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비주류, 전대 결과 따라 ‘제3지대’ 가능성 경고

▲ 더민주에서 오는 27일 전당대회를 통해 결국 친문 일색 지도부를 구성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비주류 당권후보인 이종걸 전 원내대표(사진 좌)는 물론 김종인 비대위 대표(우)까지 나서서 이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한편 이에 따른 정계개편 가능성까지도 거론하고 나섰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목전으로 다가온 가운데 점차 ‘친문(친문재인) 일색’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궁지에 몰린 당내 비주류 측이 정계개편까지 각오할 뜻을 내비치는 등 강력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이번 당권후보 중 유일한 비주류 당권주자인 이종걸 의원은 물론 전대를 계기로 완전히 지도부를 떠나게 되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 역시 ‘친문 주류’ 위주의 지도부 탄생 가능성을 경계하며 ‘제3지대 정치’까지 언급할 정도로 ‘도로 친노당’이 되는 데 대한 반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제3지대’와 관련해선 최근 더민주를 비롯한 당 밖으로부터 여러 인물들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불거진 바 있어 비록 이에 대해 최근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일단 부인했다고 하더라도 더민주 전대 결과에 따라 다시 새로운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을 아직 배제할 순 없는 실정이다.
 
이런 관측 때문인지 더민주 당권주자들은 전과 같은 노골적인 친문 구애보다는 거꾸로 친문 색채를 지나치게 드러내지는 않으려는 모습을 조금씩 보이고 있지만, 오는 27일 전당대회에서 끝내 ‘친문 지도부’가 나오게 될 경우 이에 대해 어떤 형태로 반작용이 일게 될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더민주 당권 경쟁, 문재인 침묵에도 ‘文 마케팅’ 난무
 
우선 더민주 전대에서 가장 주목되는 당권 경쟁에선 범주류인 추미애 후보가 줄곧 ‘선두 지키기’ 전략을 펴는 가운데 김상곤, 이종걸 후보가 타 후보들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형태로 흐르고 있다.
 
이 와중에 소위 ‘문재인 마케팅’ 역시 각 후보의 성향에 따라 여러 형태로 펼쳐지고 있는데, 먼저 김상곤 후보는 추 후보가 자신의 당선을 위해 문 전 대표를 이용하면서 호가호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형태로 문재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이는 당내 최대계파가 친문 세력이라는 현실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친문 구애 전략을 펼칠 경우 ‘친문 일색 대표’로 인식돼 당내 계파 갈등을 재발시킬 수도 있는 만큼 일단 ‘탈계파’를 표방하면서도 상대 후보가 친문 측의 지지에 의지해 계파 색채를 부각시킴으로써 문 전 대표의 대선가도에 도움이 아닌 부담만 주고 있다는 비판을 가하는 형태의 전략을 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보여주듯 김 후보는 지난 24일 B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철저하게 계파주의적인 흐름에서 언제나 거리를 두고 정말 공정하고 객관적인 위상을 갖고 있다”면서도 추 후보를 겨냥해선 “문재인 마케팅을 처음부터 했고 이제 친문 핵심들이 추 후보를 돕고 있다는 게 정설”이라고 공세를 폈다.
 
여기에 일찌감치 비주류임을 앞세워 친문 세력과는 각을 세운 이종걸 후보는 당내 최대 세력인 친문 측이 당권까지 장악하면 오히려 대권후보로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좋지 않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그는 24일 BBS라디오에 출연해 “당 대표 선거가 친문 주류로 된다면 대선 경선에 문 전 대표를 제외하곤 어떤 분도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그런 경선으론 약한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고 대선필패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25일에도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손학규 전 고문을 포함해 잠재적 적격성을 갖춘 대선 후보들이 친문 일색의 지도부 구성의 방향으로는 결코 참여하지 않고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시도당 위원장, 최고위원 선거 추이를 보면 폐쇄적 패권주의에 의해 거의 대부분 친문 지도부 일색이 될 것이란 예견이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1일 끝난 더민주 전국 시도당 위원장 선거에선 전남, 대구, 제주를 제외한 13개 지역에서 모두 친문 세력 인사들이 당선된 바 있어 이 후보의 주장이 영 근거가 없는 것만은 아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이번 전대 결과에 따라 정계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까지 경고했는데 “새누리당은 친박 일색으로 가고 만약 우리 당이 친문 일색으로 가게 되면 더 극단적인 서로의 큰 차이를 보게 되고 그래서 국민도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 대선을 앞두고 중간영역의 비문과 비박이 하나의 제3지대 정치로 만들어질 것이란 예견들이 있다”며 “이 예견을 우리 당과 새누리당에 경고의 의미, 강력한 협박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공세에 대해 추 후보는 24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나와 맞받아쳤는데, ‘문 전 대표를 호가호위한다’는 김 후보의 지적에 대해선 “계파 정치 이런 데 곁눈질 해본 적 없고, 곁불조차 쬔 적이 없다”며 “저는 민주당을 지키는 ‘호민’이자 국민의 호위무사”라고 역설했다.
 
이 뿐 아니라 추 후보는 친문 지도부가 구성될 경우 비주류가 비협조적으로 나오거나 이탈할 가능성까지 경고한 이 후보의 압박에도 당시 당내 비주류에 속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더민주를 탈당한 전례를 꼬집어 “자신의 정치 이익을 위해 마치 세월호 선장이 배를 버리고 탈출하듯 먼저 탈출했다”며 “이 때문에 당이 더 심하게 흔들렸고, 그들이 거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비주류에 맞불을 놨다.
 
◆ ‘친문 지도부’ 출범 시 ‘제3지대’ 가능성 배제 못해
 
하지만 이런 반박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 친문 지도부의 탄생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퇴임을 앞둔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는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대 결과와 관련, “시도당위원장 선거에 이어 일개 계파가 전체를 다 쓸어 잡는 선거 결과가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며 “그렇게 되면 과연 당이 외연확장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느냐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대표는 친문 세력이 당권을 잡아야 문 전 대표를 대선후보로 지원하는 데에도 원활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한민국 유권자가 4천만 명 가까이 되는데 그렇게 똘똘 뭉치는 힘만 갖고 과연 될 수 있을지 상당히 회의적”이라며 “친문도 15% 정도의 확고한 지지기반은 있지만, 그것만 갖고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누리·더민주) 양대 정당이 지나치게 어느 한 계파로 쏠려 그 계파가 전체를 장악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치라는 게 움직이는 게 생명이기 때문에 새로운 움직임도 있지 않겠는가”라고 정계 개편 가능성에 대해 슬며시 운을 뗐다.
 
김 대표는 이어 “정계개편이 쉽게 되는 건 아니다”면서도 “외부에서 국민생각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달려있다. 국민 변화를 감지해내는 인사들이 많이 생겨나면 가능성이 전혀 배제됐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새누리당의 비박 세력과 더민주의 비문 세력이 모여 ‘제3지대’가 성사될 가능성에 대해선 “현역 의원들이 얼마나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며 “과연 현역의원들이 쉽게 움직일 수 있겠느냐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내달 추석 전후로 정계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대선잠룡 중 한 명인 그가 어디로 향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오는 27일 치러질 더민주 전대 결과가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에 그치지 않고 김 대표는 지난 13일 만난 바 있는 손학규 전 고문이 정계복귀 후 국민의당의 구애를 뿌리치고 더민주로 돌아올지에 대해서도 “과거 더민주 대선 경선과정에서 투표 방식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면서 “그런 제도가 존속하는 한 더민주에 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이라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이런 와중에 손 전 고문과 가까운 정장선 더민주 총무본부장은 25일 오후 국회에서 가진 퇴임 기자간담회를 통해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와 관련해 “손 고문도 추석 전후로 해서 정치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전당대회 이후 모습을 우려하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더민주 대선 구도가 문 전 대표로 일찌감치 결정된 듯한 상황이 또 다른 대선잠룡인 손 전 고문의 복귀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듯 “당이 어떤 균형적 측면에서 한쪽으로 너무 일방적으로 치우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며 “내년 대선에서 후보가 너무 조기에 확정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 본부장은 앞서 같은 날 오전 KBS라디오에 출연한 자리에선 “조심스럽지만 우리 당이, 그리고 여당이나 야당이 어떤 형태로 가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정치권에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일견 ‘제3지대’를 구성하려는 듯한 발언도 한 바 있어 그가 우려하듯 ‘친문 일색’으로 더민주가 흘러간다면 손 전 고문이 ‘제3지대’ 쪽으로 무게를 싣게 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지율 하락에 고전하고 있는 국민의당에선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더민주 전대가 열리는 27일 손 전 고문과 전남 목포에서 회동하기로 하는 한편 안철수 전 대표는 27일부터 1박 2일 동안 호남 민심을 살피기 위해 광양·광주 등지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더민주 전대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친문’에 반감을 가진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다시 지지를 몰아주는 역풍이 일어날 것인지도 야권 판도를 흔들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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