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 보고서 “지방정부와 민간기업도 경제보복 동참”

▲ 21일 중국의 한 방송에서 ‘월드스타’ 싸이가 내내 모자이크에 가려진 채 방송됐고, 아이돌 그룹 아이콘(IKON)이 통편집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SBS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지난달 박근혜 정권이 한반도 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후, 중국은 <환구시보> <인민일보> 등의 관영매체에서 한국 정부를 맹비난하며 경제보복 등 대대적 보복을 경고하고 있다. 

이같은 중국의 경고가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닌, 각 지방이나 민간기업으로까지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앞으로도 후폭풍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22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인 윤종오 의원(무소속)실이 입수한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사드배치에 대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각 지역 정부는 한국 정부가 사드배치 발표를 한 뒤, 곳곳에서 한국과 진행하던 무역교류를 잠정중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보고서는 7월 11일부터 8월 12일까지 사드로 인한 중국의 경제당국․ 민간 기업의 반응을 분석하고 있다. 한반도 사드 배치가 결정된 날은 7월 8일이고, 경북 성주군에 사드 배치가 결정된 날은 7월 12일이다. 

아울러 한국의 문화 사업(한류 등)이 중국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한국인에 대해 상용 비자 발급 절차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한방명(韓方明)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외사위원회 부주임(차관급) 주석은 국내 대기업을 방문하는 일정을 취소하고 중국 각 지방 정부가 한국 일정 자체를 취소하고 있다. 또 중국의 일부 민간기업도 ‘사드 경제 보복’에 동참했다.  

한국의 무역협회 청두지부는 한국 수산물 홍보사업을 하기로 돼 있었지만, 현지 주최 기업 측에서 돌연 한국 상품 진열 계약을 취소했다. 난징시 문화컨텐츠 기업체 한 곳도 이제껏 한국 투자를 활발히 진행했지만, 최근 “사드 이슈로 추가 프로젝트 진행을 잠정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올해 9월말 한국에서 열릴 ‘코리아 세일 페스타(쇼핑·관광 축제)’ 행사에 참여하기로 했던 중국 대형 쇼핑몰 기업도 아예 참가 계획을 취소하는 등, 경제교류가 잇달아 중단되는 모양새다.


◆ 싸이-아이콘, 중국 예능서 ‘모자이크’ ‘통편집’ 논란

앞서 뉴욕타임스는 중국의 경제보복 대상으로 우선 ‘한류’를 꼽은 바 있다. 지난 14일 뉴욕타임스는 ‘사드, 한류에 찬물 끼얹나?’라는 기사를 통해 ”중국이 한국의 가장 화려한 수출품 가운데 하나를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대상으로 삼은 듯한 조짐이 보인다“며 ”바로 케이팝이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한국의 대중음악과 널리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드라마가 그 대상“이라며 ‘한류’가 우선적으로 보복 타겟이 될 거라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는 그 구체적인 예로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주인공인 배우 김우빈과 배수지가 참가하는 베이징 팬미팅 행사가 돌연 연기됐고, 상하이에서 이달 열릴 예정이던 한국의 인기그룹 엑소(EXO)의 두 차례 콘서트도 취소된 사례를 들었다. 

아울러 뉴욕타임스는 또 중국 관영 매체들이 한국 정부의 사드배치 결정을 잇달아 비판하고,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방송 출연 금지 결정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영 매체들 뿐 아니라 중국인들 역시 한국 배우들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같은 중국 측의 보복은 방송을 통해서도 수면 위로 드러나는 모양새다. 21일 방송된 강소위성TV의 ‘盖世音雄(개세음웅)-Heroes of The Remix’에 멘토로 출연중인 ‘월드 스타’ 싸이가 내내 모자이크에 가려진 채 방송됐고 아이돌 그룹 아이콘(IKON)이 아예 통편집되는 등, 한국 가수들이 수난을 겪기도 했다. 

싸이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멘토로 출연 중이며 아이콘, 빅스, 몬스타엑스 등의 국내 아이돌 그룹들은 멘티로 참여해 다수의 우승을 거머쥐는 활약을 펼친 바 있는 만큼, 한반도 사드 배치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중국이 불편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은 가수 황치열을 프로그램에서 통편집하는 등 한류 관련 제제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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