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與, 서별관 청문회·우병우 사퇴 공세에 ‘안보·민생’ 강조하며 지연전략 맞불

▲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2016년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이 서별관 청문회 증인채택 문제부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 사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찰떡 공조’에 나서면서 청와대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청관계 강화를 천명하며 새로이 출범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 같은 야권의 압박에 대응해 청와대를 옹위하기보다 내부에서 일고 있는 동요를 가라앉히기 위해 직접적 대응을 자제한 채 그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야권도 각종 현안에 있어 서로 경쟁적으로 개별적인 대여 공세를 펼치기보다 여소야대라는 유리한 입장을 최대한 활용해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잡고자 당분간 공동 전선을 지속적으로 펼칠 것이라 예상돼 이를 극복해야만 하는 청와대와 여당이 어떤 식으로 맞대응에 나설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2野, ‘禹 사퇴’·‘최·안·홍 증인채택’ 앞세워 靑 압박
 
앞서 여야 3당은 지난 12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주재로 열린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먼저 22일 본회의를 열어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기로 뜻을 모으고, 대신 야권이 요구한 ‘구조조정 청문회’(이하 서별관회의 청문회)는 기획재정위원회에서 23~24일에, 정무위원회에선 24~25일에 열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추경 처리 기한이던 22일이 점차 다가오자 야권에선 서별관 청문회 증인채택 외에 우병우 수석 사퇴까지 들고 나와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여당은 물론 청와대까지 몰아붙였다.
 
먼저 더민주는 정확히 한 달 전인 지난달 22일 국회 운영위원장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우병우 민정수석 출석을 (야당이) 요청하면 출석시킬 수밖에 없다”고 발언했던 점까지 언급하며 이번 주 중 국회 운영위를 소집해 우 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함께 출석시키자고 22일 새누리당에 제안했다.
 
특히 우상호 원내대표는 그저 허언이 아님을 증명하듯 이날 오후 열린 더민주 의원총회에서 “민정수석이 가히 대통령급 인사가 됐다. 뭐라 말하는 게 두려울 수준으로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오늘 운영위 소집을 정식 요구했다. 반드시 운영위에 (우병우) 민정수석을 불러서 이런 태도에 대해 성역 없이 따져 볼 계획”이라고 확실히 강조했다.
 
국민의당도 우 수석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청와대와 마찬가지로 우 수석과 관련해 일절 입을 열지 않고 있는 이정현 신임 새누리당 대표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는데, 고연호 국민의당 대변인은 같은 날 현안 브리핑에서 이 대표를 겨냥 “대통령의 말만 정의라고 생각하면 비서로서의 자격만 있단 걸 명심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두 야당은 이 같은 총공세를 펴면서도 당초 22일 추경안을 처리키로 약속했었던 점을 먼저 파기했다는 여당의 역공에서 벗어나려는 듯 서별관회의 청문회 증인채택에 대해 여당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데 일차적 책임이 있다며 원인을 여당 탓으로 돌렸다.
 
야권은 서별관회의에 참석했던 인사들 중 핵심 3인방으로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최경환 의원을 비롯해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의 청문회 출석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선 근소하게나마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압박 수위를 달리하고 있다.
 
더민주에선 우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오늘 추경안이 통과될 수 없게 된 데에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증인채택이 동의 안 되면 어떤 날짜도 의미가 없다”며 배수진을 치겠다는 식으로 나온 데다 오후 의총에서도 서별관회의 3인방이 모두 출석해야만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할 만큼 강경하게 나왔다.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추경을 초래한 구조조정 관련 청문회 없이는 추경 통과도 없다고 하는 분명한 방향성에 대해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 의총에서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이 최종 결정 사안”이라며 “이 3명의 증인을 제외한 청문회는 있을 수 없고 불가하다”고 분명히 못 박았다.
 
이에 반해 국민의당은 증인 출석은 요구하면서도 자칫 추경 처리 지연에 대한 역풍을 우려해 더민주보다는 완화된 입장을 내놓으며 여당에 타협 여지를 내비쳤는데,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이날 “지금은 우리라도 양보를 해서 경제를 구하고 추경을 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3인방 중 일부 인사를 제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또 국민의당은 이날 3당 원내수석부대표 간 협상에선 청문회 형식을 정무위-기재위 연석회의 방식으로 열자고도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은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은 데 반해 더민주가 불응해 결국 합의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이용하려는지 이날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일견 더민주와 공조하는 듯하면서도 “다수당이 반대하면 이뤄질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혀 추경 처리와 같은 중요 사안이 지연되고 있는 책임을 더민주로 돌리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靑·與, 野 요구에 ‘침묵’ 일관…‘주요 쟁점 전환’으로 맞대응
 
▲ 여야가 주요 현안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3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접점을 찾기 위해 회동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처럼 우 수석 문제와 더불어 서별관회의 청문회 증인채택 문제까지 야당이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칼끝이 청와대로 향하는 야당의 요구엔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그 중에서도 뜨거운 감자인 우 수석 문제에 대해선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대표 모두 ‘묵묵부답’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박 대통령은 이날 UFG 연습과 관련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통해 위중한 안보 상황과 북한의 도발 우려만을 표명했을 뿐 국무회의에서도 우 수석 문제에 대해선 어떤 입장도 표하지 않았으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역시 3시간에 걸친 당 지도부 회의 내내 민생 현안만을 논했을 뿐 우 수석 문제엔 엿새째 침묵을 지켰다.
 
그나마 우 수석 사퇴 필요성을 제기했던 정진석 원내대표조차 최고위원회의 직후 “오늘은 우씨 성을 가진 사람 얘기는 안 나왔다”라며 종전 자신이 피력했던 우 수석 사퇴 주장을 고수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답변을 내놓지 않아 여당 내에 갈수록 청와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런 흐름을 보여주듯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문제 뿐 아니라 서별관회의 청문회 증인채택 문제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만은 빼고 홍기택·강만수 전 행장만 출석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완주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날 3당 원내수석 회동 직후 기자들에 밝힌 바에 따르면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이 최경환 의원과 직접 통화한 결과 ‘(청문회에) 절대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으며 안종범 수석에 대해선 “청와대가 (우 수석 문제도 있는데 안 수석까지) 증인으로 내놓기 굉장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아울러 청와대 측은 오히려 야당이 청문회와 우 수석 문제에 집중하는 것과 반대로 최근 북한 고위 인사의 귀순 사례가 늘고 있는 점을 이슈로 내세워 북한 정권이 붕괴할 수도 있는 중대한 시점임을 강조해 새로운 쟁점을 환기시킴으로써 여론을 주도하고자 했다.
 
박 대통령은 ‘2016 UFG 연습’ 첫날인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제1회 을지국무회의 및 제37회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안보와 경제의 어려움을 반드시 극복해 내겠다는 우리 모두의 단합된 의지가 무엇보다 절실할 때”라며 “위기 상황을 앞에 두고 우리 내부의 분열과 반목이 지속되고 위기를 극복해내겠다는 국민적 의지마저 약회된다면 지금까지의 위대한 역사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퇴보의 길로 접어들게 될지 모른다”고 한 발언을 통해 이 같은 의도를 드러냈다.
 
또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현재 제3 지역으로의 배치 가능성을 열어 한층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두 야당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까지 염두에 두고 내놓은 것이라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새누리당도 야당의 요구에 대해 청문회로 추경을 발목 잡는 폭거라고 일축하면서 주광덕 예결위 간사는 “추경은 야당이 먼저 필요성을 주장했고, 그로 인해 이제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주 목요일(25일) 정도가 지나면 국민들의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지연전략’을 펼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즉, 추경 지연으로 경제에 악영향이 미칠 경우 그 책임을 야당에 물어 정국 전환을 이루겠다는 것인데, 내달 있을 추석 명절 전에 일선에서 집행돼야 적어도 추경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수 있는 만큼 박완주 더민주 원내수석은 여당의 지연전략에 초조해졌는지 “여당이 추경을 책임지고 국민을 보살펴야 하는데 ‘난 몰라’ 이러고 있다”면서 “증인 2명 때문에 5만명 실업자 문제를 ‘나 몰라라’ 하나”라고 거듭 여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당분간 추경 처리가 지연될망정 청와대를 향한 야권의 총공세를 돈좌시킬 전기를 우선 노릴 것으로 비쳐지고 있기에 야당은 연일 맹타를 가하면서도 마땅히 여당을 끌어낼 도리가 없어 되레 그 속이 하루가 갈수록 극심하게 타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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