에선 현재도 유력한 대선후보인 반 총장의 승리만 확실시되는 만큼 반 총장의 귀국이 목전으로 다가오는 연말에 이르면 국민의당에서도 야권 통합이 아니라도 실효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정권교체가 사실상 어려울 수 있어 어떤 식으로든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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