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사안 따라 새누리·더민주에 ‘저울질’…중재 역할 자임 강조

▲ 최근 각종 현안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대체로 공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민의당이 점차 스스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근 각종 현안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대체로 공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민의당이 점차 스스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
 
특히 더민주를 대하는 데 있어서도 야권 대선주자로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경쟁하게 될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를 비롯한 친노·친문 주류에 대해선 날을 세우는 반면 비주류 측에 대해선 적극 개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친문 체제 강화로 소외되고 있는 더민주 비주류를 끌어들여 외연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국민의당이 야권 공조 속에서도 더민주에 주도권을 빼앗긴 채 일방적으로 휘둘리지 않고자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새누리당에선 이를 공조체제 분열의 전조로 인지하고 우선 더민주만 표적삼아 집중 공세를 펼치며 국민의당이 이탈하길 기대하고 있는데 국민의당이 두 거대 정당 중 어느 쪽에 무게추를 두느냐에 따라 향후 정국 판세가 갈릴 것으로 관측돼 그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국민의당, ‘추경 심사-청문회 증인 협상’ 병행 제안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여당을 향해 더민주와 공동 대응해왔던 국민의당이 경제 문제로 연결되는 추경 처리와 구조조정 청문회 증인채택 문제에 대해선 강경책을 구사하고 있는 더민주와 다소 차이를 두면서 정치투쟁보다 민생에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이려 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청문회 증인채택에 대해 홍기택·강만수 전 행장 출석은 받아들여도 최 의원, 안 수석의 청문회 출석은 수용할 수 없다는 새누리당의 입장을 대폭 수용하면서도 추경 처리까지 협조한다는 입장을 내놔 추경보다 청문회에 무게를 둔 더민주와는 상반된 모습을 띠었다.
 
추경안 처리가 지연됨에 따라 향후 야권 전체가 받을 수도 있는 역풍에서 한 발 비켜서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정부여당을 압박하는 데 있어서도 차별화된 점을 보이지 못하면 대여공세에 있어 자칫 거대정당인 더민주에 ‘묻어가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추경안을 처리하려면 최경환 의원과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을 모두 청문회 증인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배수진을 친 더민주와 달리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23일 의원총회에서 “추경안 심의를 위한 예산결산특별위를 계속 진행하면서 증인채택 협상을 계속하자”고 융통성 있는 자세를 취하며 새누리당을 끌어내려는 완화책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박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예결위도 협상도 지지부진하면 결국 경제만 파탄난다”며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우리의 제안을 꼭 수용해 추경도 청문회도 하자”고 호소했는데, 이는 국민의당이 거대양당을 적극 중재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어려운 경제상황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난 22일부터 더민주는 최경환·안종범·홍기택 3인방을 모두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협상은 제자리걸음인 상황인데, 박 위원장은 자신들의 제안조차 더민주가 일축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23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더민주에서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라면서도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가 반대하는 게 아니라 강경파들이 반대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사실상 더민주 내 친노·친문 주류 세력만을 현재 정국 정체상황의 원인으로 꼬집은 셈인데, 실제로 더민주에서 주류 세력의 입김이 강해지는 건 사실이지만 향후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당과 충돌할 여지가 높은 이들 주류 세력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특별히 지목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있다.
 
또 지금껏 하락했던 지지율 회복과 더불어 3당 지위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든 외연을 확장할 필요가 있는 국민의당 입장에선 더민주 전체를 싸잡아 자극하기보다 ‘표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당도 이런 국민의당의 움직임을 눈치 챘는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 내 특정 강경세력은 추경과 민생에는 애당초 관심이 없었던 걸로 보인다. 이들은 내년 대선에서 자신들에 유리한 지형을 만들고 대선 고지 만드는 길에 진지 하나 더 선점하겠다는 정략적 행태만 보여주고 있다”며 국민의당과 비슷한 논조로 더민주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 원내대표는 “어제 더민주 의총에서 야당 의원들은 우상호 원내대표에게 십자포화를 쏟아냈고 심지어 청와대 우병우 수석도 처리를 안 하는데 우리가 왜 추경을 하느냐, 추경 안 한다고 나라 망하느냐 이런 말까지 야당으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거듭 더민주 내 주류 세력를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는 “협상 파트너인 야당 원내지도부도 협상 권한이 매우 제한적이었단 인상을 받았다. 안타까운 일”이라며 “강경세력이 제1야당을 장악하고 있는 한 일하는 국회, 생산적 국회는 기대하기 매우 어렵다”고 덧붙여 현 상황의 책임은 더민주 주류 세력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렇듯 새누리당이 국민의당과 비슷한 목소리를 내는 데에는 야권 내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을 이간시켜 공조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목적은 물론 전당대회를 앞두고 보다 첨예해질 더민주 내 계파 갈등을 극대화시켜 분란을 유도하려는 성격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한편 뜻밖의 역공을 받은 더민주 측에선 상당히 당혹스러워 했는데,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국민의당이 어제 말한 것은 최경환 의원과 안종범 수석을 (청문회 증인에서) 다 빼고 추경을 처리하자는 것”이라며 “국민의당은 중재안이라고 했지만 서별관회의 최종 책임자인 최 의원을 빼고 하자는 얘기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동의하겠나. 여당과 같은 주장을 하는 게 충격”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 국민의당, 손학규 이어 박원순에도 러브콜…더민주 흔들기?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은 양당의 중재자에 그치지 않고 무게감 있는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해 당의 외연을 넓힘으로써 새누리당과 더민주 못지않은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의지까지 다지고 있는데, 그런 일환으로 최근 정운찬 전 국무총리나 더민주 전임 상임고문이었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구애한 바 있다.
 
그 중에서도 손 전 지사에 대한 영입 시도는 한층 구체화되고 있는데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21일 고 박형규 목사의 조문 차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손 전 지사를 만나 “요즘은 예전에 (손 전 지사가) 하셨던 말씀대로 ‘저녁이 있는 삶’이 정말로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저녁이 있는 삶’과 격차 해소문제에 대해 깊은 말씀을 나누고 싶다”며 적극적으로 손 전 지사에 러브콜을 보냈다.
 
여기에 박지원 비대위원장까지 더민주 전당대회가 열리는 27일경 손 전 지사를 만날 것으로 알려져 여전히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손 전 지사를 끌어들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울러 국민의당에선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를 위시한 더민주 주류 측에서 야권통합과 대선후보 단일화를 호소한 데 대해 부정적 의사를 표한 바 있으면서도 더민주 내 비주류인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야권 연대를 제안한 데 대해선 23일 안 전 대표가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등 더민주에 대해 이중적 접근을 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안 전 대표는 이날 국민의당 보좌진 협의회 출범식을 마친 뒤 기자들로부터 ‘김종인 대표가 변한다면 같이 할 수 있다고 했는데 김 대표와 함께 할 의사가 있나’란 질문을 받자 “이제 더 이상 양 극단 중 한쪽이 정권을 잡는다면 또다시 절반의 국민만 갖고 이 나라를 이끄는 불행한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며 “양 극단을 제외한 합리적 개혁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대한민국의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본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는 새누리당에선 ‘친박’, 더민주에선 ‘친노’ 등 극단적인 강경 보수·진보 세력 모두와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중도 색채를 가진 세력을 아우르며 중도층이나 부동층을 지지 기반으로 하면서도 더민주 비주류 등과 야권 연대를 이룰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더민주 비주류 출신 인사들까지 국민의당으로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분명히 나타나고 있는데,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 22일 더민주 대권 후보군 중 한 명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해 “더민주는 (문재인 전 대표로 대선후보가 정해질 게) 뻔하니 우리 당에 와서 아름다운 경선을 해보라고 할 생각”이라며 “박 시장과는 원래 친하다. 안철수 전 대표의 아름다운 양보를 통해 서울시장이 됐다”고 노골적으로 구애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국민의당 내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닌데, 당 지지율이 좀처럼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 일부 의원들이 박 비대위원장 체제에 대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23일 열린 국민의당 의총에선 박 위원장과 황주홍 의원 사이에 고성이 오가면서 ‘원내대표 그만하라’, ‘너 임마! 나가’ 등 격한 발언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져 일각에선 섣부른 외연 확장 이전에 당내 안정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과연 국민의당이 점점 친문 색채가 강화되고 있는 더민주와 차별화된 야권 내 중도적 대안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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