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 무릎 부상, 하라 감독 만류… 돌발변수 발생

일본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가고 있다. 이승엽의 홈런왕 가도는 아직 계속되고 있고, MLB 스카우팅 리포트에서도 “메이저리그에서도 3할 타율, 40홈런이 가능”하다고 진단하는 등, 메이저 진출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승엽의 메이저행을 가로막는 변수들이 돌출하면서, 이승엽의 내년 진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승엽의 메이저행이 처음 좌절됐던 것은 2003년이다. LA 다저스는 이승엽에게 3년 계약에 연봉 50만 달러, 즉 삼성에서 받았던 것에도 못 미치는 계약조건을 제시했고, 시애틀은 1년 계약에 지명타자로 쓰겠다고 했다.

이승엽은 그해 결국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메이저리그의 이승엽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 것은 알다시피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부터다.

이승엽은 대회 통산 24타수 8안타 5홈런 10타점을 기록했고, 미국의 돈트렐 윌리스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때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곧이어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붙박이 4번타자로 군림하며 일본을 뒤흔들었다.

올해 일본에서의 활약을 두고 메이저리그의 스타우팅리포트는 “3백만 달러부터 연봉 배팅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마침 이승엽의 에이전트 존 킴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연봉은 3백만 달러 이상”이라는 확신을 내비쳐왔다.

3백만 달러라면 한화로는 28억원을 웃도는 돈이다. 이것은 지나치게 고액을 부르는 것이 아니다. 이승엽과 같은 요미우리 4번타자 출신인 마쓰이 히데키는 2003년 뉴욕 양키스로 이적하면서 3년 계약에 7백만 달러의 연봉을 제시받았다.

이승엽의 객관적인 가치가 3백만 달러 이상이라도, 그 거래가 성사되려면 주변 환경도 받쳐줘야 한다. 이승엽 영입에 나선 가장 유력한 구단인 피츠버그는 밀워키와 함께 빈약한 재정으로 이름이 난 팀이다.

피츠버그는 이승엽에게 연봉 2백만 달러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애틀은 이승엽을 영입하기 전에 같은 포지션의 고액 선수인 리치 섹슨이나 벤 브루사드 둘 중 한 사람을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해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돈보다 중요한 것은 수비다. 지바롯데 시절 밸런타임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을 겪으면서 혹독하게 새긴 교훈이다.

그런데 이승엽의 1루 포지션은 전통적으로 홈런 타자의 전용 포지션. 시애틀처럼 메이저 구단들은 대부분 실력 있는 베테랑 1루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현지 적응에 기존 선수와의 경쟁까지 더한다면 메이저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부담스러운 것은 부상이다.

고질적인 무릎 관절염 때문에 이승엽은 지난 3일 경기에 결장했다. 지금도 진통제 주사에 ‘1경기 3타석’ 한정 타석제라는 고육지책으로 막판 홈런왕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무릎뿐 아니라 허리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메이저리거로 남기 위해 싸워야할 적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요미우리의 잔류 요청도 큰 장벽이다. 올시즌 센트럴리그 5위로 떨어진 요미우리가 내년 좋은 성적을 위해 믿을 구석은 이승엽뿐이다.

요미우리가 이승엽에게 제시한 조건은 3년간 10억엔, 즉 평균 연봉 280만 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에서 3백만 달러를 못 받는다면 도쿄돔을 떠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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