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희 의원, 가임기 여성 360명 수혈 확인

기형아를 유발할 우려가 있는 약물을 복용한 사람들이 헌혈한 혈액이 가임기 여성을 포함한 수천명에게 수혈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은 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대한적십자사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03년 이후 피부질환의 일종인 건선 치료 약물인 '아시트레틴(Acitretin)' 복용환자에게서 채혈된 혈액을 수혈받은 환자가 3천980명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아시트레틴은 기형아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복용후 최소 3년간 헌혈이나 임신을 금지토록 규정하고 있으며, 대한적십자사도 성별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헌혈 문진항목에서 복용환자를 '채혈 영구배제'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 다국적 제약업체가 지난 97년 식품의약품안전청 허가를 얻어 전문의약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전 의원은 특히 "수혈 환자 중 지금까지 신원이 확인된 2천941명 가운데 1천278명이 여성이었고, 만 15~44세의 가임기 여성만 360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기형아 출산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지난 2003년부터 지난달말까지 아시트레틴 복용 환자와 헌혈자를 조사한 결과, 복용 환자는 25만1천861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헌혈자는 1천285명으로 집계됐다. 이 헌혈자들은 같은 기간 총 2천679회의 헌혈을 했고, 이 혈액이 여러 경로를 거쳐 총 3천980명에게 수혈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조사대상 기간을 지난 2003년 이전까지 확대할 경우 헌혈자나 수혈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됐다. 현행 대한적십자사 규정상 이 약물을 투여한 환자는 평생 헌혈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 1천명 이상이 헌혈을 해 다른 환자들에게 수혈된 것으로 드러나고, 지금까지 아시트레틴 투여를 이유로 채혈이 거부된 사례는 단 한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돼 보건당국의 혈액 부실관리와 형식적인 문진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될 전망이다. 전 의원은 "당장 해당 수혈자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통보하고 특히 가임기 여성 수혈자의 기형아 출산과 임신중절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며 "아울러 향후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한 검증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행 혈액관리법은 세균 및 바이러스성 질환에 대한 규정은 있으나 부작용 우려 약물 복용환자에 대한 채혈금지 규정이 없다"며 "즉시 관련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한적십자사 서동희 혈액안전국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실제로 문제의 혈액이 수혈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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