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이어 野 일부서도 핵무장 필요성 대두

▲ 정치권이 최근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제기되고 있는 핵무장론을 화두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여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핵 무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연일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야권 일각에서까지 이에 동조하는 움직임이 일부 나타나고 있는데다 여론의 힘까지 받으면서 핵무장 실현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 장벽도 만만찮은데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여전히 이를 단호히 일축하고 있어 지지율 반등과 차기 정권을 노린 여권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안보 이슈에 편승해 제기된 일시적인 ‘인기영합성’ 주장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또 핵무장론을 주장하는 인물들 사이에도 미국 등 우방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방법을 주장하거나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해 우리의 핵개발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식을 내세우는 인물도 있는 반면 우리가 북한과 마찬가지로 핵확산금지조약(NPT)를 탈퇴하고 완전한 자체 핵개발에 들어가야 한다는 다소 급진적인 인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어 이런 목소리들이 그저 ‘허언’이 아니라면 핵무장 방식을 놓고도 핵무장론자들 간 입장을 통일할 필요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새누리당, ‘핵무장론’ 내세워 정국 주도
 
지난 9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한 것을 전기로 새누리당은 여소야대가 무색할 만큼 안보 이슈를 통해 정국을 적극 주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여론 역시 대북 규탄에 크게 공감하는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그간 북한과의 ‘대화’를 보다 강조해왔던 야권은 뒤로 밀려나고 여당에 힘이 실리고 있는데, 이를 기회로 여권 대선잠룡들도 저마다 핵무장론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벌써부터 강경한 대북 기조로 대권 지지층을 확대하려는 데 한껏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여당 내에선 ‘한반도 비핵화’를 내내 강조해온 박근혜 대통령을 의식해 정몽준, 원유철 등 극히 일부 이외엔 우리가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대체로 금기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난 9일 친박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부터 핵무장론에 힘을 싣는 등 여당 지도부의 기류가 급변하게 된 것은 북한이 5차 핵실험으로 사실상 ‘핵 안정화’ 수순으로 접어들면서 기술적 측면으로 볼 때 안보위협수준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게 높아졌다는 면이 우선 작용하게 됐다.
 
이 때문에 이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북한에 더는 경고 메시지를 주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적어도 ‘핵무장론’이란 초강수로 맞서야 하지만 자칫 주변국까지 그 여파가 미치게 되거나 불필요한 국제사회의 의심을 살 수 있기에 정부 공식 입장으로선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를 내세워 북한을 압박할 명분을 세우면서도 정부가 내놓기 어려운 ‘핵무장 주장’은 여당이 맡는 ‘투 트랙’ 전략을 펴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장 급진적이라 할 수 있는 ‘자체 핵개발’은 국제사회의 시선을 감안해서라도 여당 대선주자들조차 아무도 주장하고 있지 않은데, 대체로 추상적으로 핵 무장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도로 발언하거나 미국의 전술 핵 재배치를 현실적인 핵무장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이런 주장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인물들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나 유승민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당내 비주류 대권주자들인데, 김 전 대표의 경우 “우리는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인데, 독자 핵개발을 하게 되면 북한과 같은 입장이 되는 게 아니냐”면서 “국제사회 제재를 불러올 수 있고 한미동맹이 깨지는 일”이라고 자체 핵개발에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런 연유로 이들은 노태우 정권이 제창했던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전까지 냉전 시기동안 줄곧 주한미군에 미국의 전술 핵무기가 배치되어 있었던 점을 들어 미군의 전술 핵으로 대북 핵억지력을 높이자는 데에 공감하고 있고, 우리의 자체적인 핵 기술 역량은 한미 원자력협정 재개정을 통해 원자력잠수함을 개발하는 등의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전망되고 있는데다 친박계에서 적극 힘을 싣고 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경우 그간 강력한 ‘비핵화주의’를 견지해왔던 만큼 단순히 대선경쟁 측면에서만 바라본다면 핵무장론은 비주류 대선주자들에게만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관측된다.
 
실질적으로 핵무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데에는 여당 내에서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데,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2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무조건 (핵무장)한다는 의미보다 국제사회의 동의를 이끌어내고 한미동맹, 즉 미국에게도 우리가 지금 이런 상황에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려서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 외교적으로 우리 국가의 임무가 아니냐”라며 지금 제기되고 있는 핵무장론과 관련해 당장의 실현 가능성 여부보다 우선 ‘공론화’한다는 자체만도 의의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 대표적인 핵무장론자인 원유철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는 전문가의 말을 빌어 우리나라가 자체 핵무장하는 데 빠르면 6개월 내에 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다만 여당 내에서도 대권이나 당권에서 멀어져 발언이 자유로운 인사들은 기술적 측면까지 거론하며 자체 핵무장도 가능하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는데, 대표적 핵무장론자인 원유철 전 원내대표는 13일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문가들에 의하면 빠르면 6개월, 적어도 1년 반 정도면 (우리가) 충분히 (핵무기) 개발 가능한 기술적 수준을 갖고 있다고 한다”며 자체 핵무장론에 재차 불을 지폈다.
 
원 전 원내대표는 핵실험 필요성을 지적하는 데 대해선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가상실험을 대안으로 제시했고, 우리의 독자 핵무장엔 미국이 반대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원천적으로 우리가 억제해나갈 때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다고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뿐 아니라 원 전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대표를 맡고 있는 자신을 포함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새누리당 의원 모임’ 소속의 여당 국회의원 31명의 이름으로 우리나라의 독자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성명서까지 발표했는데, 여기엔 당 지도부 인사인 정진석 원내대표 뿐 아니라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철우 국회 정보위원장 등도 포함돼 있어 그저 일부 주장으로만 경시하기엔 적잖은 무게감을 주었다.
 
이들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폐기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여야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국회 북핵 특위’ 설치를 제안했는데, 여기서 우리의 독자적 핵능력 등을 비롯한 실질적 북핵 대응방안을 강구해나가자고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모든 대선주자가 핵무장은커녕 미국의 전술 핵 재배치에도 반대하고 있는 야권에서 이를 응할 가능성은 희박한데, 야권은 당장 한 목소리로 여당의 핵무장론 주장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더민주에선 12일 윤관석 수석대변인을 통해 “새누리당은 애초에 가능하지도 않은 핵무장론으로 국민을 호도하지 말고 집권여당으로서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할 실효적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고 맞불을 놨고, 국민의당 역시 12일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한반도를 전쟁에 빠뜨리는 극히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맹비난했다.
 
◆ ‘핵무장론’ 대치 속 與野 일각, 당 주류와 상반된 견해 나오기도
 
이렇게 여야가 일견 완전한 대척점에 선 듯 보이지만 각 당 내에선 소속정당의 주된 의견과는 완전히 상반된 입장에 힘을 싣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는데, ‘핵무장론’이 일종의 대세처럼 흐르고 있는 새누리당 소속인 백승주 의원은 13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현 상황에서 좀 (핵무장) 반대하는 입장에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차관 출신인 백 의원은 핵무장론에 대해 “우리의 생존전략과 한미동맹 관계, 우리 경제 체질 등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중하게 정책으로 가야 한다”면서 심지어 미국의 전술핵 도입에 대해서조차도 “전술핵무기를 반입할 경우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깨야 하고 이 부분은 한미동맹에 상당히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사실상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이 가지고 있는 여러 수단들을 고려할 때 대한민국 밖에 있어도 미국 정부가 결심한다면 우리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다”고 현재의 ‘핵우산’ 방침에 힘을 실으면서 “전술핵의 대한민국 반입보다는 미국이 우리가 필요할 때 신속하게 의사 결정할 수 있는 동맹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야당 내에선 핵무장론에 힘을 싣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는데, 김종인 전 더민주 비대위 대표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 불안감 해소를 위해 전술핵의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에 대한 검토, 다음달 열릴 한미군사위원회와 한미안보협의회에서 도출해야 할 과제, 연내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대비한 조치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 논의를 해주기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놓고 국민의당에선 13일 양순필 부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여당 의원들 일각에서 시작된 핵무장 주장에 새누리당 대표는 물론 더민주 전 대표까지 가담한 양상”이라며 “일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핵무장론이 확대되는 건 안보 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격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내에서도 육군 사단장 출신인 김중로 의원의 경우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선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지금까지 각 당 지도부가 내놓는 공식 입장과 관계없이 북한의 핵실험을 전환점으로 각자의 안보관에 따라 당내 통일된 견해가 나오지 않은 채 분열되며 논쟁만 가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논란이 계속되어온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만 해도 배치 문제로 한때 여당 내에서조차 지역주민의 반발로 크게 흔들렸던 것은 물론 야권 내에서도 더민주의 ‘전략적 모호성’과 국민의당의 ‘배치 반대’로 갈라진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든 ‘핵무장’ 역시 실현 자체보다 당장 논의 시점부터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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