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반기문 대망론’ - 친노 ‘문재인 재추대’ 양상

▲ 여야 차기 대선구도가 3당 중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부진 속에 새누리당 측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더불어민주당 측 문재인 전 대표의 맞대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벌써부터 예단하기 이르지만 현 시점을 기준으로 대선구도를 조망해보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2파전 양상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반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며 3당 구도를 이루는 데 성공한 국민의당은 현재 당내 유일 대권주자인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의 지지율 하락세로 3위 자리를 유지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은 손학규, 정운찬 등 원외 인사를 영입해 다시 대선 바람을 일으켜 국면을 전환시키려 하지만 이조차도 성사 여부가 아직 확실하지 않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은 호남 출신 당 대표를 처음 배출하면서 야권의 아성으로 여겨졌던 호남 지역을 뒤흔드는 한편 친박계 인사로서 차기 대선 역시 ‘충청 대망론’을 뒷받침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지원하게 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더불어민주당에선 오는 27일 열릴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범주류 후보들 간 친문 구애 경쟁이 계파를 막론하고 벌어질 정도로 격화돼 그간 조용히 막후에 자리 잡고 있던 문재인 전 대표의 존재감이 점차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 같은 판세가 계속된다면 차기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표를 내세워 대결했던 친박 대 친노 구도가 되풀이될 가능성도 있어 대선 향방을 놓고 세인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與 신임 대표 ‘이정현’, ‘반기문 대망론’ 시동 걸까
 
8·9전당대회를 앞두고 비박계 후보들이 단일화하고 대권주자인 김무성 전 대표가 노골적으로 이 비주류 단일 후보에 대한 지원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는 것은 물론 또 다른 대권후보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마저 돌연 비박계에 힘을 실었음에도 끝내 친박계 이정현 의원이 새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새누리당 대권판도에도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대표는 그간의 당내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게 급선무인 만큼 대표직 취임 직후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 비박계 대권후보들과 전화통화를 했었던 사실을 밝히며 일단 표면상 ‘화합’ 행보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난 10일 “차기 대선은 예정된 정치 일정 가운데 하나이고, 지금은 이 정권에서 민생과 경제와 안보를 포함한 시급한 국정 현안을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모든 당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혀 그 속을 알 수 없는 현 대권주자들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특히 비박계와 달리 친박계에선 마땅한 차기 대선주자를 찾지 못하다보니 당내 비박계 대선후보들에 맞서기 위해 외부인사인 반 총장까지 영입할 움직임을 적극 보여 왔었는데, 일단 이번에 당권까지 친박계가 확실히 장악한 만큼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는 데 우선 방점을 두고 차기 대권 문제는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후보군을 물색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보수정당 최초로 호남 출신 인사를 당 대표로 선출했다는 자체가 차기 대선에서 야권에 맞서기 위해 ‘영남정당’ 이미지를 벗고 ‘전국정당’ 이미지를 갖추려는 사전작업이란 해석이 나오면서 당권을 호남이 쥐었듯 대권은 충청이 쥐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높아졌음에도 친박계가 대권 거론 자체를 자제한 건 아직 박 대통령의 임기가 1년 6개월이 남았는데 벌써 대선을 논하게 되면 자칫 레임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 조원진 신임 최고위원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반기문 대망론’에 대한 질문을 받자 “(반 총장이) 충분한 가능성은 있지만 전부는 아니다”라며 “반 총장이 (대권 출마를) 결정하게 되면 그 분을 포함해 대선후보군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보지만 그게 반 총장에게 모든 걸 건다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답한 바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래서인지 대선에 대한 섣부른 추측을 경계하려는 듯 강성 친박으로 꼽히는 조원진 신임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반기문 대망론’에 대한 질문을 받자 “(반 총장이) 충분한 가능성은 있지만 전부는 아니다”라며 “반 총장이 (대권 출마를) 결정하게 되면 그 분을 포함해 대선후보군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보지만 그게 반 총장에게 모든 걸 건다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거듭 못 박았다.
 
이런 기조는 조 최고위원이 앞서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에서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원희룡, 권영진 시·도지사 등을 비롯하여 새로 영입되는 인사들이 본인의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과 소통하면서도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대선 경선을 마련하겠다”고 발언한 데에서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당시 그가 기존에 언론에서 거론되던 대선후보군 외에 범친박계이면서도 충청권 출신인 정진석 원내대표를 새로이 지목했다는 건 우회적으로 반기문 대망론을 위한 포석을 깔아놓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지만 이보다 ‘새로 영입되는 인사들’이란 부분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찌감치 반 총장을 집중지원하려 한다면 원외 영입인사에 대해 굳이 복수 표현을 쓸 이유가 없는데, 지난 10일 발언과 연계했을 때 대선판을 좀 더 키우기 위해 추가적으로 새로운 대선후보를 영입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암시하듯 조 최고위원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반 총장을 향해서도 쉬이 여권의 차기 대선후보가 될 수는 없다는 식의 발언을 했는데 “UN사무총장으로서 역할을 마치면 국내 정치의 벽을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을지 스스로 많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한 점이 그것이다.
 
일각에선 이 시점에 친박계가 반 총장을 향해 굳이 이런 견제구를 던지는 이유에 대해 일단 그 진위여부를 떠나 ‘반 총장’ 외에도 대안이 있다고 공표하게 되면 적어도 대선 직전까진 반 총장과 그 측근세력에 의해 휘둘리지 않은 채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대권과 당권 모두 통제력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태도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또 한편으론 조 최고위원이 이 인터뷰에서 “(대선)후보들은 스스로 20% 이상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비박계 대권주자들을 배제하기 위한 포석이면서도 사실상 이 조건을 충족할 대안이 반 총장뿐이란 현실을 스스로 시인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분명한 것은 그가 “올해 안에 당의 훌륭한 대선후보들을 그라운드에 올려야 하고 내년 3월까지 압축된 후보들이 선정되어야 한다”고 말한 만큼 이 대표가 당장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쪽에 무게를 둔다 해도 차기 대선에 대한 윤곽은 머지않아 드러나게 될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 ‘침묵’ 끝낸 문재인, 전대 이후 전면 나서나
 
이런 와중에 정권교체를 외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호남 출신 여당 대표의 당선에 대해 호남을 주요 지지층으로 한 국민의당 못지않게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지만 지난 총선 결과에서 보듯 국민의당과 달리 호남 외 지역에서 대부분의 의석을 얻어내면서 전국정당 면모를 드러낸 만큼 거꾸로 야권 내 경쟁정당인 국민의당을 더욱 위축시킬 계기란 판단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 시점에서 더민주는 정당 지지율은 물론 대선후보 지지율 역시 국민의당과 비견되기 어려울 정도로 우세하다는 점에서 국민의당보다는 새누리당에 경쟁 의식을 갖고 있지만 향후 지난 대선에서처럼 야권 대선주자끼리 ‘이전투구’하는 것으로 비쳐질 상황이 벌어지면 여당이 반사효과를 얻게 될 가능성도 있어 긴장의 끈을 놓지는 않고 있다.
 
또 여당이 총선 이후에도 내부에서 계속되어온 계파 갈등을 전당대회라는 정면대결을 통해 결판 지은 것과 달리 더민주는 일찌감치 당내 비주류 대다수가 국민의당으로 이탈하면서 내부 정리가 거의 끝나 비주류인 김종인 대표를 내세워 임시 운영되는 지도부인 현 비대위만 전대 개최와 동시에 해체되면 친박 중심의 여당처럼 주류인 친문 중심으로 당 운영이 이뤄질 것이라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이미 친문 일색인 당 분위기에 눌려 비주류 유일 당권후보인 이종걸 의원조차도 지난 11일 열린 부산 대의원 대회에서 깜짝 방문한 문 전 대표를 의식해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승리의 드라마를 함께 겪은 역사적 주체”라며 “당시 수행실장이 돼 이곳의 선대위원장을 한 문 전 대표도 기억이 난다”고 발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른 당권후보들도 이에 질세라 저마다 친노세력을 향해 러브콜을 보냈는데 범주류 출신인 김상곤 전 교육감은 “우리가 정권교체를 확실히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강력한 대선주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고 같은 범주류 당권주자인 추미애 의원도 문 전 대표를 향해 “한 표 부탁드립니다”라고 한 데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온다”며 노골적으로 친노 구애를 이어갔다.
 
이날 당내 대권주자로서 확고한 위치를 확인한 문 전 대표는 앞서 지난 6일 김대중 전 대통령 7주기 평화콘서트에선 손학규 전 상임고문을 만난 데 이어 12일 안보 행보 차원에서 백령도를 찾는 등 한층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발을 넓혀가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에 대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야권에선 문 전 대표가 여당에선 반 총장이란 구도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데, 여야 어느 쪽에도 편중된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던 충청권이 ‘반기문 대망론’으로 인해 여당 측에 몰리고 호남 출신 여당 대표와 국민의당으로 인해 호남 표심도 분산될 경우 문 전 대표가 수도권 표심만으로 반 총장에 맞서기엔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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