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햇살 속에 숨어 있는 충격과 풀리지 않는 궁금증

십 수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만났다. 이창동, 전도연, 송강호. 1993년 '그 섬에 가고 싶다'의 작가로 입문한 이창동. 13년이 흐르는 사이, 세 편의 영화와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문화관광부 장관의 명예가 그와 함께 했다. 1992년 방송을 통해 데뷔했던 전도연. '접속' '해피엔드' '스캔들' '너는 내 운명'... 자랑스런 이름들이 오늘의 그녀를 이끌었다. 그리고 송강호. 1991년 연극 '동승'으로 첫 발을 내딛은 후, 오늘까지 새로운 신화탄생의 현장엔 그가 있었다. 서로 떨어진 섬처럼 자신의 제국을 쌓아온 그들. 기억될만한 시간이 흘렀고... 이제 한 줄기 절묘한 빛이 마치 무지개처럼 그 섬들에 가로 놓여 그들은 만났다. 무엇이 그들을 만나게 했을까? 무수히 시도되었지만 이룰 수 없는 한 여름밤의 꿈이었던 송강호 · 전도연, 그리고 전도연 · 송강호를 한 스크린 안에 묶은 힘은 무엇일까? 첫 번째,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서른 세 살. 남편을 잃은 그녀는 아들 준과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가고 있다. 이미 그녀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피아니스트의 희망도 남편에 대한 꿈도... 이 작은 도시에서 그 만큼 작은 피아노 학원을 연 후, 그녀는 새 시작을 기약한다. 그러나 관객은 이내 곧 연약한 애벌레처럼 웅크린 그녀의 등에서 새어 나오는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던지는 질문에 부딪히게 된다. “당신이라면 이래도 살겠어요?...”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는 새로운 전도연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시크릿 선샤인', 이 영화는 전도연 연기 인생의 새 출발점이다. 밀양 외곽 5km... 그는 신애(전도연)를 처음 만난다. 고장으로 서버린 그녀의 차가 카센터 사장인 그를 불렀던 것. 그리고 이 낯선 여자는 자신의 목소리처럼 잊혀지지 않는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다. 그는 밀양과 닮아 있다. 특별할 것이 없는 그 만큼의 욕심과 그 만큼의 속물성과 또 그 만큼의 순진함이 배어 있는 남자. 마을잔치나 동네 상가집에 가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그 누구처럼 그는 신애의 삶에 스며든다. 그는 언제나 그녀의 곁에 서 있다. 한 번쯤은 그녀가 자신의 눈을 바라봐주길 기다리며... 그리고 송강호, 그의 새로운 도전을 우린 기대하게 된다. 그처럼 평범하지 않은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 그처럼 아파하는 여자의 곁을 지키고 있는 이 남자의 시선과 사랑을 그는 어떻게 표현할까?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한 여자와 한 남자의 멜로드라마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삶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 큰 영화이기도 하다. 아! 모든 사랑을 잃고 생의 아픔, 그 밑바닥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여자와 그녀를 지켜보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창동 감독과 주연 전도연, 송강호를 묶은 힘은 제목 '시크릿 선샤인'(가제)의 신비로움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하늘에서 시작되어 땅에서 맺어지는 그 은밀한 햇살 속에 숨어 있는 충격과 풀리지 않는 궁금증 속에 말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 감추어진 삶의 의미와 사랑, 희망의 진실은 2007년 봄, 당신을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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