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대립, ‘조윤선 인사청문회’까지 불똥…與 보이콧에 野 단독 진행

▲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의 인사 청문회에 출석했지만 유성엽 교문위원장이 얼마 전 추경안 관련해 누리과정 예산 증액을 야당 단독 표결 처리했던 점을 여당 의원들이 문제 삼으며 불참한 채 야당 의원들만으로 진행됐다.
 
조 후보자에 대한 재산 증식 의혹부터 남편의 불공정 수임, 장녀의 특혜 인턴 채용 등 검증할 사안이 산적한 가운데 전날 추경안 처리 무산의 후폭풍으로 새누리당이 청문회 보이콧 방침을 굳혀 ‘반쪽짜리 청문회’가 되면서 향후 장관 후보자 검증 또한 부실 논란에 휩싸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가장 중요한 추경안 처리가 이미 정기국회 개회 이후로 넘어간 이상 9월 1일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를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분수령으로 보고 야당에 강경 대응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이날 청문회 뿐 아니라 향후 원내 일정에 대해서도 잦은 파행이 빚어질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 與, 추경 문제 내세워 청문회 불참…野 단독 진행
 
새 개각 인사들에 대한 첫 청문회로 31일 조윤선 문체부 장관 후보자 대상 인사청문회가 열렸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난 29일 누리과정 예산 증액을 단독 처리한 데 대한 유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청문회 입장을 거부해 시작부터 불안한 조짐을 보였다.
 
당초 오전 10시부터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35분이나 지나도 새누리당 의원들이 들어올 기미가 안 보이자 유 위원장은 잠시 기다린 뒤 그대로 청문회를 열려고 했는데, 이내 새누리당 의원들이 입장하자 곧바로 개의를 선언한 뒤 조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안을 상정하려 했다.
 
추경 처리에 대해 가뜩이나 유 위원장에 불만이 있던 여당 의원들은 이 같은 일방적 태도에 반발해 유 위원장이 청문회안을 상정했음에도 이에 아랑곳 않고 조 후보자를 향해야 할 의사진행발언 기회를 유 위원장에 비난을 퍼붓는 데 할애했다.
 
곽상도 새누리당 의원은 헌법 56조 내용을 거론하며 정부 동의도 없이 누리과정 예산을 증액 처리한 점을 유 위원장에게 따졌고, 같은 당 이은재 의원은 아예 위원장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맞서 유 위원장은 상임위 예산 예비심사는 예산안 심사과정의 일부일 뿐이라며 정부 부처의 반대에도 증액 의결한 선례도 있다고 반박했고 안민석·노웅래 등 더민주 의원들까지 국민의당 소속인 유 위원장을 적극 두둔하면서 이후 40여 분간 추경 문제로 상호 고성만 지르는 통에 정작 이날 청문대상인 조 후보자는 선서조차 하지 못한 채 결국 정회가 선포됐다.
 
분을 삭이지 못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유 위원장이 진행하는 한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하고 오후 시작된 청문회에는 실제로 불참해버렸다.
 
이런 가운데 정진석 원내대표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전화를 걸어 현재 청문회 파행의 원인이 되고 있는 지난 29일 교문위에서 처리했던 ‘누리과정 예산 증액’에 대해 원천무효화시켜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박 위원장은 물론 김성식 정책위의장까지 상임위에서 처리할 때는 정부 동의가 필요 없음에도 이를 구실로 원천무효하란 건 어불성설이라며 단호히 일축했다.
 
오히려 국민의당은 손금주 수석대변인의 이날 논평에서 여당의 인사청문회 보이콧에 대해 “청와대가 요청한 인사청문 절차를 새누리당에서 발목 잡고 있다”며 “청문회에서 아무리 후보자 자질과 흠결을 검증해도 어차피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할 것이기 때문에 여당 의원들조차 인사청문회에 가치를 두고 있지 않는 건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고 맞불을 놨다.
 
또 논란의 당사자인 유 위원장도 이날 오후 여당 의원들의 불참에 개의치 않고 청문회를 속개할 정도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는데, 특히 그는 여당 의원들이 인사 청문회를 보이콧한 경우는 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래 최초인 점을 꼬집어 “오후 회의에서도 50분 가까이 새누리당이 회의 참석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는 18대, 19대 국회에서도 볼 수 없었던 기현상”이라고 여당의 태도를 비판했다.
 
◆ 與, “유성엽 사퇴” 걸고 청문회 보이콧…‘방탄 청문회’ 노리기?
 
▲ 새누리당 염동열 간사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유성엽 국회 교문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새누리당도 이에 질세라 곧바로 맞받아쳤는데, 교문위 여당 측 간사인 염동열 의원은 “3당 간사가 서로 원만한 회의를 위해 위원장의 사과, 재발 방지 약속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는데 간사 협의 과정에서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진행했고, 마치 우리가 의도적, 일방적으로 (불참하는) 이러는 것처럼 모두발언을 했다”고 항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염 의원은 유 위원장을 겨냥 “그간 진행상 정부 측의 의결 절차를 무시하고 그것이 위법으로 판명 났는데도 나름의 유권해석을 내리고 사퇴를 거부했다”며 “사퇴를 요구하고 의장 교체도 요구했는데 거부했기 때문에 새누리당은 청문회에 참여 못한다”고 청문회 불참을 못 박았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에선 청문회 참석 여부보다 유 위원장의 부적절한 의사진행이 먼저 조치되어야 한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유 위원장에 있는 만큼 위원장 사퇴 외엔 절대 타협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일각에선 새누리당의 이 같은 강경한 태도는 청문회가 설사 파행되든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하든 장관 임명 여부는 결국 박근혜 대통령에 달려 있다는 점에 기대 정부 원안대로 추경안을 처리하기 위한 기회로 이번 청문회를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정상 진행할 경우 여러 의혹에 휩싸여 있는 조 장관 후보자는 물론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일방적 파상공세가 이어지면서 안 그래도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기국회 개회 이후 정국 주도권까지 야당이 쥘 가능성이 높아지고 청와대는 또 다시 인사검증 실패 문제로 구설에 올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사퇴시키려는 또 다른 구실만 야당에 주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청문회가 여당에게는 결코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 5억원에 이르는 과도한 생활비로 재산 형성과정에 대한 의혹을 비롯해 정무위원 재임 시절에 자신의 배우자가 공정위 사건을 다수 수임한 부분, 장녀가 채용공고도 없이 YG엔터테인먼트에 인턴으로 입사한 문제, 다수의 교통법규 위반 등 청문회 첫 날부터 난타 대상이 될 것으로 일찌감치 전망됐던 조윤선 장관 후보자 청문회부터 새누리당이 추경 문제를 들고 나와 어깃장을 놓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교문위에서 진행되는 청문회는 추경 관련 단독 처리했던 유 위원장을 문제 삼아 새누리당이 보이콧할 수 있지만 부동산 특혜로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까지 거부할 명분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여기에 국민의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교문위와 마찬가지로 농해수위 역시 야당(더민주)에서 위원장을 차지하고 있어 1일 열릴 김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 대해선 새누리당이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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